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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진항 야경. | ||
오랜 수능시험과의 씨름으로부터 해방된 수험생 가족들. 다가오는 희망을 온가슴으로 껴안기에 해 떠오는 동해바다 등대여행은 어떨까.
갈매기 춤추는 겨울바다. 그 시리고도 신명난 풍경이 우리 가슴으로 달려와 안긴다. 등대가 있는 겨울바다를 찾아 나섰다.
지난해 등대 1백주년
동해안 7번 국도는 겨울에 가장 그립다. 시린 두 손을 꼭 잡고 싶어지는 겨울, 7번 국도가 더 아름다운 이유는 푸른 하늘과 바다, 철썩이는 하얀 파도와 등대가 서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얀 등대는 바다를 향한 외사랑의 대표주자다. 하지만 외롭지는 않다. 높이 솟구친 해안 절벽에 제 홀로 우뚝 서서 등대보다 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상대로 맞장구를 치며, 외로운 어부의 길동무를 하느라 여념이 없지 않은가.
우리나라에는 유인등대와 무인등대를 포함해 5백70여 개의 등대가 있다. 국내 최초의 등대가 인천 팔미도에 세워진 것은 1903년. 지난해 1백주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등대를 팔미도 옆에 신축하기도 했다. 그동안 등대 역시 식민지의 설움과 억압을 겪었고 전쟁의 상처도 겪으면서 삼면이 해안인 한반도 백성의 영욕을 지켜왔다.
등대는 모두 모양이 비슷하거나 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등대가 위치한 장소와 지형에 따라 등대도 기둥 높이며 등탑의 모양이 달라진다. 어떤 것은 팔각지붕을 어떤 등대는 원형, 또는 타원형의 등탑을 얹었다. 또 등대의 중추신경과도 같은 등명기 역시 빛이 도달하는 거리나 점멸하는 시격이 각기 다르다고 한다. 가까이에 있는 다른 등대와의 혼동을 막기 위해 등대의 불빛 간격을 달리 한다는 것.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얘기다.
보통 등대의 점등은 일몰시각부터 일출시각까지가 기준이다. 바다의 시정이 나쁠 때는 무선신호기를 돌리기도 하는데, 때문에 등대는 거의 24시간, 3백65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섬이 많아 흔히 무인도에 홀로 서 있는 서해안의 등대들과 달리 동해안의 등대는 어부의 삶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아찔한 해안선을 따라 징검다리를 놓듯 포구가 있는 곳마다 등대가 서 있다.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최남단인 울산 방어진까지 7번 국도를 따라 촘촘히 달려가는 등대 여행은 겨울 바다를 만끽하며 이색 테마를 즐기는 기쁨까지 얻을 수 있다.
대진 - 31m 높이에서 바다를 내 품에
“바다의 신호등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람이나 자동차가 신호의 체계를 따라 움직이듯 어둠 속의 배들이 등대의 신호나 불빛에 의지해 일하고 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되니까요” 고성 대진항의 대진등대를 책임지고 있는 이규홍 관리소장의 설명이다.
동해안 최북단 유인등대인 대진등대는 등대 자체의 높이만으로는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고도 31m로 아파트 9층 높이에 맞먹을 정도. 덕분에 이곳 등탑에 올라가면 동해의 푸른 바다가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하게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등탑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절대로 피해야할 나선형 철계단을 이용하는데, 덜덜 떨리는 두 다리를 진정해가며 도착한 등탑은 그 어떤 전망대보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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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분주한 거진항 모습. 그물에서 양미리를 떼어내는 어부들의 손놀림이 바쁘다.(아래)동해안 북단에 위치한 대진항. 사진엔 안 보이지만 이곳 대진등대는 높이가 아파트 9층과 맞먹는 31m나 된다. | ||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생선처럼 팔팔 뛰는 바닷사람들의 터전인 포구가 징그럽게도 반짝거린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풍광이다.
대진등대는 어로한계선인 저진도등과 약 15분 거리에 있는 거진등대를 원격시스템으로 제어한다. 등명기가 위치한 꼭대기층을 제외하면 등탑까지는 일반인도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마을 뒤편 아찔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등대까지 찾아오는 이가 드물다고 한다.
하물며 아무런 안내 문구도 없는 등대 앞에서 ‘관람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만약, 다시 등대에 가볼 일이 생긴다면 등대 입구에 조그마한 현관벨을 눌러 보기를. 마침 양미리가 제철인 포구에서 싱싱한 매운탕이나 회를 맛보는 것도 잊지 말 것.
