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엔 없는 손맛으로 ‘찰칵’
▲ 로모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유저. | ||
얼마 전 서울 대학로 자유빌딩 텐바이텐 갤러리에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의 손에는 작고 귀여운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마치 장난감 같은 카메라다. 그들은 과연 있기나 한 것인가 싶은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서 셔터를 눌러댄다. 그중 맨 앞자리에 앉은 한 젊은 남자가 탁자를 두드리며 시선을 집중시킨 후 좌중을 향해 말했다.
“어때요? 아주 허술하죠?”
우리나라 로모LC-A 카메라 최초 유저(사용자)인 안욱환 씨(31)는 ‘그사람’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하다. 벌써 햇수로 8년째 로모카메라와 인연을 맺어왔고 현재는 관련 강의도 하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카메라지만 엄청난 매력을 지닌 카메라가 로모LC-A라는 게 안 씨의 생각이다.
로모LC-A는 ‘KGB 카메라’로 알려져 있다. 구 소련에서 1983년 첫 생산된 이후 KGB 요원들이 첩보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크기는 107(가로)×68(세로)×43.5(폭)㎜로 아주 작다. 로모카메라는 러시아의 페테르부르그(옛 레닌그라드)에서 생산된다. 로모(Lomo)는 ‘레닌그라드 광학기계 공동체’(Leningrad Optic-Mechenic Union)의 러시아식 표기 약자. 렌즈는 32㎜(2.8f) 단 한 개. 렌즈 교환도 안 되고 줌 기능도 없다 보니 무조건 발품을 팔아서 거리를 조절해야 한다.
로모는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 전혀 대접을 받을 수 없는 카메라다. 그런데 왜 사람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해 안 씨는 “아날로그적 매력이 너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 로모카메라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는 ‘그사람’ 안욱환 씨(위)와 작고 귀여운 로모카메라. | ||
이런 수고스러움은 결과물로 보상받는다. 예술적이고 몽환적인 작품이 로모 사진의 특징. 로모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색과 명암의 대비가 강하고 중심이 밝은 대신 주변부가 어둡다. 이 때문에 일반 카메라와 달리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디지털에 비해 피사체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고민도 수반된다. 그렇기에 로모는 특별하지 않지만 로모를 사용하는 사람은 로모를 사용하는 순간 특별해진다.
많은 로모 유저들은 ‘로모월’에 도전한다. 로모월은 여러 장의 똑같은 사진을 조합해 만드는 사진 모자이크화로 일종의 팝아트라고 할 수 있다. 안 씨는 영화제작업체의 의뢰로 영화포스터를 로모월로 제작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로모월을 냉장고나 벽, 창문 등에 붙임으로써 인테리어효과를 줄 수도 있다.
로모카메라는 로모코리아(http://www.lomo.co.kr) 등을 통해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다. 구입비용은 29만 원 선. 동호회를 통해 촬영 등 관련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뭔가 색다른 취미를 갖고 싶거나 자신에게 과거 회귀 본능이 꿈틀거림을 발견한다면 로모 그 허술하지만 멋진 카메라의 매력을 탐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문의: ‘그사람’의 홈페이지(http://www.gsaram.com)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