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으면 머릿속까지 ‘맑음’
▲ ‘새천년비자나무’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 | ||
제주에서 성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김녕과 월정리를 지나 평대리라는 조그만 어촌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다시 송당리 방향으로 길머리를 틀어 자동차로 5분쯤 달리면 비자림이라는 입간판이 눈에 띈다. 44만 8165㎡ 면적에 500~800년생 비자나무 2570그루가 밀집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천연의 숲이다.
비자나무는 키가 낮은 것이 5m에서 높은 것은 14m 이상. 가장 큰 비자나무는 성인 네 사람이 껴안아야 될 정도로 거대하다.
이곳에 비자나무숲이 조성된 경위는 정확하지 않다. 신들의 고장으로 불릴 만큼 무속신앙이 다양하게 뿌리내린 제주에서 비자 종자는 마을의 무제(巫祭)에 사용돼 왔는데 이 종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숲을 이룬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비자림은 199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산책로 등을 재정비한 후 사람들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른 나무들과 달리 비자나무의 향은 독특하다. 마치 허브향처럼 알싸한 것이 머리를 개운하게 하는 효과가 커서 삼림욕하기에 더 없이 좋다.
비자림 산책로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송이’를 깔아 놓아 더욱 특색 있다. 송이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화산재의 일종. 색깔이 붉고 밟으면 퍼석거리면서 으깨진다. 1년쯤 지나면 사람들의 발길에 모두 부서져 흙처럼 고운 가루가 된다. 때문에 송이 까는 작업은 매해 반복된다. 송이는 수분 흡수력이 좋아 비오는 날에도 산책로가 질퍽거리지 않는다.
넉넉하게 잡아 한 시간이면 비자림 산책이 가능하다. 산책로의 중심에는 새천년비자나무가 있는데 이곳에서 가장 큰 나무다. 21세기 북제주군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나무로 수령 813년, 키 14m, 둘레 6m에 이른다. 제주도의 모든 나무 가운데 최고령을 자랑한다.
비자림은 지정된 산책로 이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 출입이 금지된 곳에는 제주도의 대문 기능을 했던 정주석과 정낭이 설치돼 있다. 정주석은 나무를 끼워넣을 수 있도록 마당 출입구 양 옆에 세우는 돌 조각이고 정주석에 끼워넣는 나무가 바로 정낭이다. 이곳저곳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숲의 보호가 먼저니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가는 길: 제주시에서 성산 방향으로 조천, 함덕, 김녕을 지나 평대리까지 간다. 평대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송당 방향으로 우회전 5.5km를 달리면 좌측에 비자림 입구.
★문의: 북제주군청(http://bukjeju.go.kr) 064-741-0208, 북제주군 관광지 관리사무소 064-783-3857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