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은 제도를 무시한 ‘냅스터’가 아닌 시스템 안에서 발전한 ‘스포티파이’ 모델”
미국 기업형 블록체인 솔루션 기업 ‘리플’은 1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앞서와 같이 말했다. 리플은 탈중앙화를 통해 기존 시장과 맞서는 ‘비트코인’과 달리 시스템 안에서 발전하겠다는 비전을 선보였다.
세계 3대 암호화폐로 꼽히는 ‘리플’의 최고경영자 브래드 갈링하우스가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다. 박은숙 기자
2009년 1월 만들어진 리플은 비트코인과 달리 목적이 코인에 있지 않다. 리플은 핀테크를 위해 만들어진 결제 프로토콜입니다. 분산 금융 기술을 사용한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국제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 저렴한 국제적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즉시 정산 체결 시스템으로 위험도가 적다. 엄밀히 따지면 리플과 리플이 사용하는 XRP는 다르지만 발행된 총 1000억 개 XRP 중에서 리플이 600억 개를 보유하고 있어 흔히 둘을 같게 본다. 시중에는 리플이 가진 600억 개를 제외한 400억 개만 유통되고 있다.
갈링하우스 CEO는 “과거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이 성장했던 것과 블록체인은 대단히 유사한 진화 과정을 겪고 있다”며 “지금까지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자유롭게 이동하듯, 앞으로는 가치가 자유롭게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말 미국 ‘블룸버그’에서는 ‘은행권에서 XRP 사용에 관심이 없고 리플이 사용하는 기술에만 관심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리플에 안 좋은 보도가 나올 때마다 XRP 가격은 출렁였고 사람들은 ‘리또속’(리플에 또 속았다)을 외쳤다. 갈링하우스 CEO는 현재 급격하게 빠진 XRP 가격을 묻는 질문에 리플 측은 가격 전망을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리플이 시도하는 계획이 성공한다면 3년에서 5년 정도 후 전망은 괜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빈자리 없이 기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특히 약 50분에 가까운 질문 시간 동안 한 명당 한 번으로 제한된 질문을 받았지만 여전히 질문을 하지 못한 기자들이 손을 들었다. 투자자 사이에서도 암호화폐에 관한 궁금증이 넘쳐나는 상황과 같았다.
―올해 초 한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 이후 급격한 시세 등락이 있었다. 한국 정부의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각종 ‘디지털 자산’의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은 아직 디지털 자산이라는 시장 자체가 청소년기에 있고, 짧은 시간에 큰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기업이 보호되기 위해서는 분명히 규제가 있어야 된다는 점은 동의한다. 각종 ICO(암호화폐 시장 공개)에 대해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사기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사려 깊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퍼블릭(공개형) 블록체인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문제를 한 가지가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XRP 역시 금융기업 간의 문제를 돕기 위해 시작했다. 결국은 퍼블릭이냐 프라이빗이냐는 차이를 따지기보다는 우리가 블록체인을 가지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맞다. 초창기 리플도 퍼블릭 블록체인 방식으로 결제를 처리했을 때 주위의 우려가 많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떠한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하느냐에 달렸다.”
―리플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좋은 질문이다. 지급 결제 망의 가치는 네트워크 효과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가령 전화기를 처음 산 사람은 별로 효용이 없지만, 전화기를 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효용이 커진다. 먼저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누리는 네트워크 효과가 후발주자보다 앞서는 결정적 요인이다.”
―리플(XRP)이 탈중앙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블록체인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블록체인이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회자되면서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엄격한 블록체인 개념을 적용해도 XRP 원장은 엄연히 블록체인이다. 따라서 리플도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단, 은행은 거래 전체가 퍼블럭 처리가 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가려주기 위해서 별도로 개발한 것은 있다.”
―리플의 평가가치가 높아야 사업 확장이나 경쟁력이 생기는 것 아닌가.
“기본적으로 우리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라톤 호흡에 맞춰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상당한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치 변동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과거 골드만삭스 행사에서 대부분 암호화폐의 가치가 0원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그때 한 말은 대부분 ICO들의 가치가 궁극적으로 0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디지털 자산의 의미는 효용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데 XRP는 국제 송금이라는 효용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ICO들은 어떤 효용을 제공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디서 본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ICO 중 47%가 실패했다는 보고도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의 XRP 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왜 한국 투자자들이 XRP에 주목하나.
“한국인들이 유독 XRP만 관심이 많은 것이 아니라, 디지털 자산 전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도 한국인들의 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과의 협력 관계에서는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을 시키자고 협의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