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력한 대북 제재” 긴장 고조 속 북미 접촉 기대 일축...폐회식장 떠난 김영철 난색 ‘역력’
‘이방카-김영철’ 급랭.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이 참석해 있다.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일요신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개회식 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 제1 부부장에 이어 미국과 북한 고위인사 간 접촉은 사실상 무산됐다. 적어도 공식석상에선 말이다.
25일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 그리고 북한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귀빈 관람석에 모습을 보였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함께 귀빈석에 등장한 뒤 가장 먼저 악수를 청한 사람은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보좌관이었다.
그 다음으로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악수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도 일어나 문 대통령과 밝은 표정으로 악수했다.
귀빈석에 자리가 배정된 VIP들은 각국의 고위급 대표들이 대부분으로 개최국 지도자인 문 대통령과 가깝게 위치할수록 의전상 더 높다는 의미를 갖는다.
관람석 앞줄의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왼쪽에 이방카 보좌관이 그 옆으로 류옌둥 부총리, 정세균 국회의장이 앉았다. 이방카 보좌관은 지난 9일 개회식 때 펜스 부통령에 이어 최고에 준하는 의전을 받았다.
문 대통령의 뒷줄에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폐회식이 끝날 때까지 이방카 보좌관과 김영철 부위원장간의 대면이나 악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과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마찬가지였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25일 밤 겨울올림픽 폐회식을 마치고 엑소와 가수 씨엘을 만나고 있다. 엑소의 수호가 이방카 보좌관에게 음반 등을 선물하고 있다. 가운데는 씨엘.연합뉴스(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평창사진공동취재단(아래)
김 부위원장이 이방카 보좌관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 오히려 이방카 보좌관은 폐회식이 끝난 후 폐회식 공연에 참석한 엑소, 씨엘 등 케이팝(K-POP) 스타와 접촉했다. 이방카 보좌관의 요청으로 스타디움 4층에서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이들을 만나 관심을 보일 뿐이었다.
김영철은 폐회식이 끝나기 직전에 먼저 자리를 떴다. 북미간 공식적인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폐회식 직후 비공식적인 접촉도 예상됐지만, 이방카는 자신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엑소와의 만남을 선택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방카 보좌관에게 올림픽 폐회식은 북한 측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 양측의 계획된 접촉, 혹은 계획되지 않은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이방카 보좌관이 방한 기간 북한 문제에 관심을 집중할 계획이 없다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해 양측의 접촉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한편,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사실상 수포로 돌아 간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까지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엄포하고 있어 한반도 외교안보 정세가 급격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일부에선 한반도 정세가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을 시점으로 급박하게 돌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