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마감 2주 넘게 남았는데 청와대가 발표한 건 이례적!”
김홍수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6일 온라인 라이브 방송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서 “국민들이 걱정하신 부분을 포함해 국가대표 선발과 관리 문제도 점검되도록 함께 살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적이나 결과보다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운영 방식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는 “김보름 선수와 관련된 따돌림뿐만 아니라 매스 스타트에서 주형준 선수와 박석민 선수에게 과거 페이스 메이커를 종용했던 사건까지 조사해야 한다. 정재원 선수의 이야기도 듣는 게 맞다”며 “다시는 한국 스포츠계에 불공정한 편애나 밀어주기가 나올 수 없도록 추천제를 없애고 근본적인 원인을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스 스타트 페이스 메이커 종용 및 거절 선수 불이익은 최근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주형준 선수가 인터뷰에서 터져 나왔다. 주형준 선수는 2월 25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관련 기사)에서 ”지난 삿포로 때에 백철기 감독이 ‘페이스메이커 해 볼 생각 없냐?’는 제의를 해 왔다. 혼란스러웠다. 난 내 실력대로 타고 싶었지만 제의를 거부하면 불이익이 생길까 두려웠다. 그래도 용기를 내 ‘페이스메이커를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제가 밀어줬던 선수와 1, 2위를 다투는 상황이 왔을 때 ‘발 내밀기’를 해서는 안 되나요?’라고 물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백 감독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형준 선수가 백철기 감독의 제안을 거절하자 경기에서는 주형준 선수보다 선발 기준인 5000m 기록이 더 낮은 선수가 출전했었다.
대형 국제대회에서 한국 매스 스타트 팀은 감독이 달라도 똑같은 페이스 메이커 작전을 대회 때마다 펼쳐왔다. 백철기 감독은 이끌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를 이끌었고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때에는 윤의중 감독이 대표팀을 꾸렸다. 작전은 감독 권한이지만 이제껏 작전이 변한 적 없었다. 상부의 지시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월 2일 MBC 아침발전소에 나온 박석민 옛 빙상 국가대표 선수
그 화살은 전명규 한체대 교수로 쏠리고 있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페이스메이커를 맡았던 박석민 선수는 2월 24일 ‘일요신문’과 만나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때 전명규 당시 빙상연맹 임원이자 한체대 교수가 나와 고태훈 선수에게 직접 ‘특정 선수가 4관왕을 하도록 돕고 체력을 비축하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명규 교수 지도 아래 있으면서 유일하게 전 교수의 직접 지시를 받았던 때가 이때였다”고 증언했다. (관련 기사)
전명규 교수는 당시 대표팀과 관련 없는 빙상연맹 임원이었다. 그가 직접 지시한 건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이 처음이지만 이제까지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매스 스타트 국가대표 팀의 작전은 변한 적 없었다. 더군다나 전직 스피드 스케이팅 감독 에릭 바우만은 “전명규 교수는 빙상연맹 밖에 나가 있을 때도 빙상연맹 관계자를 시켜 수시로 훈련을 방해하고 특정한 방해 지시를 내려 내 철학대로 대표팀을 운영할 수 없었다. 내가 그만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관련기사)
한편 청와대의 이런 발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은 청원 마감 뒤 30일 이내에 하도록 돼있다. 이 청원 마감기한은 3월 21일이다. 마감기한은 2주 넘게 남은 상황이다. 한 쇼트 트랙 국가대표 선수는 “우리 선수들이 정말 공정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도와주시길 간절하게 빈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