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그림자 지우고 그리움 키운다
▲ 박정희 전 대통령 30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한 박근혜 전 대표. | ||
그럼에도 ‘민감한’ 시기에 직접 유족 인사말을 읽기로 마음먹은 것은 ‘서거 30주기’라는 의미가 남달랐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장녀인 내가 직접 (인사말을)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일까.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기에 박 전 대표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이 남긴 긍정적인 자산뿐 아니라 부정적 자산 모두 박 전 대표의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대선 당시에도 ‘독재자의 딸’이라는 태생적 한계에 대해 경쟁 후보로부터 여러 차례 공격받기도 했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번 추도식에서 ‘아버지’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추도식 준비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아버지’라고 언급한 대목은 박 전 대통령 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들에게도 친근함을 느끼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박 전 대표는 ‘아버지의 꿈’을 언급하며 자신의 대권 구상과도 연관 지었다. 박 전 대표는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다”며 “아버지는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하셨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복지국가’는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 전략으로 구상하고 있는 화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못 다 이룬 꿈을 자신이 이루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박 전 대표에게는 호재다. 얼마 전 ‘리서치 앤 리서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8%가 ‘지금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했고, ‘우리나라 발전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전직 대통령’으로 박정희(75.6%), 김대중(12.9%) 노무현(4.4%) 이승만(0.6%) 김영삼(0.5%) 순으로 꼽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긍정적이라는 점은 박 전 대표에게도 플러스 요인이라는 평가다. 이 설문에서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로 추진력과 리더십, 비전, 헌신성, 서민적 풍모를 많이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여론은 차기 대선에서 박 전 대표가 아버지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금보다 희석시킬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오랜 기간 박 전 대표 측이 이미지 전략으로 고수하고 있는 ‘육영수 여사의 어머니상’도 이와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정희 리더십’을 최대한 활용하고 여기에 육영수 여사의 ‘어머니상’을 더한다면 차기 대선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이 더 이상 흠으로만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