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박정훈 기자
18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수서 제출 등 현재까지 수사 상황을 두고 법리를 검토한 결과,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40여억 원 대납 행위에 대해 단순 뇌물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특히 뇌물 액수가 많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다스 전·현직 경영진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병모·이영배 씨 등 ‘재산관리인’들의 진술, 영포빌딩 ‘비밀창고’에서 발견된 각종 청와대 문건, 이명박 전 대통령 차명 재산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관련 자금 흐름 등 여러 증거에 비춰볼 때 사실상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법적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다스가 BBK투자자문에 떼인 투자금 140억 원을 받기 위한 미국 내 소송에서 삼성이 소송비 370만 달러(약 45억 원)를 부담한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면 등 대가를 바라고 제공한 돈이라는 이학수 전 부회장의 ‘자백’까지 받은 상태다.
당시 소송비 지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오랜 ‘집사’ 역할을 한 김백준 전 기획관과 이학수 전 부회장이 주된 채널로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백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이학수 전 부회장은 당시 그룹 경영을 총괄하던 이건희 회장에게 각각 보고하고 ‘승인’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삼성의 소송비 대납을 ‘공무원이 관여한 뇌물수수 사건’이라고 공식 규정했지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지, 단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검찰에서 ‘삼성이 제공한 돈을 ‘제3자’인 다스에 제공된 뇌물이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직접 제공된 뇌물‘로 규정, 단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기로 방향을 정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를 별도로 입증해야 할 부담을 덜게 된다. 단순 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하면 성립한다. 반면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요구할 때 성립한다.
따라서 검찰은 앞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삼성 소송비 대납 과정을 보고받는 등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를 명확히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다.
한편 이학수 전 부회장이 다스 소송비 대납 최종 결정권자가 이건희 회장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함에 따라, 이 회장이 다시 수사 선상에 오르는 것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 VIP실에 입원치료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이에 검찰은 그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기소 중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제기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