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파생상품 손실 우려…미국 이어 유럽까지 금리 올리면 펀더멘털 버틸지 미지수
지난 9일 코스피지수가 2400선이 무너진 2,363.77로 장을 마감해 5개월래 최저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19.34포인트 하락한 842.60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돈의 힘으로 올라간 자산 가격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진행된 닷컴버블 붕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2000년 5월 6.5%까지 치솟았던 기준금리는 2003년 1%까지 떨어진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회복되고 저금리를 활용한 자산투자가 활발해진다.
2009년 이후 10년째 이어진 자산 가격 상승의 에너지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펼친 초저금리 정책이다. 2013년 벤 버냉키 연준의장이 양적완화(quantative easing) 종료 가능성을 언급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시에 요동쳤다. 이른바 긴축발작(taper tantrum)이다. 이에 놀란 미국은 긴축카드를 거둬들이고 ‘0’ 금리를 유지한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유동성 공급이 오히려 더 늘어난 덕분에 최근 10년 사이 글로벌 유동성은 10배가 불어났다.
#금리정책 전환과 버블논란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미국 연준은 2004년 하반기부터 금리 정상화에 나서지만 차입투자는 계속됐다. 기준금리는 2006년 5%, 2007년 5.25%까지 치솟았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됐고, 2007년 집값 하락과 함께 비우량주택담보채권(subprime mortgage) 부실문제가 불거진다. 2007년 초 문제 발생 이후 1년 반 만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다.
연준은 2015년 12월 ‘0’ 금리 탈출을 시작으로 이후 2017년 12월까지 무려 4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미국은 올해에만 4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로 인한 재정부족을 메우기 위해 국채발행을 늘릴 방침이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등 주요국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했던 자산 가격 버블 논란이 가열됐다.
#파장 키운 파생상품
글로벌 금융위기는 돈의 힘으로 올라갔던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대출부실이 발생했고, 이를 줄이기 위한 담보권 행사로 자산 가격이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통해 금융시스템에 깊숙이 침투한 주택 관련 파생상품들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이 나는 구조지만 반대의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품들이었다.
이른바 2009년 이후 ‘골디락스’로 불리는 상승장이 계속되며 자산 가격 상승에 편승하려는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몰린다. 이들의 투자대상은 일반 주식과 채권 외에 변동성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포괄한다. 상세한 포트폴리오도 모른 채 엄청난 자금이 금융공학 상품으로 몰렸다. 이 같은 ‘패시브(passive)’ 자금들은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AI)으로 운용되며 기계적으로 시장을 추종한다. 상승장에서 값을 빠르게 끌어올리지만 하락장에서는 반대로 값을 더 빨리 떨어뜨릴 수 있다.
#펀더멘털 착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가 처음 제기됐을 때만해도 “경제의 기초(fundamental)는 튼튼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뒤늦게 확인된 사실이지만 당시 양호했던 경제지표들은 유동성이 끌어올린 자산 가격 덕분이었다. 기초가 무너지자 사상누각임이 드러났다.
최근의 경제지표들도 양호하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3%를 넘어섰고, 미국과 유럽 주요 기업들의 이익성장 전망도 우상향 추세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이 자산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소비회복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펀더멘털이 버틸지 여부는 미지수다.
#글로벌 스윙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을 메우기 위해 미국 IB들은 전 세계에 투자했던 자금들을 회수하고, 글로벌 자산 가격이 동반 급락한다. 금융기관 부실 역시 전 세계로 확산된다. 복지 부담이 큰 유럽은 재정위기로 번지고, 글로벌 자산시장의 큰손인 중동 국가들도 직격탄을 맞는다.
최근 10년간 선진국에서 풀린 유동성도 글로벌 곳곳의 자산시장으로 흘러갔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 세계에 풀렸던 달러 자금들이 이탈할 수 있다. 급격한 자금이탈은 시장 투매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특히 알고리즘 등으로 무장한 자금들은 짧은 시간에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움직일 수 있다. 단기간에 글로벌 시장 전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는 시장환경이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최근 2년여의 금리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준금리는 1.25~1.5%로 여전히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저금리다. 2008년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해도 돈을 풀어 극복하기 어렵다. 최근 금융시장의 출렁임을 계기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기구들에서 나오는 이유다.
최열희 언론인
증시는 출렁이는데 집값 강세 일변도 왜? 부동산은 국내 재료 영향 ‘절대적’ 올 들어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의 낙폭도 상당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특히 서울 집값은 강세가 굳건하다. 다른 자산시장과 달리 서울 집값은 별종일까. 금리상승과 부동산 시장의 관계에 대한 최근 분석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부동산 가격에 이미 금리 인상이 반영돼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에야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주장이 있다. 각종 개발계획과 지방자치단체 선거도 당분간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요소라는 견해다. 반대로 부동산시장이 규제정책과 금리 인상 그리고 구매심리 악화로 안정화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작년부터 지방이, 올해에는 경기도 및 수도권 그리고 서울로 진정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과거 통계를 보면 2004~2007년 금리 상승기에 주택가격도 함께 올랐다. 경기 개선으로 물가상승률이 오르면 이른바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서 실물자산, 즉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반면 금리 하락기에는 움직임이 엇갈린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009~2013년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주택 가격은 횡보했다. 재건축 등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주택관련 대출들의 규제도 엄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4년 금리하락과 함께 대출규제가 완화되고 재건축 규제까지 풀리면서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종합하면 주택 가격은 금리 자체보다 경기와 규제, 그리고 수급에 민감한 셈이다. 아직 금리상승이 경기 자체를 훼손할 정도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규제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 공급의 경우 강남 등 서울 핵심은 제한적인 반면 경기 일부와 지방에서는 여전히 증가 추세다. 경기 향배와 규제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면 수급이 답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는 외국인을 비롯해 글로벌 자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암호화폐도 글로벌 트렌드와 따로 가기 어렵지만, 부동산은 국내 재료의 영향이 절대적이다”라며 “재료들의 영향력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는 결국 수요자들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믿음, 즉 투자심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