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숲길 사이로 둘만의 ‘연가’
▲ 자전거를 타고 섬을 일주하는 것도 색다른 추억거리다. | ||
청평댐이 북한강물을 가두면서 섬이 된 나미나라공화국에 가려면 ‘입국절차’를 밟아야 한다. 나미나라 출입국관리소에서 여권이나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여권은 1년 단기와 평생 여권이 있다. 단기여권은 1만 3000원으로 1년간 자유롭게 나미나라공화국에 드나들 수 있다. 평생여권은 9만 9000원. 이 여권을 제시하면 평생 언제든지 공화국에 방문할 자격이 주어진다. 여권이 없는 사람은 단수비자를 받으면 된다. 비자는 당일 입장권 대신이라고 보면 된다.
나미나라공화국에는 국가(國歌)가 따로 있다. 강우현 ‘공화국 대표’((주) 남이섬 대표)가 작사하고 영화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작곡한 중국 음악가 류홍쥰이 맡아 화제가 됐다. 초대 대사도 탄생했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한국 주재 대사인 조란 벨리치. 평균 1개월에 한 번꼴로 남이섬을 찾는다는 그는 섬 중앙에 자리한 ‘베오그라드 무대’에 직접 간판글씨를 쓰기도 했다.
나미나라공화국의 건국이념은 ‘동화의 나라 노래의 섬’. 어린이와 가족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동화 속 나라 같은 곳, 자연의 해맑은 소리에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섬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동화의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는 단호히 금지하고 시설물들은 과감히 교체했다. 노래를 크게 틀어 다른 사람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 아무리 이익을 가져다줄지라도 ‘건국 정신’에 위배되는 시설물들은 모조리 공화국 밖으로 밀어냈다.
그로 인해 공화국은 크게 정숙해졌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보다 부각되었다. 남이섬의 삼색 숲길은 이전보다 더 편안하고 여유로워졌다.
공화국 선착장을 따라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강변산책로는 전나무숲길이다. 20여m 높이의 나무들이 사열하듯 2열종대로 길게 늘어서 있다. 섬의 끄트머리까지 2.5km가량 뻗은 이 길 옆으로는 북한강이 찬란한 햇빛에 부서지며 눈부신 몸체를 드러내고 있다.
▲ 유니세프홀에서 열리고 있는 체코 그림동화전과 책을 이용한 조형물이 눈에 띄는 ‘북아일랜드’, 토우명인 진흙인형 초대전과 상형문자 회화전이 열리고 있는 중국관(위에서부터). | ||
메타세쿼이아길을 지나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은행나무길이다. 이 길은 150m쯤 이어지다가 다시 강변산책로에 연결된다. 은행나무 역시 그 이파리 색깔이 메타세쿼이아처럼 연한 녹색. 다만 나무의 크기가 작아 보다 포근한 느낌이다.
나미나라공화국은 예전에 비해 즐길 거리가 훨씬 풍부해졌다. 일반 이륜자전거나 가족용 사륜자전거를 타고 섬 일주를 하거나 전동이륜차를 탈 수도 있다. 곳곳에 펼쳐진 드넓은 잔디밭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뛰노는 공간. 공놀이를 하거나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외에도 지상 3m 높이에 설치된 레일 위를 달리는 하늘자전거와 섬 순환열차도 놓치면 후회할 즐길 거리. 곳곳에 자리한 물놀이시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수상보트를 타고 섬 일대를 질주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수 배를 저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여럿 있다.
노래박물관은 ‘노래의 섬’을 표방하는 공화국의 대표적 명소. 노래박물관에는 가요전시관, 악기 체험실, 녹음실, 야외무대 등 관련 시설과 레스토랑 등의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어 문화체험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가요전시관에 들어선 ‘명예의 전당’에는 시대별 자료 전시와 함께 길옥윤, 김정구, 남인수, 박시춘, 반야월, 신중현, 이난영, 이철, 전수린, 현인 등 명예의 전당 등록자 40인의 프로필이 소개되고 있다.
60~70년대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그 때 그 시절’ 전시회 등 재미있는 볼거리도 많다. 하지만 지금 나미나라공화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 책나라 축제’는 그 어느 것보다 더 즐겁다.
메인전시관인 ‘북아일랜드’(책으로 이뤄진 섬)에는 참가국의 유명 동화 작품들이 진열돼 있다. 다소 조붓하게 마련된 각 나라의 부스에는 각종 흥미로운 그림동화책들이 아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메인이벤트관의 일반 전시와 달리 유니세프홀 등에서는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체코 그림동화전’과 ‘그림책 원화공모 입상작전’이 그것이다. 이 두 전시는 단순히 동화의 이해를 돕는 그림의 수준에서 벗어나 예술적 가치까지 느끼게 한다. 삽화에 지나지 않지만 어린이들의 눈과 마음을 자극할 상상력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전혀 유치하지 않은 수준 높은 작품들이다.
축제기간 중에는 어린이 입장객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6세 미만 어린이가 ‘안 보거나 다 본 동화책 세 권’만 가져오면 그 어린이는 남이섬 입장료와 왕복 배삯이 면제된다. 어린이야말로 나미나라의 최대 귀빈이기 때문이다.
[여행 안내]
★가는 길: ▶자가용: 서울(46번 국도)→구리 도농삼거리→마석→대성리→청평→가평에서 남이섬 이정표 따라 우회전 ▶기차: 서울 청량리역에서 경춘선 탑승 후 가평역에서 하차. 가평역에서 남이섬까지는 택시로 10분.
★숙박: 강변산책길을 따라 ‘오막별장’, ‘후리지아별장’, ‘투투별장촌’, ‘남이호텔’ 등 숙박시설이 늘어서 있다. 예약 관련 문의는 남이섬 서비스센터 031-582-5118.
★먹거리: 남이섬 내에 ‘밤나무식당’, ‘섬향기’ 등의 식당이 있다. 밤나무식당(031-582-9319)은 얼큰한 김치국밥과 독일식 숯불구이소시지가 유명하다. 섬향기(031-581-2189)는 춘천닭갈비집. 숯불화로에 닭고기를 직접 구워먹는 손수닭갈비 맛이 일품. ‘아일레나’, ‘연가카페’ 등은 산책길에 잠시 머물며 차 한잔 하기 좋은 곳.
★문의: 남이섬(http://www.namisum.com) 031-582-511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