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틈새로 천연기념물 ‘울창’
▲ 천연기념물 제1호인 달성의 측백수림 | ||
대구 불로동은 화훼단지로 유명한 곳으로 대구공항 이정표를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불로동 화훼단지가 끝날 무렵 우측 편에 있는 안내 표지판을 따라 불로천변을 1km쯤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된 ‘달성(도동)측백수림’이 등장한다. 최근 답사지로 새롭게 부각되면서 공원이 조성되었고 주변을 깨끗하게 단장해놓았다.
도동에 들어서자, 수백 년 세월을 거슬러온 측백나무들이 기암절벽 바위 틈새로 아찔하게 매달려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세히 보면 그 형태가 기괴하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측백나무들이 매달린 절벽 아래로는 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맑은 샛강이 흐르고 피라미, 송사리 등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시골풍경이 덤으로 따라온다. 특히 조선조 대학자인 서거정 선생은 절벽 아래를 흐르는 계곡수와 측백수림을 ‘대구10경’ 중 한 곳으로 꼽기도 했다.
“저게 향나무 아이가~.”
“우예 그게 향나무고? 측백나무라 안카나. 그 밑에….”
“천연기념물 1호믄 보물 아이가.”
▲ 신숭겸 유적지(위), 관음사. | ||
원래 측백나무는 사철 푸르른 상록수로 높이가 20m에 이르지만, 이곳의 측백나무들은 바위틈에서 자라나 5~7m 안팎으로 성장이 좋지 못한 편이다. 이외에도 측백나무의 자생지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은 충북 단양(제62호)·경북 영양(제114호)·안동(제250호)·울진(제155호) 등이 있는데, 모두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절벽에서 자란다. 그 중 달성 측백수림은 우리나라 분포지역의 남방 한계지로서 큰 의의를 갖는 곳이다. 또한 측백나무는 중국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어 식물 분포학상 학술적 가치도 높다.
군락지가 끝나는 부분에는 작은 다리가 놓여있는데 이는 동화사의 말사인 관음사로 들어가는 길이다. 의상대사가 670년에 창건했다고 알려진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측백수림의 울창함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는 듯 없는 듯하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절벽으로 올라가야 하는 데다 밖으로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측백수림에서는 ‘불로동 고분군’도 가깝다. 불로동 일대 야산에 2백여 기의 고분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이 고분군이 초록의 능선을 이루는 봄부터 여름까지의 광경은 어떤 유적지 못지않은 신비감을 안겨준다. 고분군 산책은 해질녘이 가장 좋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팔공산 방면으로 드라이브를 해도 좋다. 고분군에서 10여 분 가면 왕건 대신 싸우다가 전사한 충신 ‘신숭겸 장국 유적지’도 둘러볼 수 있다. 가족끼리 소풍장소로도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