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지암. | ||
하지만 정작 땅끝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달마산 도솔봉이 나을지도 모른다. 해변에서 한 발 물러서 있으면서 그 모든 땅끝의 윤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 게다가 달마산 정상의 기암봉우리 사이를 걷다보면 신선이라도 된 듯 구름위의 산책을 즐기기라도 하듯 훨훨 날아다니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으니, 나즈막한 땅끝 언덕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오죽하면 해도 달도 이 봉우리에 걸쳐 뜨고 진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조금씩 이동하면서 발 아래로 펼쳐지는 산하를 한눈에 호령할 수 있다. 그 아름다움에 매료돼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단언컨대 살아생전 가야할 여행지가 있다면 달마산 도솔봉일 것이다.
여행일정에서 빼놓았던 해남을 찾은 것은 애당초 고천암호에 날아드는 철새떼와 두륜산 북암의 마애불을 보기 위함이었다. 주마간산으로 들르는 많은 여행객들. 그들과 별다르지 않은 여행일정을 잡은 것도 너무나 많이 알고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전날 무서리가 내리고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새벽 찬 공기를 맞으며 찾은 곳은 고천암호. 겨울 길목의 큰 일교차 탓에 호수 주변은 뽀얀 물안개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간간히 시야가 트이는 곳에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갈대의 모습이 드러난다. 영화 <서편제>, <살인의 추억>, 그 밖에도 CF 등의 촬영지로 이용됐다는 갈대숲. 철새는 미뤄두고라도 광대한 갈대숲이 아름답다. 안개에 뒤덮힌 도로를 따라 수문에 도착하니 무수히 많은 오리떼가 아침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다. 정작 새 이름도, 종류도 구분되지 않고 원하는 군무도 보여주질 않는다. 그저 인기척은 어찌 알았는지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무심한 철새떼다.
11월 중순부터 시작해 이듬해 봄까지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고천암호 일대는 몇해 전부터 국내 유수의 철새도래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철새떼가 몰려 되레 울상이라고 한다.
▲ 달마산 도솔암에서 내려다 본 남해. 한 발만 내딛으면 푸른 바다에 닿을 것만 같다. | ||
비닐막으로 둘러진 마애불은 본래 고려시대에 조성된 보물이다. 4.2m에 달하는 마애불이 우두커니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원래는 마애불뿐이었다가 보수공사중에 비천상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일제시대 때 대충 만들어놓은 전각에 가려있던 비천상이 드러난 것이라고. 마애불은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면 땀을 흘린다고 한다. 마애불에서 약 30m 오른쪽에 고려초기의 석탑인 북미륵암 삼층석탑(보물 301호)이 있지만 역시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서 두륜봉(672m) 정상까지는 1.3km정도. 북암은 거의 중간지점이다. 하산길에 일지암을 잠시 찾기로 한다. 갈림길에서 3백m만 오르면 되는 길이지만 오름은 늘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초의선사가 살았다는 초막은 그대로인데 옆 건물은 보수공사가 한창이라 일반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초막 앞에 심어 놓은 차 밭과 대나무를 이어 만든 앙증맞은 약수터를 들러보고 하산. 무리하지 않은 산행 덕분에 낙조 때까지 시간은 충분히 여유롭다. 아쉽고도 느긋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다 문득 떠오른 곳이 달마산이다.
초행길이라 위치부터가 애매해 어림짐작만으로는 찾을 수가 없다. 마봉마을이라는 지명도 헷갈린다. 아주 어렵사리 마봉마을을 수소문하여 동네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 북암 마애불(위)과 용담샘. | ||
차길이 끝나는 지점. 마봉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한쪽으로는 달마산 기암이 뾰족뾰족 솟았다. 두륜산에 오르며 남겨졌던 아쉬움이 한순간에 확 풀린다. 안쪽 송신탑에는 군부대가 있어 더 갈 수 없으나 오솔길 사이로 사람들이 빠져나오고 있다.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니 암자가 있다는 것이다. 왕복 3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절집에 들렀다 나오면 멋진 일몰을 놓치게 될 것이다.
망설일 즈음 마침 스님 한 분이 차에서 내린다. 절집에 보살이 있으니 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올라오면서 봐둔 사진 포인트를 놓칠 수 없는 일. 바다 멀리 낯익은 진도 세방 낙조대에서 바라본 발가락섬이 확연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근사한 낙조를 보고 하루를 마감한다.