거진 - 공원에 위치한 일출 명소
대진항에서 거진등대까지는 차로 약 15분. 대개는 화진포 해수욕장 부근이나 거진항에서 1박을 한 뒤 일출을 감상하는 코스를 기본으로 친다. 일출 명소로 알려진 거진등대는 이곳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등대 공원 안에 있어, 비교적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요즘의 일출시간은 대략 6시50분경, 한겨울 일출은 7시30분 정도까지 늦춰진다.
매우 가파른 언덕 위에 걸쳐진 긴 철계단은 보기만 해도 아뜩하다. 대신 아찔함을 견딘 후에 찾아오는 솔숲의 향기는 더 향기롭고, 그 나무들 틈으로 엿보이는 항구의 표정 역시 넉넉하다.
등대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서면 일출 전까지는 등대의 불빛을 감상할 수 있지만, 그 빛은 해가 떠오르는 시각에 맞춰 정확히 꺼진다. 아쉬움을 느낄 틈도 없이 벌겋게 솟구치는 아침해가 눈을 사로잡는다. 등대를 중심으로 좌우에 일출 전망대가 있다. 한중간 해안 절벽에 ‘명태축제비’가 서 있는 것도 재미있다. 일출을 느끼는 정서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곳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등대 오른쪽 뒤편의 작은 벤치를 일출 명소로 추천하고 있다.
▲주변 볼거리: 송지호, 화진포해수욕장, 해양박물관, 이승만 별장, 김일성 별장
속초 -‘속초 제1경’등대 전망대
속초등대를 특별히 ‘속초 제1경’이라 꼽을 만큼 속초 사람들의 등대 사랑은 극진하다. 대진 거진 주문진 묵호 등 동해안의 여러 등대들 중에서도 속초등대만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도 없다. 멀리 설악산이 보여주는 화려한 산세와 더불어 활어난전으로 유명한 동명항과 영금정, 그리고 기이한 바위의 모습이 이곳 속초등대 전망대에서 그 빛을 발하기 때문이리라. 아니 드라마 <겨울연가> 탓일지도 모르겠다.
속초등대 역시 거진등대처럼 가파른 해안 절벽으로 올라서야 하는데, 가는 길은 모두 세 갈래다. 그 중에서도 영금정 바위 앞 등대전망대 밑에서 절벽을 타고 오르는 철계단길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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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초, 주문진, 대진, 거진에 있는 등대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
등대전망대에는 전망을 설명하는 안내간판이 설치되어 있으며 해무나 태풍과 같이 바다의 시정이 나쁠 때 사용되는 무선신호기도 설치돼 있다. 나팔관처럼 생긴 에어사이렌은 요즘 생겨난 전기혼에 비해 그 울림이 더 큰 편이라고 한다. 전망대에는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벤치가 놓여 있다. 동절기(11월-익년 3월) 전망대 개방시간은 오전 7시부터 저녁 5시까지다.
▲주변 볼거리: 동명항 활어난전, 대포항, 낙산사, 청초호
하조대 - 묵호 그림 속 풍경 주문진 등대
속초에서 에메랄드 빛 바다를 끼고 남쪽으로 계속 이동하거나 그 반대의 루트로 움직여도 좋다. 7번국도 어디서든 간간이 등장하는 특색 있는 등대와 등대 아래 싱싱한 포구들이 줄지어 서 있지 않은가. 무인등대이긴 하나 등대의 풍경만큼은 아름다운 그림이 되는 양양의 하조대등대와 등대 기둥에 전쟁의 상흔을 간직해온 주문진등대, 방파제 등대이지만 인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기사문등대, 이른 아침 포구의 정취가 압권인 묵호등대까지 7번 국도 위에는 수많은 등대와 그 속에 넘쳐나는 삶의 이야기들이 바글댄다.
특히 얼마 전 주변을 재정비한 주문진등대는 마을의 가장자리 해안가에 사택과 함께 따스한 그림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해질녘 모습이 한 편의 동화 속 그림 같이 아름다워 저녁 산책 코스로 유명하다.
주문진에 가면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이는 주문항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연인과의 동행이라면 양양 하조대등대 바로 밑에 위치한 ‘등대 카페’도 좋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저녁 무렵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만들기 안성맞춤.
꼭 위에 언급된 등대가 아니라도 좋다. 등대와 포구, 그리고 바다가 만들어주는 근사한 겨울여행,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내 마음 속의 등대 하나쯤 간직할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주변 볼거리: 주문진항, 하조대, 소금강, 경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