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투트랙 전략’ 만지작…6월 재보궐 선거 최대 20곳, 정계개편도 관전포인트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1당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관례상 국회의장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임기는 2018년 5월 29일까지다. 임기 만료일 5일 전 후임 의장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5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다만, 정치권에선 6월 13일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이후 신임 의장을 뽑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문재인 대통령 집권 중반기를 지원사격하기 위해선 반드시 1당과 국회의장 자리를 사수해야 한다는 각오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취임 후부터 당적을 내놓긴 하지만 국회의장이 어떤 당 출신인가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민감한 사안들의 경우 국회의장 재량에 따라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 의장이 민주당 소속인 게 탄핵 정국 때부터 큰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정 의장은 2016년 12월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권력을 되찾아와 야당으로서의 목소리를 내겠다며 벼른다. 과반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원내 1당으로서 정부 여당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은 “워낙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세가 강해 도통 우리가 힘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1당으로 올라서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우리가 국정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의 가세로 117석이 된 자유한국당은 향후 추가 복당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바른정당 의원들이 합류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우선 6월 13일 재·보궐 선거에 시선이 쏠리는 모습이다. 재판 결과, 6월 지방선거 출마 등에 따라 그 규모가 ‘미니 총선’으로 확대될 수 있는 까닭에서다. 권대우 정치평론가는 “6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1당이 정해질 것이다. 그리고 후반기 국회의 주도권 싸움도 결판 날 것이다. 지방선거보다 더 중요한 선거가 될 것 같다. 각 당이 여러 시나리오를 대비해 전략 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
현재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구는 서울 노원병(안철수), 서울 송파을(최명길), 울산 북(윤종오) 3곳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최대 20개의 지역구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재보궐 선거가 열리려면 선거일(6월 13일) 30일 전까지 사유가 발생하거나 또는 지방자치단체 장의 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 의원직을 그만두어야 한다.
우선 재판의 경우 2심까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의원은 국민의당 송기석 박준영 의원,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으로 3명이다. 1심에서 무효형을 받은 의원은 권석창 이군현 배덕광 의원으로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민주당은 19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의원들이 호남을 독식했지만 지금은 다를 것으로 자신한다. 송기석(광주) 박준영(전남) 의원 모두 지역구가 호남이다. 또 충청(박찬우 권석창)과 부산(배덕광) 경남(이군현) 등에서도 여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이라서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재판에 따른 재보선에 있어선 민주당 쪽이 다소 유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선거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서울시장만 하더라도 민주당에선 박영선 우상호 전현희 의원 등 현역 의원만 4~5명이 거론된다.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어 의원들의 출마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외에도 부산 경남 대구 충남 등 전국에서 의원들이 출격을 준비 중에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텃밭인 영남권에서만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뿐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자유한국당의 또 다른 의원은 “금배지를 걸려면 적어도 당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부산조차도 위험한 판세다. 이번엔 몸을 사리자는 게 내부 기류”라고 귀띔했다.
현재 국회의원들의 출마가 유력한 지방자치단체는 10여 곳이다. 여기에 일찌감치 재보선이 확정된 3곳과 재판에 따른 최대 6곳까지 합하면 대략 20개의 지역구가 추산된다. 상황에 따라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도 있지만 ‘미니 총선’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규모다.
권대우 정치평론가는 “지금 지지율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모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출마를 많이 하더라도 대부분 자유한국당이 탈환하기 힘든 지역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1당의 순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판세가 불리하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인다. 자유한국당의 한 선거 전략가는 “어차피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서 재보궐 선거가 많이 열린다. 우리는 재판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많아야 5곳 정도다. 따라서 크게 의석수에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오히려 정계개편을 통한 세 불리기에 힘을 쏟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관계자가 언급했던 것처럼 정계개편 역시 향후 1당 싸움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친문 의원은 “우리는 인위적 정계개편은 하지 않는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지금 이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1당이 될 가능성이 있긴 하느냐”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한 복당파 의원은 “정치는 생물이라는 것을 모르냐. 향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동안 정계개편은 정국을 뒤집는 카드로 활용돼왔다. 우리가 통합신당을 흡수해 과반 이상의 1당이 되는, 그런 상황이 오지 말란 법이 없다. 민주당 독주가 계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