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문 법조인들이 말하는 이들의 형량은…“안희정, 최대 7년6월”
법조계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최대 7년6월의 징역을 예상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형법 303조에서 말하는 ‘업무상 위력 간음’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 성관계를 가진 것을 말한다.
안 전 지사의 처벌 수위는 혐의가 ‘강간’이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법무법인 ‘천일’의 노영희 변호사는 “김 비서는 ‘위계 등 간음’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고소를 했는데, 그래야만 성폭행 과정에서 ‘저항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이어 “김 비서는 안 전 지사를 강간으로 고소하지 않고 업무상 위력으로 고소했는데, 본인 스스로도 강간이라 생각하지 않고 둘만의 어쩔 수 없는 권력관계 때문에 저항할 수 없었던 것임을 주장하는 것 같다”며 “강간이나 상습강간이 인정될 경우 3년 이상 45년의 유기징역까지도 나올 수 있고 상습강제추행이 인정될 경우 15년까지도 가능하지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며 위계나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안 전 지사의 ‘상습성’이 인정되면 처벌은 더 무거워진다. 해당 형법에 따라 상습적으로 범한 사실이 인정되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돼 징역 7년6월까지 가능하게 된다. 일각에선 ‘정치인 가운데 최초 전자발찌’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범죄 사실이 어떻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다르다.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르면 1항 3에서는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하여(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를 포함한다) 그 습벽이 인정된 때’ 검사가 법원에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김 비서뿐만 아니라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두 번째 피해자도 나온 상황에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법원은 안 전 지사의 ‘상습성’을 인정해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법무법인 ‘우리’의 양제상 변호사는 “상습이라는 것은 (피해당한) 사람의 숫자가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범행을 수차례 저질러도 상습이 아닌 경우가 있으며, 범죄 횟수가 적어도 상습인 경우가 있다. 꼭 횟수에만 얽매이는 것은 아니며, 범죄의 경향에 따라 다르다”라고 해석했다.
정봉주 전 의원도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현직 기자 A 씨는 “2011년 정 전 의원이 호텔로 불러 키스를 시도하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사건의 시점 때문에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간과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은 모두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였으나 2013년 6월 19일부터 친고죄 규정이 폐지됐다.
2011년에 일어난 정 전 의원의 의혹은 친고죄에 해당되는데, 성폭력 사건은 범인을 알게된 날로부터 1년 안에 고소해야 하지만, A 씨는 이를 신고하지 않아 소추요건을 상실한 셈이다. 따라서 성범죄의 공소시효가 10년임에도 불구하고 친고죄 조항 때문에 정 전 의원을 현실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A 씨가 정 전 의원을 고소할 수 있다 할지라도 두 사람의 치열한 다툼에 따라 법원의 판결은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은 안 전 지사와 다르게 의혹을 철저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A 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날짜인 2011년 12월 23일 자신의 행방과 동선, 만난 사람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정 전 의원은 위력 또는 위계에 의한 성추행 의혹이 있지만, 당시 대학생과 전직 의원이던 관계에서 지위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기 때문에 (만약에 혐의가 인정된다면) 단순 강제추행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비례대표를 지냈던 이만우 전 의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폭행하려다가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7일 이 전 의원을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시켰다.
노 변호사는 “강간치상은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이며, 공소시효가 15년이며 (피해 당사자의) 고소도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도 “강간도 형량이 굉장히 무거운데 강간치상은 더욱 엄중하게 다루는 편이다. 높은 형량이 내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병호 함평군수도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3명의 여성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집무실 등에서 안 군수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군수는 “음해성 보도이며 사실무근이고, 허위사실을 조작해 저를 음해하려는 세력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군수는 정 전 의원과 다르다. 안 군수 의혹이 사실이라면 사건은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19일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고소 기한에 제약이 없어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피해 여성이 3인이라면 ‘상습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