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딸기 한입에 ‘쏙’
▲ 달콤한 향이 유혹하는 무공해 딸기밭. 아이들은 직접 딸기도 따고 먹기도 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 ||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가 전쟁으로 버려진 농촌 가옥과 문화재를 활용하기 위해 처음 도입해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는 그린 투어리즘.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1980년대 환경과 농촌 경관 보전 차원에서, 일본은 90년대 중반 기존의 마을 가꾸기와 접목해 이를 도입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IMF로 침체된 농촌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됐는데, 마침 불어온 웰빙 바람을 타고 빠르게 정착기로 접어들고 있다.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충남 논산시에서 운영하는 그린투어다.
논산시의 그린투어는 농촌체험에다 역사체험을 결합해 새로운 패턴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사계절 이용이 가능한 데다 스무 가지 정도 되는 체험 프로그램 가운데 참가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신청할 수 있는 ‘맞춤형’ 여행이라 더욱 인기다.
천적 농법을 이용한 무공해 농업이라 참가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또 21세기 지구촌의 중요 화두인 ‘환경’에 관한 직접 경험의 기회도 되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공성운 논산시 그린투어 담당 계장은 “성수기 주말에는 하루 1천 명씩 찾기도 한다”며 “대부분의 작물이 시설재배라 비가 와도 투어가 취소될 염려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준비된 프로그램은 딸기 방울토마토 사과 고구마 국궁 염색 곶감 누에 등 20여 가지. 계절에 따라 체험 가능한 한두 가지를 선택하고, 여기에 한 가지 정도 역사체험을 곁들이게 된다.
하루 동안 시간에 무리없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세 가지 정도다. 머물 시간이 짧다면 오전 시간을 이용해 한가지 프로그램에만 참가할 수도 있다. 보통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오후 4시경 끝난다. 교통조건이나 인원 등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조정되기도 한다.
오전 11시, 시청 주차장에 대기중이던 그린투어 버스가 30여 명의 관광객을 싣고 시동을 걸었다. 세 살배기 남자아이부터 20대 연인, 60대 노부부까지 참가자 연령층이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광석면 사월리의 한 딸기밭. ‘딸기 아줌마’ 남기순씨가 밝은 얼굴로 맞는다. “논산은 딸기의 고장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양을 재배하고요, 맛도 최고로 좋답니다.” 딸기 자랑에 농장소개가 더해진다. “우리 농장 딸기는 완전 무공해입니다. 진딧물 응애 등 병충해를 그 천적인 곤충을 이용해 잡지요. 씻을 필요 없으니 밭에서 바로 따서 드시고, 딸기 꼭지는 고랑에다 버려 주세요.” 구수한 충청도 억양만도 흥미로운데, 말솜씨가 프로급이라 관광객들은 웃음을 그칠 새가 없다.
▲ 천연염색 체험에서는 황토 치자 소목 등을 이용해 ‘나만의 염색 작품’을 만들 수 있다. | ||
배부를 만큼 마음껏 따서 먹고, 나누어준 비닐 팩에 담길 만큼 가져가는 방식. 아이들은 땀까지 흘려가며 딸기를 따고, 따는 족족 꿀꺽꿀꺽 씹지도 않고 맛있게 삼킨다. 체험을 마칠 때쯤 마당에는 딸기 아줌마의 보너스인 딸기잼과 식빵이 함께 준비돼 있다.
시청으로 돌아와 각자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대둔산 자락 양촌으로 향했다. 천연염색을 체험할 수 있는 유리온실이다. 황토 치자 소목 등 천연염색 재료와 염색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들은 후, 곧바로 체험에 들어갔다.
주섬주섬 챙겨온 배냇저고리며 속옷, 면티 등을 꺼내는 참가자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참가자들에게는 흰 광목천 한 장씩이 나눠진다. 고무밴드로 천의 이곳저곳을 묶은 후 염료에 주물럭거리면 염색 끝. 10여 분만 주물러도 화려한 문양이 드러난다. 염색체험 후, 최근 개관한 백제군사박물관을 둘러보고 시청으로 돌아오면 투어는 끝이 난다. 손에는 청정 무공해 딸기 1팩과 ‘나만의 염색작품’ 한두 점씩이 들려 있다.
투어에 참가한 한 회사원(38)은 “딸기를 수확하고, 담아가는 보람도 크지만 무엇보다 큰 소득은 우리 아이가 흙을 직접 밟고 만져보고, 고사리손으로 예쁜 색을 냈다는 것 아닐까요”라며 뿌듯해 했다.
▲여행 안내: 논산 그린투어 프로그램 중 딸기체험은 12월부터 5월까지 논산 전역의 딸기밭을 옮겨가며 운영된다. 주로 주말을 이용해 이뤄지며, 체험 농장 확보 등 농촌체험 여행의 특성상 예약은 필수다. 인터넷(www.nonsangt.net)으로만 접수받는다. 체험료는 딸기밭 8천원, 천연염색 5천원, 군사박물관 1천원. 학교, 기업체 등 단체는 평일에도 체험이 가능하다. 논산시 농정과 041-730-1385
▲딸기축제: 4월8일부터 10일까지 논산천 둔치 유채꽃 단지에서 열린다. 청정딸기 체험 및 딸기주 만들기 등 체험 위주 프로그램들이 예정돼 있다. www.nsfestival.co.kr
▲가는 길: 천안-논산고속도로 서논산 IC-연무 방향 이정표를 따라 움직인다. 세무서 네거리에서 시청 이정표가 나온다. 참가자는 자가용을 시청 주차장(무료)에 세워두고, ‘그린투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