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년 품은 바다 곁에 그리움의 꽃 ‘무더기’
▲ 한 폭의 그림 같은 신두리 해변. 이곳 근처에는 아름답고 전망 좋은 펜션들이 들어서 있다. | ||
해당화는 ‘그리움의 꽃’이다. 한 번도 꽃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그리움의 감정을 느낀다. 해당화는 우리나라 중·북부 지방의 바닷가 모래땅에서 무리를 지어 자라는 꽃으로 다 자란 나무의 높이가 1.5m 정도로 작은 편이다. 꽃은 5월 초에 피기 시작해 7월 중순까지도 자태를 자랑한다.
한때 어느 바닷가를 가든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해당화는 관절염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거의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하지만 신두리 해변에 가면 대단위 해당화 군락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갑다. 이곳에 해당화가 아직 훼손되지 않은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해안사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함부로 식생을 채취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1만 5000년에 걸쳐 바람에 의해 쌓인 모래 언덕. 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북서풍에 날려 마치 사막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모래언덕이 만들어진 것이다. 길게 늘어선 백사장을 따라 모래언덕을 이루고 있는데 그 폭이 짧게는 500m에서 길게는 1.5k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전사구, 사구습지, 초승달 모양의 사구인 바르한 등 다양한 지형들이 잘 발달되어 있다. 간혹 다른 지역에서도 사구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 면적 면에서 신두리가 최고일 뿐 아니라 사구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시간의 마술’인 사구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수시로 모양이 바뀐다. 바람이 거세게 불 때는 모래 입자들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밖에도 이곳에서는 금개구리, 갯완두 같은 멸종위기 희귀 동식물들도 종종 눈에 띈다.
▲ 여름을 알리는 그리움의 꽃 해당화가 신두리해변에 곱게 피었다. 해당화는 신두리해변에 대단위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5월 중순부터 7월까지 감상할 수 있다(위), 신두리해안사구 주변에는 오리들이 무수히 많다. | ||
해당화는 해안사구 주변에 대단위 군락을 이루며 피기 시작했다. 아직은 꽃들이 만개하지는 않은 상태. 그러나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5월 중순을 넘어서면 이 일대는 붉은 해당화의 물결로 가득 찬다.
해당화는 수줍게 사람들을 반긴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홑겹의 연분홍 꽃은 파란 바다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아름다움을 뽐낸다.
신두리 해변은 해안사구뿐만 아니라 드넓은 백사장과 깨끗한 바다를 품고 있는 곳이다. 보통 서해의 바닷가는 동해에 비해 물이 탁하게 마련. 그러나 신두리는 동해바다 못지않은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길이가 4km에 달하는 백사장은 썰물 때에는 폭이 500m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이곳은 한여름에도 ‘사람공해’가 별로 없다. 붐비는 해변을 좋아하는 이들보다 한적한 곳에서 마음을 쉬다 가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곳인 셈이다.
요즘 신두리 해변은 또 다른 비경으로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한껏 기온이 올라가는 한낮 해안까지 밀려왔던 바닷물이 멀리 빠져나가면 고운 백사장이 드러나는데 이때 눈을 의심케 하는 물안개가 해변에 짙게 깔리는 것이다. 호수에서나 볼 수 있는 물안개를 바다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물안개는 2시간여 동안 지속된다.
신두리 해변 근처에는 염전과 소근진마을이 있다. 한여름 땡볕이 담기면 허옇게 변하는 염전에는 아직 바닷물이 가득 차 있다. 얼핏 모내기를 하기 위해 논에 물을 대어 놓은 것인가 착각이 들지만 조그마한 나룻배와 쓰러질 듯 서 있는 소금창고가 염전임을 말해준다.
소근진마을은 조선조 때까지만 해도 1만 호의 가구가 모여 살던 대규모 부락. 그러나 당시의 영화는 어디로 가고 지금은 10여 채만 남아 마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조개를 줍는 여행객. | ||
신두리에서 빠져나와 인근의 바닷가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남쪽으로 길머리를 돌려 천리포 만리포 등의 바닷가로 향하는 것도 괜찮지만 북으로 길을 달리면 학암포라는 아주 멋진 풍경의 포구와 바다가 나타난다. 학암포 가는 길은 드라이브코스로도 제격이다. 붐비지 않는 이 길에는 활짝 만개한 유채꽃과 철쭉 등이 길가에 피어 있다.
학암포는 이름부터 빼어난 서정미를 자랑하는 곳이다. 학이 노니는 바위(학바위)가 있는 포구라는 뜻으로 포구 앞에 길게 뻗은 바위섬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학바위는 물이 빠지면 걸어서도 갈 수 있는데 이곳에는 소라와 게, 굴이 지천이다. 백사장은 신두리처럼 곱고 길이도 2km로 긴 편이다.
이곳에는 특히 낙지가 많다. 모래사장과 개펄이 공존하는 특이한 해안구조를 지녔기 때문이다. 해변의 반은 모래사장, 그리고 반은 개펄이다. 학암포 주민들은 썰물이면 삽 한 자루와 망태기를 짊어지고 개펄로 나간다.
학암포는 우리나라에서도 알아주는 일몰 명소다. 학바위 뒤로 떨어지는 붉디붉은 해를 촬영하기 위해 전국의 사진가들이 몰려든다. 학바위 뒤로 멀리 보이는 장구섬, 소리섬, 여뱅이(섬) 등이 일몰시에 멋진 조연 역할을 한다.
[여행 안내]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32번 국도-서산 방면)→서산→태안(603번 지방도)→원북(634번 지방도-좌회전)→신두 3리 (신두리 해수욕장)
★숙박: 신두리해수욕장에는 최근 들어 깨끗한 펜션이 속속 생기고 있다. ‘샌드힐펜션’(041-675-3102), ‘하늘과바다사이’(041-674-6666) 등은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먹거리: 요즘 학암포나 구례포 등에 가면 낙지를 잡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 낙지를 시원한 박속과 함께 끓인 박속낙지탕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원북면 반계리에 있는 ‘원북박속낙지탕’(041-672-5017)이 유명하다.
★문의: 태안군청(http://www. taean.go.kr) 041-670-211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