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종교계 미투3-기독교·불교·천주교 등 주요 종교 처벌 규정 및 실태
성범죄 종교인들, 버젓이 활동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교단 내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기독교를 비롯해 불교, 천주교 등 각 종교마다 내부적으로 명문화된 규율과 처벌·징계 등 법을 두고 있었다.
불교에는 승려를 비롯한 출가자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5계가 있다. 그 중 ‘불사음’은 “나는 성적인 부정행위를 피하는 수행에 책임진다”는 다짐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율장을 통해 승려의 참회유도와 징계를 결정한다.
승가조차 죄를 용서할 수 없는 무거운 죄를 ‘바라이죄’라고 한다. 음행, 살인, 도둑질, 거짓말 등이 바라이죄에 해당한다. 바라이죄를 저지른 승려는 승단을 떠나야 한다.
이어 승잔죄는 근거 없이 바라이죄를 범했다고 모함하거나 화합 승가를 깨는 일을 도운 행위를 말한다. 승잔죄를 저지른 이는 참회와 갈마를 거친 후 승단에 남을 수 있다. 그런데 눈여겨보아야 할 건 비구(남자 승려)에 해당하는 승잔죄 13개 항목 중 제1조에서 제4조에 이르는 4개 항목이다. 음욕심으로 여인을 만지고 외설적인 말을 건네는 행위 등 현대 개념의 ‘성추행’이 명시돼 있다.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경우 이러한 성범죄를 호법부(검찰)와 호계원(법원)이 처리한다.
천주교는 교회법전을 통해 성직자의 성문제에 대해 금기시하고 이를 어길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교회법전에 따르면 “고해성사 집행 중이거나 그 기회나 핑계로 참회자에게 십계명의 제6계명(간음하지 말라)을 거스르는 죄로 유혹하는 사제는 범죄 경중에 따라 정직 제재나 금지처분, 파면처분으로 처벌돼야 하며, 더 심각한 경우 성직자 신분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또한 “내연관계에 있는 성직자나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을 거스르는 다른 외적 죄에 머물러 추문을 일으키는 성직자는 정직 제재로 처벌돼야 한다”며 “경고를 받은 후에도 그 범죄를 고집하면 성직자 신분 제명 처분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다른 형벌들이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직자의 성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정리해 놓은 천주교 교회 법전.
특히 강제적인 성범죄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서도 명문화 해 놓았다. 교회법전은 “성범죄를 힘이나 협박으로, 또는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범하였으면, 정당한 형벌로 처벌돼야 한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성직자 신분에서의 제명 처분도 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성추문에 대해 제소가 들어오면 각 교구는 교회법원을 통해 진상을 파악한 뒤 면직, 파면 등 처벌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장은 교구장의 사법적 권한을 위임받은 성직자가 맡는다.
다만 기독교의 경우 헌법(권징조례)에 강제로 행하는 성범죄를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교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교단들은 범죄사유를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감리교단과 예성교단은 성행위에 관한 내용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는 있지만, 강제로 행하는 성범죄보다는 혼인 외 성관계와 동성애를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기독교 각 교단이 성범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성범죄를 직접적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회 내 목회자들에 의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자, 일부 교단과 기독교단체들이 ‘윤리강령’을 제정해 성범죄에 관한 사항을 포함했다. 감리교단은 “교인들과의 관계에서 성 윤리와 경제적 규범을 철저히 준수한다”고 적었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성도들을 성폭력 대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교회 내에서 금기시되고 은폐의 대상이었던 ‘성범죄’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목회자들에 경각심을 일깨운 점은 의미가 있지만, 이는 상징적 의미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법적 효력은 거의 없어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처럼 각 종교별로 종교인의 성범죄에 대해 내부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왜 이들의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정해진 법령과 상관없이 내부적으로 종교인들의 성추문을 쉬쉬하고 은폐하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복연 성평등불교연대 공동대표는 “승려 중 성 관련된 문제로 처벌 받았다는 얘기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조계종단이 계율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성폭력 문제에 대해 회피하거나 은폐하고 모르는 척으로 일관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2년 1월 <보스턴글로브>의 보도로 폭로된 ‘보스턴 사제 성추문 사건’을 조명한 영화 ‘스포트라이트(2016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의 한 장면. 사진은 실존인물 버나드 로 추기경을 연기한 배우 렌 카리오우. 실존인물인 로 추기경은 오랜기간 이어진 보스턴 대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폭력을 은폐했다. 그는 당시 일로 불명예 퇴진한 후 지난해 12월 선종했다. 출처=영화 스틸컷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성범죄를 비롯해 비위 사실이 규명된 목사들이 교단을 떠나는 경우 대부분 면직이 아니라 사임“이라며 ”이들은 사건이 잠잠해지면 다시 교단에 목회서를 제출, 일정 심사를 거쳐 돌아온다. 일부는 다른 교단으로 가기도 한다. 제도적으로 다시 목회를 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병욱 목사 역시 성추행 사건이 밝혀졌지만, 그가 속한 교단인 대한예수교 장로교 합동은 면직하지 않았다. 공직 정지 2년, 강도권 2개월 정지에 그쳤다. 심지어 전 목사는 권고 정직이 2년이었는데, 이 기간도 채우지 않고 목회를 시작했다고 한다.
김 사무총장은 “몇 년 전 한 대형 교단 소속 목사가 여성 청년을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결국 그 목사는 수감됐다”며 “하지만 교단은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교단 내 여성 목사들도 나서지 않았다. 처음에는 몰라서 그랬다고 쳐도, 수감까지 된 이상 교단도 그 목사의 범죄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라고 토로했다.
가톨릭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성직자의 성범죄를 담당하는 상설 조직을 두고 있지 않았다.
협의회 관계자는 “공무원, 경찰, 검찰 등은 조직원의 비리를 감시하는 감사실을 두고 있다. 이들 조직은 직원이 수십만 명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며 “하지만 천주교 성직자는 4000명 수준으로, 개별 교구별로 관리되고 있다. 서울교구 1000명 시대를 열었다 해도 은퇴자를 빼면 활동하는 이들은 800명 수준이다. 지방은 200~300명인 곳도 많다. 따라서 다른 조직처럼 비위 사건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상설기구가 의미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교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천주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면 문제를 일으킨 사제들을 병가 처리하거나 전출을 보내, 주교 차원에서 사건을 은폐하는 모습이 나온다”며 “현재의 한국 천주교도 사제의 성추문 사건이 발생하면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적으로 크게 불거져야 그때서야 파면한다. 여전히 비밀로 쉬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교계 내부에서 종교인들의 성범죄를 덮으려 하자, 외곽의 종교 단체들이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대표 기독교계 자성 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기독교 내 성추문을 오래 전부터 문제 제기해왔다. 앞서 김애희 사무국장은 “큰 교회 및 작은 교회, 진보적 성향의 교회와 보수 성향 교회 등 구분 없이 목회자들의 성폭력이 전 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느 교단도 목회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범죄 이력을 공개하지도 않는다. 요즘 일반 성범죄자들도 조회가 가능하지 않느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불교에서는 성평등불교연대 등이 나서고 있다. 성평등불교연대는 지난해 3월 발족했다. 선학원 법진 이사장 성추행 파문이 기폭제가 됐다고 한다. 앞서 옥복연 대표는 “스님들이 계율만 잘 지켜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종단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종단에서 계율에 맞게끔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를 하고 종단 차원에서 엄벌에 처하겠다는 선포를 해야 한다. 계율을 어긴 사람은 다시는 조계종단에 들어오지 못하게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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