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 천리포해수욕장은 인접한 만리포해수욕장에 비해 해안 길이는 짧지만 경관이 아기자기해서 가족 단위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위). 파도리해수욕장에서는 물놀이뿐만 아니라 굴 따고 소라 잡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아래왼쪽). 서해안 바닷가의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인 다 | ||
1천3백리 꾸불꾸불 해안선을 따라 32개의 해수욕장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린 충남 서해안 태안반도. 이곳이라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꽃지, 안면, 삼봉, 몽산포, 만리포처럼 이미 이름이 다 알려진 곳만 피한다면 그 어딜 가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여행이 될 것이다. 특히 각 해수욕장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골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느 한 곳을 정하고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모두 1시간30분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순례하듯 장소를 옮겨가며 두루 맛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3.4km 해안사구 이국적 절경-신두리 해수욕장
신두리해수욕장은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사구로 유명한 곳. 태안읍에서 603번 국도를 따라 학암포,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을 가는 중간에 있다. 백사장의 길이는 무려 5km. 간조 때는 종심도 5백m가 넘는 거대한 해수욕장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연인과 가족들 몇 팀이 보일 뿐 한적하기 이를 데 없다.
백사장의 모래는 쌀가루처럼 곱다. 물이 빠진 후 바짝 마른 모래들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모래언덕을 만든다. 이 모래언덕만도 길이가 3.4km, 폭이 0.5~1.3km에 이른다. 시간의 마술인 모래언덕은 1만5천 년에 걸쳐 이뤄졌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곳에는 금개구리, 갯완두 같은 멸종위기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서해안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붉은 해당화도 지천이다. 푸른 바다와 흰 모래 위 붉은 꽃이 보여주는 색조대비는 너무도 강렬해서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사진처럼 각인된다.
이곳은 아직까지 사람들의 손때를 타지 않은 청정지역이다. 바닷물은 서해안 그 어느 곳보다 맑고 깨끗하다. 모래갯벌에는 조개와 참게가 넘친다.
최근 펜션과 콘도 등 대형 쾌적한 숙박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해 잠자리 불편도 없다.
여행Tip
문의: 신두리 해수욕장 번영회(041-672-4788)
잠자리: 하늘과바다사이펜션(041-674-6666) 샌드힐펜션(041-675-3102)
먹거리: 바다횟집(041-674-4521)
천리포는 만리포의 명성에 가려 있지만 오히려 그 풍광만은 만리포 이상이다. 태안군에서 32번 국도를 타고 30여 분 달리면 수원면 의항리 만리포가 나오는데, 천리포는 바로 옆 2km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십리포,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는 모두 형제 해수욕장이다. 이름이 해안의 크기에 따라 붙여졌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만리포만 길이 2km 폭 1백m로 가장 클 뿐 나머지는 엇비슷하다.
천리포의 백사장 길이는 1km, 폭 2백m. 만리포와는 닭섬을 경계로 나뉜다. 두 개의 닭섬이 이곳에 있는데, 육지와 붙어있으면서 섬처럼 툭 튀어나온 것을 ‘뭍닭섬’이라 하고, 그 앞에 떠 있는 것을 ‘섬닭섬’이라고 한다. 섬닭섬은 간조 때면 물길을 열어 뭍닭섬과 하나로 연결된다. 이 때는 소라와 고둥을 맘껏 잡을 수 있다.
천리포해수욕장은 천리포항과 연결돼 있다. 이곳에서는 5만원이면 배를 빌려 낚시를 할 수도 있다.
해수욕장에서 3백m만 걸으면 천리포수목원이 있다. 물놀이를 하다 지루할 때 들러봐도 좋다. 무려 18만 평 면적에 7천여 종의 희귀수종이 식재돼 있다. 일반에게는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여행Tip
문의: 소원면사무소(041-672-6027), 선박운항-신한해운(041-934-8772~4)
잠자리: 경기민박(041-675-9895), 향토해변민박(041-675-0936), 천리포펜션(041-672-9153)
먹거리: 선창횟집(041-672-9167), 온양횟집(041-672-3303)-아나고 통구이, 전복구이
섬 사이로 지는 황홀한 낙조-어은돌 해수욕장
어은돌해수욕장은 천리포에서 남쪽으로 파도리 방향을 향해 달리다보면 그 중간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어은돌은 태안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곳 역시 항구와 해수욕장이 맞붙어 있다.
