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도 반한 영화촬영 1번지
▲ 부안영상테마파크 전경과 변산반도 최고의 낙조 명소로 꼽히는 솔섬의 해거름녘 풍경(아래). | ||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다. “저기가 거기 맞지?” 옆 사람에게 확신에 찬 어조로 확인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왕의 남자> 촬영지 부안영상테마파크의 요즘 풍경이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에 자리한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조선시대 중기의 한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사극종합 촬영장. 4만5천 평 부지에 왕궁 24동, 기와민가 11동, 한방촌 15동, 공방촌 17동 성벽 2백m, 정자 연못 등 조선시대 왕궁과 양반촌, 저잣거리가 완벽히 재현돼 있다. <태양인 이제마>를 시작으로 <불멸의 이순신>, 최초의 추리사극 <별순검>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테마파크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양반촌이 오른쪽으로는 저잣거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발길은 서슴없이 멀리 정면에 보이는 왕궁으로 향한다. 연산군과 녹수, 공길의 팽팽한 삼각관계가 연출된 곳. 인정전이 중앙에 자리하고 좌우로는 별궁들이 들어서 있다.
인정전 앞마당은 광대패들의 공연이 벌어졌던 곳이다. 그 사실을 각인이라도 시키듯 곳곳에 영화의 스틸 컷을 전시해 놓았다.
테마파크 관람의 재미는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연산군처럼 활을 쏴보기도 하고 말타기도 체험할 수 있다. 양반거리 입구에 활터가 마련됐는데 처음 당겨보는 활시위에 어깻죽지가 뻐근하지만 사람들은 마냥 신기해한다.
빼놓을 수 없는 체험거리 중 하나는 촬영의상을 직접 입어보는 것이다. 연산과 녹수의 의상이 준비되어 있다. 녹수처럼 머리를 올리고 연산처럼 왕의 모자를 쓰고 영화 대사를 읊조리는 관람객들.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표정이다. 성곽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2백m 길이의 성곽 위에 서면 테마파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 마치 시간이 조각한 예술품 같은 전경의 채석강. 아래 사진은 아름다운 산책길로 소문난 내소사 전나무숲길 | ||
굳이 촬영지로서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도 훌륭한 여행지가 바로 격포항 주변이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사이로 오가는 배들의 모습이 한가로운 격포항은 이미 봄이 시작됐다. 서해안에서도 물이 맑기로 유명한 이곳 앞바다는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일렁인다.
격포항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채석강과 적벽강이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이 기암절벽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외마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채석강은 당나라의 이태백이 놀았다는 장소와 꼭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따왔다.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절벽이 높이 솟아 있는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채석강에는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한 해식동굴들이 여러 개 있다. 수만 년 세월에 걸쳐 파도가 절벽의 약한 부분을 파헤쳐 만든 동굴들. 이 속에서 보는 서해낙조가 일품이다.
채석강에서 1km 정도 백사장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적벽강에 이른다. 붉은 색 암반과 형형색색의 수석이 깔려 있고 높은 절벽과 동굴 등 채석강 못지않은 절경지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로도 알려진 내소사도 여기서 멀지 않다. 30번 국도를 따라 20분쯤 달리면 전나무숲길이 아름다운 내소사다. 매표소에서 일주문까지 6백m가량 이어진 전나무숲길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산책로다. 가슴의 묵은 때까지 씻어주는 청량함이 숲길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진다.
숲길을 지나 닿은 내소사는 흑백사진처럼 다소곳이 앉아 있다. 여느 사찰처럼 화려한 단청도 없고 위압적인 건물도 없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내소사는 전혀 치장을 하지 않은 모습이다.
능가산 가선봉 기슭에 자리한 이 사찰은 백제 무왕(633년) 시절 지어진 유서 깊은 사적지다. 그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보물들이 이 사찰에 있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동종과 3층석탑이 내소사 마당에 자리하고 있고 꽃살무늬로 유명한 대웅전이 그들을 굽어보고 있다.
탑돌이 하는 사람들과 바람에 딸랑거리는 풍경소리가 어우러진 내소사의 오후는 지극히 평화로운 모습이다.
▲ 서해바다에서도 맑기로 유명한 격포항. 오른쪽으로는 채석강과 적벽강이 접해 있다. | ||
낙조대의 절경은 동해안 낙산의 일출과 함께 양대 절경을 이룬다. 전망이 좋아 변산 일대가 한눈에 조망된다.
그러나 이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1시간여의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조금 더 편하게 서해낙조의 진면목을 감상하려거든 솔섬으로 가보자.
도청리 전라북도학생해양수련원 앞에 있는 솔섬은 변산반도 일원에서 알아주는 일몰 명소다. 2백 평 정도 될까. 자그마한 섬에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어서 솔섬이다. 해거름녘 솔섬이 실루엣을 바다에 드리우고 그 주변에 떠 있는 조그마한 배들은 마치 바다에 박힌 듯 미동도 없다. 해는 섬 뒤로 재빠르게 숨는데 이때 그 주변의 하늘색깔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변산반도의 경치에 배부르더라도 진짜 맛만은 놓치지 말자. 먹을거리가 가득한 곳이 또한 부안이다. 이제 곧 주꾸미철이 시작된다. 격포, 궁항, 모항 등지로 가면 쫄깃한 주꾸미를 실컷 맛볼 수 있다. 부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백합죽, 바지락죽도 일미다. 향토음식으로 지정된 꽃게장은 인근 곰소항의 천일염을 사용해서 맛이 달다. ‘게장은 밥도둑’이라는 말처럼 게장 하나에 어느새 밥그릇이 쌓여만 간다.
[여행 안내]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30번 국도→부안 ▶ 호남고속도로 정읍IC→29번 국도→부안
★숙박: 변산해수욕장, 격포항 주변으로 숙소가 많아 걱정이 없다. 모항 언덕에 자리한 ‘모항레저’(063-584-8867)은 전망이 좋다. 변산온천장(063-582-5390)에서는 전국 유일의 해변온천을 즐길 수 있다.
★먹거리: 부안은 먹거리도 풍부하다. 싱싱한 횟감도 좋지만 특히 백합죽과 꽃게장백반은 꼭 먹어봐야 할 음식. 계화도 돈지 연안에서 채취되는 백합은 횟감으로나 구이로도 좋지만 죽으로 요리하면 더욱 맛있다. 부안군 신기리에 있는 계화회관(063-584-3075)의 백합죽이 유명하다. 6천원.
꽃게장은 알이 꽉 차고 살이 단단한 최상품 꽃게들로 엄선한 요리. 변산해수욕장 앞 변산횟집(063-581-2824) 꽃게장 1만5천원(1인분).
‘봄 주꾸미 가을 낚지’라 했다. 3월이면 주꾸미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격포, 궁항, 모항에 가면 싱싱한 주꾸미를 실컷 맛볼 수 있다.
★문의: 부안군청 문화관광과(http://www.buan.go.kr) 063-580-419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