다음날 땅끝으로 갈까 하는 생각을 저버리고 다시 도솔봉으로 향한다. 사방팔방으로 확 트인 전경이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분명 어두웠던 부분에서 일출을 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서. 일출은 송신탑 방면에서 볼 수 있다. 비록 제대로 된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바다에 피어나는 해무를 원없이 봤으니 이것만으로 대만족이다.
금세 날이 환해지고 도솔암을 향해 산길을 걷는다. 정상 밑 산허리에는 한 사람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고갯길 두어 개를 넘으니 우측으로 깍아지른 듯한 산능선이 환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가만 위치를 바라보니 바다 너머는 완도 군외면쪽이다. 군외면에서부터 백일도 흑일도, 땅끝을 지나 제주도와 경계한 보길도 노화도까지 발 아래에 엎드려 있다. 마치 신선이 된 듯 몸이 가벼워진다.
20여 분 정도 지나니 우측으로 지붕이 모습을 드러낸다. 울뚝불뚝 튀어 나온 바위 사이에 들어앉은 자그마한 건물. 아름다운 절경에 매료되어 한동안 넋을 빼놓고 있는데 두런두런 사람소리가 난다. 전날 만난 스님과 기도차 들렀다는 노보살이다.
아랫마을이 고향인 법조 스님은 인연이 되어 이곳에 절집을 세운 지 3년째라고 했다. 원래 무속인들의 기도처였던 곳에 절집을 들어앉혔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절집이 있었다는데 그 흔적은 주춧돌 하나뿐이다.
절집은 위치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켜켜히 성벽을 쌓은 듯 올린 돌과 기암 위에 들어앉은 절집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사진 찍는 것을 도와준다. 그리고 용담샘을 안내한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석간수. 동굴 안에는 바위벽에 또 2개의 굴이 뚫려있다. ‘용굴’이라고 하는데 어린 용이 나와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아침 예불을 올리는 스님을 뒤로 하고 암자 뒤켠 봉우리에 오른다. 일몰과 일출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장소다. 달마산을 쩌렁쩌렁 울리게 하던 염불이 끝나고 요사채에 앉아 뽕잎차를 얻어 마신다. 점심 공양까지 얻어 먹고 돌아섰지만 사람 사는 것에는 늘 필요한 것들이 있다. 용샘에서 물을 퍼와야 하기 때문에 설겆이는 물론이고 씻는 것조차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보고 느끼는 것으로 끝을 냈으면 관념에 어지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과의 인연은 때로는 느끼지 않은 것까지 간직해야 하는 일인가 보다.
가는 길
고천암: 해남읍에서 진도 방면 13번 국도를 타고 가면 팻말이 있다.
대둔산: 해남읍에서 팻말이 잘 나 있다.
도솔암: 대둔산에서 금쇄동 팻말따라 들어오면 땅끝으로 가는 77번 지방도와 만난다. 산정에서 송지해수욕장쪽으로 가다보면 대죽이라는 팻말이 왼쪽에 있다. 대죽 팻말을 따라 들어가면 마봉마을과 만난다. 마봉에서 왼쪽 철탑을 기점으로 들어간다.
별미 숙박
해남읍내 천일식당(061-536-4001)은 떡갈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변식당(536-2649)은 추어탕과 짱뚱어탕으로 소문난 집. 천변 길 건너 주막식당(533-5377)은 회 종류를 파는데 계절 별미인 세발낙지도 있어 간단하게 술한잔 하기 좋다. 숙박은 유선장이나 해남읍내 모텔 이용. 대선찜질사우나(535-3700)가 있다.
여행TIP
▲축제기간: 12월1일~5일
▲축제장소: 군산시 성산면 금강철새조망대 주변 1만7천 평
▲주요행사: 전야제 체험이벤트 문화행사 국제심포지엄 및 학술대회(2일~3일) 가창오리 관찰 / 행사중 무료 개방/ 문의 063-450-6273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성산삼거리(우회전)-축제행사장 또는 동군산IC-자동차전용도로-개정교차로-성산삼거리. 호남고속도로 익산 또는 전주IC 이용-개정교차로-성산사거리. 기차는 호남선 익산역 하차. 일반버스 이용. 행사중 주요지점 셔틀버스 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