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일선 기관들 운영 ‘봉사망’ 불법 성매매…검열 안 받으면 나에게 도전하는 것”
현재 북한 당국은 일선 기관들이 운영하는 영업소들의 불법 성매매 영업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기야 김정은은 지난 2016년 특단의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운데 문서는 김정은 친필 지시문 중 발췌한 것.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필자가 입수한 문서는 ‘봉사망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퇴폐적이고 변태적인 행위들을 없애기 위한 투쟁을 강도 높이 벌이기 위안 대책안’이란 제목이다. 문서는 2016년 9월 9일 김정은의 ‘친필 지시’ 집행 대책 안으로 발간됐으며 이는 각 하부 조직들에 하달된 것으로 파악된다.
참고로 이 문서를 이해하기 위해선 몇 가지 살펴볼 부분이 있다. 현재 북한의 당 및 군 기관, 근로단체조직 등 정권 기관들은 각각 식당과 술집, 음료점, 목욕탕 등 수익사업 목적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편의 영업점들을 북한에선 대개 봉사기관이라 칭하며 이를 한데 묶어 ‘봉사망’으로 부른다.
앞서 문서 제목에서 칭하는 ‘봉사망’은 이들을 가리킨다. 이 문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 ‘봉사망’의 상황은 이러하다. “당적으로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도덕기강을 세우기 위한 사업을 당 및 근로단체조직들과 정권기관, 법기관들에서 조선로동당 위원장 동지(김정은을 일컬음)의 말씀과 지시 집행을 위한 사업을 일관하게 틀어쥐고 내밀지 않고 있는 데로부터 최근 봉사기관들에서 비법적인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의 건전한 도덕기풍 생활기풍을 흐려놓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즉, 일선 간부들이 영업시설 내 성매매 행위 등에 방관하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며, 이는 곧 김정은의 지시 집행에 반하고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이 문서에선 그 현상에 대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특히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나타난 ‘성 비위’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와 관련해 함흥시 책임일군들이 산하 봉사기관들의 돈벌이에만 열을 올릴 뿐, 비법적인 봉사활동을 못하도록 장악 및 통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책임일군들은 봉사기관 소속의 봉사원뿐만 아니라 외부 여성들까지 끌어들여 퇴폐적이고 변태적인 ‘봉사’를 하게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식당과 청량 음료점을 비롯한 일부 봉사기관들에서 개별방, 안마방, 찜방들을 이용하여 야간봉사를 비롯한 비법적인 봉사활동들을 하면서 매음·도박행위 등 퇴폐적이고 변태적인 행위들을 조장시키고 있으며 봉사원들이 색정적이고 추잡한 행위로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봉사기관들에서 사회주의제도의 영상을 흐리게 하는 현상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 문서는 현재 북한 내 각 기관이 운영하는 각종 시설 및 영업점에서 성매매와 도박 등 불법영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물론 이러한 시설을 운영하는 곳도 각 기관들이지만, 이를 이용하는 이들 대부분도 어느 정도 지위와 금전적 여유가 있는 간부급 인사들이다.
실제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도시는 물론 작은 시나 군 단위에 위치한 봉사기관들에서 성매매나 도박영업, 심지어 마약 거래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평양과 신의주는 물론 평성, 청진, 함흥, 혜산, 사리원, 남포, 개성 등 굵직한 도시 내 시설들에서 심각한 비위 행위들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일선 감시·수사 기관들의 단속도 있겠지만, 적절히 뒷돈을 주고 챙기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중대한 단계까지 왔다는 것이다. 김정일 시대만해도 북한 내 이 같은 조직적인 퇴폐·변태 영업이 두드러지진 않았다고 한다. 최근 이 같은 영업 및 세태들이 음지화되면서 문제가 커진 셈이다.
평양만 해도 이러한 성매매 영업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개선청년공원이나 문수물놀이장, 평양국립연극극장 등 같은 유흥오락시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서평양역, 간리역, 평양역 뒷면 평천동 일대 등의 대기소(장거리용 서비차들이 기다렸다 각 지방으로 떠나는 모임장소)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 인근 숙박업소들이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곳이다.
특히 양각도호텔, 고려호텔, 대동강호텔, 윤이상음악당 지하식당, 청류2관, 향만루 등은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평양시의 간부급 인사 및 돈 많은 ‘전주’들은 물론 지방에서 평양으로 놀러온 ‘촌부자’들이 한 번씩은 들러보는 코스로 통한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09년 11월 화폐개혁 이후 북한 일선 기관들의 영업점이 주축이 된 성매매 영업은 점차 조직적으로 산업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앞서의 지시 문서를 통해 강력한 대책안을 하달했다. ▲첫째, 중앙당 집중 요해 검열을 진행할 것 ▲둘째, 집중 요해 검열 과정에서 자기 단위의 특수성을 운운하면서 검열을 성실히 받지 않는 것에 대해선 김정은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고 끝까지 추진할 것 ▲셋째, 이는 오는 10월까지 집중적으로 진행할 것 ▲넷째, 문제가 발각될 경우 영업 중지·폐업 조치 등 강력한 대책으로 적극 추진할 것 등이다.
이처럼 김정은은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 봉사기관들의 성매매 등 비위 행위에 대한 처단을 적극 주문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