10군데 이상 격돌 ‘미니총선’…후보군 수도권은 ‘빵빵’ 지방은 ‘인물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같이 시행되는 재보궐 선거가 판이 커지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8일 박준영 전 민주평화당 의원과 송기석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이 상실됐다. 이로써 기존 재보궐 확정지역이 4석에서 6석으로 늘어났다. 더군다나 13일 박찬우 한국당 의원의 대법원 선고에서 원심이 확정되면 천안시갑도 재보궐 지역구에 포함된다. 오는 5월 13일까지 의원직 사퇴나 법정에서 의원직이 상실된 지역구는 재보궐 선거 지역에 포함된다.
이뿐이 아니다. 여기에 광역단체장 선거로 뛰어드는 의원이 쏟아지면서 최소 10석 이상은 확정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수도권과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로 뛰어들고 있다. 영남지역에서는 지지율이 높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단체장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6월13일 실시하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청사 외벽에 지방선거 홍보 대형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의원들의 이탈과 재보궐선거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원내 1당이 이번 선거로 인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13일 현재 원내 의석 수는 민주당 121석, 한국당 117석으로 단 4석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민주당에서 이탈자가 4명만 더 나온다면 1당이 뒤바뀔수도 있다.
각 당에서 의원들의 이탈이 예상되는 지방선거 출마를 공식, 비공식적으로 자제하라는 요청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난 4일 민주당은 현역의원의 지방선거 출마 자제를 당부했다. 특히 전남지사를 준비 중인 이개호 민주당 의원에게 공식적으로 자제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30일 ‘지방선거 후보 확정 전 국회의원직 사퇴 금지령’을 내렸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한 한국당 의원은 ‘홍 대표가 직접 전화해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이런 요청을 따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판단이다. 당 차원의 공식적인 요청이나 당 대표의 말이라고 해도 정치인의 판단을 막을 사람은 결국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요청한다고 출마 안 할 사람은 출마 계획이 없는 사람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누가 막아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귀띔했다.
각 당의 출마 자제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재보궐선거가 벌어지는 각 지역은 벌써부터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안철수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대선출마로 인한 사퇴로 일찌감치 재보궐이 결정된 노원구병은 평소 뜨거웠던 지역구 답지 않게 조용한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홍정욱 전 의원, 노회찬 의원, 안 대표 등 대선후보급 혹은 인지도 높은 의원을 배출했던 과거와 달리 거론되는 후보 무게감이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황창화 노원구 지역위원장과 재선의 노원구청장인 김성환 청장의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황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 인수위 전문위원을 맡았고, 김 청장은 참여정부에서 정책조정비서관을 역임해 친노로 분류된다. 지난 20대 총선에 출마해 낙선한 황 위원장보다는 재선을 한 김 청장이 상대적으로 더 오래 ‘바닥’을 닦았다. 그렇다 해도 역대 노원병 의원과 비교하면 둘 다 전국적 인지도는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지난 연말 사면을 받고 정치활동을 재개한 정봉주 전 의원이 후보군에 오르지만 본인은 서울시장 출마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국당은 뚜렷한 후보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홍정욱 전 의원의 복귀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서울시장 출마조차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현재 당 지지율이나 지역 분위기로 볼 때 지역위원장인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의 출마로는 승리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새로운 인물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큰 변수가 없다면 그대로 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보궐선거의 책임이 있는 바른미래당은 합당으로 인해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20대 총선 노원병에서 안 대표와 겨뤄 2위를 차지한 이준석 전 바른정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출마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당시 선거 득표율은 안 대표가 52%, 이 위원장이 31%를 차지했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협의를 봐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전 국민의당이 보궐 사유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준석 카드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강남 3구’ 송파구을은 16대 총선 이후 17, 18, 19대 모두 한국당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사실 20대 총선에서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이 당선된 이유도 자유한국당이 ‘옥새파동’으로 인해 후보를 내지 않는 ‘무공천’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최 전 의원과 무소속 후보의 득표율은 채 5%도 나지 않았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원래 ‘내 땅’을 찾아야 하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 번 더 승리해 ‘굳히기’에 돌입해야 한다. 한국당 내에서는 ‘당 지지율은 좋지 못하지만 송파을이 전통적인 강세 지역이라 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지역을 꼭 따내기 위해 한국당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대로 민주당에서도 이 지역에 ‘거물’ 안희정 지사 출마설도 돌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안 지사의 출마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게 민주당 내 분위기다. 충남지역 정세에 정통한 민주당 충남도당 한 관계자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출마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본다. 본인이 보궐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송파을 지역구 민주당 당원들이 요청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당 차원의 요구가 아닌 이상 가능성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은 중량감 있는 후보들의 출마로 달아오르고 있지만 지방은 ‘인물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재보궐 선거가 점쳐지는 지역구인 충남 천안시 한국당 관계자는 “서울과 달리 천안으로 내려오면 재보궐에 출마하려는 인사의 중량감이 확 차이난다. 천안의 경우 유력 인사의 전략적 출마보다는 대부분 지역활동하던 사람들이 나서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섣불리 예단하긴 이르다. 아직 재보궐 선거까지 100일 이상 남아 있기 떄문이다. 앞서의 천안시 한국당 관계자는 “정치는 생물이다. 각 지역단체장 선거 출마로 재보궐 지역구가 늘어나고 판이 어지러워지면 거물급 전략공천이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