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도 사랑 20년 ‘찰칵’
제주를 ‘신비의 섬’이라 칭송을 아끼지 않는 외국인도 있지만 우리들 기억 속의 제주는 어디까지나 신혼관광지의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한 김영갑 갤러리는 고마운 존재다. 제주를 다시 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중문단지의 화려한 호텔이나 멋들어진 해변 드라이브가 아니더라도 제주라는 섬의 존재감을 진중하게 드러낸다.
김영갑 갤러리는 2001년 루게릭병과 투병하던 김영갑씨가 손수 기획하고 만든 사진 갤러리다. 그가 찍은 20만 컷 이상의 사진 중에 유명 관광지는 하나도 없다. 그는 20년간 제주에서 바다, 초가집, 돌담, 오름, 중산간 마을 등을 찍고 또 찍었다. 끼니를 연명하기 힘들 때조차 제주의 오름 위에서 사진에 매달렸고 제주를 보려고 애썼다.
▲ ‘두모악 갤러리’에 있는 조각상.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뜬 사진작가 김영갑씨의 분신 같다. | ||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으로 다시 태어난 폐교 ‘삼달초등학교’(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는 예상보다 찾기 어려웠다. 반복해서 길 안내가 등장하는 골프장에 비하면 제주에서 진짜 제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갤러리에 대한 안내는 참으로 무심하다.
길에 들어서서도 돌담 산책로에 가려 갤러리 건물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운동장에 미로처럼 쌓아올린 돌담이며 돌담 위의 희귀한 화산석과 조각상, 억새풀 등은 작가가 보았던 제주를 마치 미니어처로 꾸며낸 듯한 모습이었다.
김영갑 갤러리는 작지만 큰 갤러리다. 그 속에서는 늘 오름에서처럼 바람이 분다. 바다에서 부는 바람에 억새가 흔들리고 나무가 흔들리고 들꽃이 흐드러지게 웃고 있다. 사진을 본 사람들이라면 작가가 담아낸 제주의 모습이 결코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가 담으려고 한 진짜 제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러 제목을 붙이지 않은 사진들은 작가가 원했던 것처럼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이게 오름이라는 거야? 오름은 뭔데? 화산이라는 거야? 그럼 언젠가는 터지는 거 아냐?”
그가 죽음 앞에서도 매달렸던 갤러리 두모악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제주의 오름과 제주의 구름, 제주의 바람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정직하게 보여준다. 제주에 가든 가지 않든 김영갑 갤러리는 제주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자 마지막 걸음이 될 듯하다.
위치: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 갤러리 두모악 (www.dumoak.co.kr)
문의: 064-784-9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