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사장단 세대교체 바람도 악재...심각한 내부 ‘모럴해저드’ 진화할 ‘깜짝 인사’ 등장 가능성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연합뉴스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구원투수’로 지목돼 취임한 정성립 사장의 임기는 오는 5월 만료된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의 연임 여부는 오는 2월 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을 논의하는데, 안건 상정을 위해서는 한 달여 전에 이사회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우선 분위기를 보면 정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정 사장은 1981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20년 만인 2001년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2006년 대우조선해양을 떠난 정 사장은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를 거쳐 2015년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에 다시 돌아왔다.
복귀하자마자 정 사장은 그간 방치됐던 대우조선해양의 비리를 끄집어냈다. 이 과정에서 고재호 전 사장 등 전임 경영진의 분식회계 등 각종 불법행위가 드러났고, 수조 원 단위의 적자가 기록됐다. 그해 영업손실은 2조 1244억 원에 달했다.
이후 정 사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내며 분주한 행보를 이어갔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영업손실 1조 5308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해 3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이에 따른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 839억 원. 다만 4분기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7년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고정비 감축을 위해 임금 반납에도 동참했다. 정성립 사장은 고통분담을 위해 지난 2015년 9월부터 기본급 20%를 반납했으며, 지난해 3월부터는 임금 전액을 반납하고 있다. 몇 차례 위기 끝에 현재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정성립 사장의 ‘연임 불가’ 목소리가 높다. 수조 원의 막대한 국민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엔 정 사장이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 사장 복귀 이후에도 대우조선해양 내에서는 대형 비리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8년간 200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직원이 적발됐다. 이 직원은 2008년부터 2015년 말까지 대우조선 자회사와 거래하면서 허위계약을 하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 결국 그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에는 납품비리 사건까지 터졌다. 대우조선 납품담당 직원 8명이 납품업체와 짜고 물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8억 원을 챙긴 혐의가 적발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대우조선해양 직원 4명이 구속되고, 4명이 불구속되는 등 총 11명이 입건됐다.
전임 사장 등 경영진부터 직원들까지 비리 사건이 드러날 때마다 대우조선해양은 재발방지와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소위 ‘주인 없는 회사’가 된 이후 내부적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사장단의 세대교체 바람도 정성립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낮게 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인사를 통해 강환구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으며, 삼성중공업 역시 박대영 전 사장 대신 남준우 사장을 새로 선임했다. 강환구 사장과 남준우 사장은 각각 1955년생, 1958년생이다. 반면 정성립 사장은 1950년생으로 전임들인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1951년생)과 박대영 전 사장(1953년생)보다도 나이가 많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기 때문에 정 사장의 연임 대신 정부가 원하는 깜짝 인사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성립 사장 취임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상황이 다소 안정화됐다고 하는데, 이것은 정 사장의 능력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국민혈세가 천문학적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수장은 경영 능력보다는 정치권과 채권단의 ‘줄서기’에 좌우돼왔다는 의혹을 많이 받아왔다. 정 사장의 연임 혹은 새로운 인물의 선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과감한 조직개편과 인적쇄신을 단행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성립 사장의 연임 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