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여신, 은빛바람으로 머물다 가네…
▲ 민둥산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등산객들. | ||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은 이름에서도 보이듯 민머리 산이다. 하지만 나무는 없어도 억새는 숲을 이룬다고 할 정도로 가득이다. 억새군락이 무려 30만 평에 이르는 이곳은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억새 명소 가운데 하나다.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이 계절, 억새꽃 만발한 민둥산으로 가을여행을 나서보자.
민둥산의 본래 이름은 한치뒷산이다. 이 산에는 곤드레나물을 비롯해 산나물이 많이 나는데, 이 나물들이 잘 자라도록 주민들이 불을 놓다보니 산정 부근에 나무 하나 없는 산으로 바뀌었다. 산의 모양이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민둥산이라는 이름도 새로 얻었다.
민둥산의 높이는 해발 1,119m. 꽤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산행은 왕복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해발 800m 지대에 있는 발구덕에서 시작할 경우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산행은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작은 등산로를 따라 10분쯤 오르면 곧장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와 발구덕을 거쳐 가는 코스가 있다.
민둥산 일대는 카르스트 지형에 속한다. 카르스트는 유럽 아드리해 연안의 마을 이름으로, 석회암 내 탄산칼슘이 빗물에 녹아 지반이 침하하는 곳을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일컫는다. 민둥산에도 주변부에 비해 지반이 푹 꺼져 들어간 돌리네(구덩이)가 12개 이상 있다. 발구덕은 이러한 돌리네의 하나로 주로 고랭지채소가 재배되고 있다.
발구덕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길에 비해 시간은 갑절 가까이 걸리지만 조금 더 수월하고 재미가 있다. 발구덕까지는 50분쯤 소요되는데, 오른쪽으로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시원하다. 발구덕에는 돌배나무 아래 약수가 있다. 강원도라 그런지 약수가 더 차갑다.
▲ 솜털이불을 깔아 놓은 듯한 민둥산 억새꽃이 장관이다. | ||
그러나 오르고 또 오르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랐음을 감지하게 되는데, 그 지표가 바로 억새. 언제쯤 정상이냐는 불평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때쯤 억새 평원의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억새꽃이 만발한 민둥산은 벌써 월동준비를 하는 것인지 하얀 솜털옷을 껴입은 듯 보인다. 그 모양이 워낙 푸근해서 그 속에 몸을 던져 눕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민둥산 억새꽃은 잡풀이 섞이지 않아 다른 곳에 비해 더 곱다. 키도 훨씬 크다. 이곳의 억새꽃은 어른 키를 훌쩍 넘긴다. 그래서인지 억새꽃 속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도 간혹 눈에 띈다.
▲ 민둥산 은빛 억새밭은 사진을 찍는 오색의 관광객들로 또다른 ‘꽃’을 피우기도 한다. | ||
등산코스
① 증산초교 출발-발구덕-간이매점-민둥산 정상(1시간30분 소요. 발구덕을 거치지 않고 오를 경우 1시간10분)
② 증산초교-발구덕-정상-삼내 약수 방면-고병 계곡(2시간30분)
③ 하산시 민둥산 정상에서 화암약수 방면으로 갈 수도 있는데, 이 코스는 5시간쯤 걸리니 해가 빨리지는 늦가을, 겨울철에는 피하는 게 좋다.
가는 길
*자가용: 경부·중부고속도로 이용→호법 분기점→하진부 I.C 영동고속도→하진부 I.C→하진부(우회전)→6번 국도 이용→하진부→나전(우회전)→33번 지방도 이용→나전→정선→문곡 삼거리(좌회전)→무릉리→42번 국도, 33번 지방도 이용
* 철도: 태백선(청량리↔증산) 1일 7회 운행
문의
정선군청(http://jeongseon. go.kr) 033-562-3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