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폭풍’ 속 포항-경남-강원 나란히 선두권 형성…개막전 ‘해트트릭’ 말컹 스타 등극
리그 초반 선두 포항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승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일요신문]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 K리그가 시즌 초반 ‘언더도그’의 돌풍으로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개막 이후 3라운드 일정을 앞두고 있는 16일 현재 K리그의 순위표는 놀라운 수준이다.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통의 강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언더도그로 평가되는 팀들이 상위권을 나란히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K리그 상위권은 포항 스틸러스, 경남 FC, 강원 FC(1위~3위)가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 같은 순위가 유지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들의 초반 기세는 분명 심상치 않다.
# 지난해 하위 스플릿 포항
이번 시즌을 앞두고 포항이 선두로 치고 나올 것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포항은 지난해 6위 이내에 들지 못하며 하위 스플릿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또한 지난 시즌 주축으로 활약한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나 팬들에게 걱정거리를 더했다. 하지만 포항은 선수 이탈에 대비해 일찌감치 스쿼드를 새얼굴로 보강했다. 이 같은 영입 작업은 시즌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이뤄져 이들끼리 손발을 맞출 시간이 충분했다.
포항의 시즌 준비는 개막과 동시에 진가를 발휘했다.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순위표 바로 아래 위치했던 대구를 3-0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기세를 몰아 전남과의 ‘제철가 더비’에서도 3-2로 승리해 2연승을 달성했다. 2경기에서 6골을 넣은 공격력이 돋보였다. 그 덕에 승점이 같으면 다득점을 우선으로 하는 K리그에서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포항은 6골을 5명의 선수가 나눠 넣으며 고른 득점 분포가 돋보였다. 이중 새로 합류한 레오가말류가 2골, 제테르손이 1골을 넣어 약점으로 지적됐던 외국인 선수 활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2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라인브레이커’ 김승대의 활약이 반갑다. 김승대는 중국 슈퍼리그 진출 이전 K리그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선수다. 지난해 여름 포항으로 복귀한 이후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는 등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겨울부터 차분한 준비를 거친 끝에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진성, 신진호, 이명주, 손준호 등 포항제철고-영남대 출신 선후배가 모두 팀을 떠나고 홀로 남은 포항에서 김승대는 팀 성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경남 돌풍의 중심 공격수 말컹. 사진=경남 FC
2018 K리그1 1라운드가 마무리되고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팀은 ‘서울 레전드’ 데얀을 영입한 수원이나 ‘1강’ 전북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승격팀 경남 FC였다. 경남은 홈 개막전에서 상주 상무를 맞아 외국인 공격수 말컹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경남은 지난 시즌 압도적 성적으로 K리그2(챌린지) 우승을 차지하고 승격했다. 많은 팬들이 경남의 행보에 집중했지만 이들의 1부 리그 활약에는 확신이 없었다.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지난 2013년 이후 지난해 정도를 제외하면 역대 승격팀들은 1부 리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경남은 그간의 승격팀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상주와 제주를 상대로 2연승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특히 주민규, 윤빛가람, 홍철 등 국가대표급 선수가 즐비한 상주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팬들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의 주인공은 지난해 K리그2 득점왕 말컹이었다. 말컹은 지난 시즌 32경기에 출전해 22골을 넣으며 말 그대로 K리그2를 평정했다. 자연스레 그가 1부 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는 1부 리그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으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78분을 소화하며 5개의 슈팅을 시도해 3회 골문을 갈랐다. 득점 이후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 ‘TT’ 세리머니까지 선보이며 특유의 쇼맨십을 과시하기도 했다. 경고 누적에 따른 퇴장까지도 스타성(?)으로 평가받고 있을 정도다. 경기 다음날까지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를 오르내리며 새로운 스타 등극을 알렸다.
# 아시아 무대를 향한 도전, 강원
강원 FC는 지난해 도민구단이자 승격팀으로선 이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공격적인 투자로 스타선수들을 끌어 모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리그 초반부터 맹활약중인 강원 공격수 제리치. 사진=강원 FC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했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지만 선수층과 경험면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스플릿 리그에서 단 1승에 그치고 말았다. 최종 순위 역시 상위 스플릿 최하위 6위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또 한 번의 ‘스타 수집’이 기대됐지만 강원은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축구인들 사이에서 ‘지도자들의 지도자’로 인정받는 송경섭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고 스쿼드를 두텁게 만들 준척급 선수들을 대거 보강했다.
결과는 한 단계 발전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막 이후 2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선수들의 부상이 아쉬웠던 지난해와 달리 주축급 선수들이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단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르비아 리그에서 활약하던 제리치의 활약(1골 2도움)이 돋보인다.
K리그는 개막 이후 이제 팀당 2경기만을 치렀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31경기가 남아 있다. 아직 시즌은 길다. 현재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울산, 제주, 서울 등은 언제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이 있는 팀이다.
시즌 초반 K리그는 포항, 경남, 강원 등의 선전에 재미를 더해가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시즌 하위권에 처졌던 전남과 인천이 강호 수원, 전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언더도그의 승리는 스포츠에서 재미를 유발하는 큰 요소다. 뜻밖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언더도그들이 언제까지 돌풍을 이어갈지 지켜보는 것도 K리그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