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황톳길 솔향에 취하네
▲ 최치원이 세웠다는 가운루. | ||
안동과 이웃한 의성군 단촌면에는 속 깊이 숨은 큰 절이 하나 있다. 등운산(騰雲山·524m) 고운사(孤雲寺)라는 곳이다. 등운산이 구름을 오르는 산이란 뜻이니 고운사를 그런 식으로 풀이하자면 구름이 외로이 떠 있는 사찰이라 해야 할까. 하지만 고운사에 다녀온 사람들은 이 일대가 외로운 구름도 멈춰설 만한 아름다운 곳이라 입을 모은다.
고운사는 신라 문무왕 원년(서기 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였고 도선국사가 가람을 크게 일으켜 세웠다고 전해진다. 한때 조선불교 31총본산의 하나였을 만큼 큰 규모의 절로 지금은 조계종 제16교구의 본사로 의성, 안동, 영주, 봉화, 영양에 산재한 60여 사찰들을 관장하고 있다. 숨어 있는 듯한 입지 때문인지 당시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까지도 그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있다. 규모가 큰 사찰 가운데 사찰 입장료를 받지 않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고운사는 불교와 유교ㆍ도교에 모두 통달하였다는 신라 말기 학자 최치원과 인연이 깊다. 사찰 이름도 원래는 고운사(高雲寺)였다. 최치원이 여지ㆍ여사 양 대사와 함께 경내에 가운루(경북 유형문화재 제151호)와 우화루를 건축한 이후 그의 호인 고운(孤雲)을 빌어서 지금의 고운사(孤雲寺)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이다.
고운사 일주문까지의 3km 진입로에는 민가가 거의 없다. 계곡과 낮은 산자락을 끼고 일주문으로 달려오는 길에는 황톳길의 포근함과 솔숲의 잔향이 어우러져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 사천왕문. | ||
계곡 한가운데 자리 잡은 가운루는 최치원이 세웠다는 누각으로 전체적인 짜임새가 매우 아름답다. 가운루의 기둥은 삼척 죽서루의 누각 아래 모습처럼 길이가 제각각으로 계곡 바닥의 높낮이에 맞춰져 있다. 자연의 경외에서 비롯된 전통건축의 면모가 엿보인다.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아 예전의 아름다움을 머릿속으로만 그려볼 뿐이다.
가운루 뒤로는 우화루를 지나 본격적인 고운사의 가람들이 이어진다. 등운산에 기대어 있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명부전·삼성각·연지암·연수전·고운대암 등이 용왕당까지 길게 흐르고, 왼쪽 언덕 위에는 선방과 나한전이 있다.
대웅전 옆의 연수전 역시 눈에 띄는 가람 중 한 곳이다. 연수전은 조선 영조시대 왕실의 계보를 적은 어첩을 봉안한 곳이다.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던 곳으로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건축형태와 벽화를 볼 수 있다. 현재의 건물은 1902년(광무 6년)에 고종이 새로이 지은 것이다.
▲ 연수전.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 ||
★가는 길
중앙고속국도-의성나들목-5번 국도 의성읍 방향- 5번국도 단촌 방향-단촌면 사무소- 하화리- 후평교-구계리-고운사
★문의
고운사 (054-833-2324), www.uiseong.go.kr/nhome
★주변 볼거리
봉양 탑산온천, 점곡 사촌가로숲, 청송 주왕산, 안동 하회마을
박수운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