60가구 2백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은 전형적인 어촌이다. 이곳은 백사장의 길이가 7백m, 폭 80m로 그다지 보잘 것 없다. 그러나 해거름녘 어은돌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곳의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다.
백사장이 끝나는 지점에 우뚝 솟은 하나의 섬이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도로섬’이라고 부른다. 물이 빠지면 육지가 됐다가 물이 들면 다시 섬이 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고, 앞 바다로 나가기 위해 그 섬 주위를 배들이 돌아나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 호젓한 신두리해안. 쌀가루처럼 고운 백사장을 맨발로 걸어보는 건 어떨까. | ||
마을 입구에 십여 가구의 민박집이 있으며, 어민들이 갓 잡아온 싱싱한 횟감을 언제든 맛볼 수 있다.
여행Tip
문의: 소원면사무소(041-672-6027)
잠자리: 바다민박(041-672-9460) 야자수민박(041-672-9016), 비취펜션(041-672-7966)
먹거리: 돌섬(041-672-9540) 흙도회관(041-672-5353)
동글동글 해옥에 기암괴석까지-파도리 해수욕장
파도가 아름다워서 파도리다. 어은돌에서 약 2km 남쪽에 자리한 파도리는 물이 맑고 차기로 소문난 곳이다. 여기에 하나 더 ‘해옥’이라는 작은 조약돌로도 유명하다. 길이 1km, 폭 2백50m의 해변에는 모래가 아닌 해옥으로 덮여 있다. 몽글몽글한 이 조약돌은 손톱만한데 구슬처럼 곱다. 이 돌들은 여러 형태로 가공돼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파도리의 물은 유난히 차다. 한여름에도 수온이 20도 아래다. 그래서 오랫동안 해수욕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채 10분을 견디지 못한다.
백사장 왼쪽으로는 커다란 갯바위들이 널려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굴을 캐고 소라와 고둥을 잡는다. 오른쪽은 기암괴석 해안절벽이 장관이다. 이 절벽 아래로는 바닷물의 오랜 침식작용으로 생긴 해식동굴들이 쩍 하니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파도리의 단 하나 흠이 있다면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 민박이 몇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야영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Tip
문의: 파도리해수욕장번영회(017-434-3689)
잠자리: 온양민박(672-6989), 파도민박(672-9271), 오션뷰 펜션(041-672-0210)
해안선 따라 해송림 울창-연포 해수욕장
태안에서 603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15분가량 달리면 연포해수욕장이다. 이곳은 1972년부터 고급휴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연포에서 몽산포로 이어지는 활처럼 휜 해변의 길이는 15km가 넘는다.
이곳은 난류의 영향으로 수온이 높은 편이다. 겨우 20km 정도 떨어진 파도리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7~8도 가량 난다. 모래사장의 경사는 완만하다.
이곳의 특징 중 하나는 해안을 따라 울울창창한 해송림이 형성돼 있다는 것. 이곳은 물놀이에 지친 이들의 시원한 휴식처가 되기도 하고 야영객들의 숙영지가 되기도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모래사장과 개펄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 개펄에서는 맛과 조개가 한가득이다. 맛소금과 함께 호미나 작은 모종삽 하나만 챙기면 누구라도 잡을 수 있다.
인근에는 효종 때 축성된 안흥성이 있으며, 안흥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서해바다의 절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즐기는 해상유람은 남해안 다도해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오토캠핑장도 마련돼 있다. 2천3백 평 규모의 넓은 잔디밭에 동시에 1백여 대가 캠핑을 할 수 있다. 숙박시설과 음식점도 타 해수욕장에 비해 잘 갖춰져 있다.
여행Tip
문의: 태안군 문화관광과(041-670-2544~5)
잠자리: 연포하우스(041-673-0525), 하이마트모텔(041-673-0512), 한신콘도(041-672-3913)
먹거리: 남해안횟집(041-672-2408), 해변앞횟집(673-1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