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백사장·푸른강 마지막 피서 여기가 딱!
▲ 주천강에서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들(왼쪽), 파라솔을 펼치고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더위는 이내 힘을 잃는다. | ||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강원도 내륙을 찾는 ‘센스’. 무엇보다 한적해서 여유로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강들의 휴식처’라 불리는 영월이 제격이다. 그중에서도 동강과 서강의 이름값에 가렸지만 가장 아름답다는 주천강이라면 후회가 없을 듯하다.
물은 다시 평화로웠다. 영월도 이번 호우로 제법 피해가 있었던 곳. 주천강과 동강은 다행히 범람하지 않았지만 평창강과 주천강이 합수하는 서강 지역은 침수 피해가 컸다. 단종 유배지 청령포 일대는 아예 물에 잠겼다. 하지만 다시 찾은 영월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주천강은 영월에서도 최상류에 자리한 강이다. 술이 솟아나는 ‘전설의 샘’이 있었다고 해서 이름도 주천(酒泉)이다. 이 샘에서는 양반이 잔을 들이대면 청주가 나오고, 천민이 잔을 놓으면 탁주가 솟았다고 한다. 어느 날 한 천민이 잔을 놓고 청주가 나오길 기대했지만 탁주가 나왔다. 화가 난 천민이 그 샘을 부셔버리면서 샘에서는 술 대신 맑은 물만 흘러나오게 됐다는 전설이 있다.
▲ 한반도를 닮은 영월 서강의 선암마을(왼쪽), 요선정이 있는 미륵암. 돌탑 뒤로 암벽면을 깎아 만든 마애불이 보인다. 이곳은 주천강을 굽어볼 수 있는 뷰포인트이기도 하다. | ||
주천강의 몸을 불리는 것은 서만이강과 법흥천이다. 주천강에는 서만이, 도원, 무릉, 주천 등 아름다운 강마을들이 강줄기를 따라 이어져 있다. ‘섬안’은 서만이 강변에 딸린 마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포장도로에 변변한 숙박업소 한 곳 없었던 이곳에 이제는 펜션과 민박업소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서만이’는 섬안이라는 마을 이름이 변한 것이다. 마치 섬처럼 고립돼 있어 ‘섬 안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불렸던 것이다.
서만이 일대는 송림과 백사장이 어우러진 천혜의 피서지다. 송림 사이에 텐트를 치고 오수를 즐기다가 덥다 싶으면 강물에 몸을 던진다. 물은 깊지 않다. 기껏해야 어른 가슴께에 이르는 정도. 강 한가운데로 들어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주천강에는 물고기가 지천이다. 꺽지, 쏘가리, 피라미, 버들치, 어름치 등 토종 물고기들이 강바닥을 훑고 다닌다. 어린 강태공들도 견지를 드리우며 낚시를 한다. ‘얼치기’ 낚시꾼에게 잡힐 어리석은 물고기들이 아니지만 피라미라도 물라치면 아이들은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서만이에서 주천 쪽으로 길을 달리면 도원리. 그 다음이 무릉리다. 그 두 마을을 합치면 ‘무릉도원’. 경치가 워낙 아름다워 붙은 이름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도원과 무릉 사이에는 요선교가 있다. 도원 쪽에서 요선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길을 들어 사자산 미륵암으로 가면 그곳에 요선정이 있다. 주천강을 굽어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정자다. 요선정은 조선 19대 숙종임금의 어제시(임금이 직접 지은 시)를 봉안하고 있는 곳이다. 요선정이라는 이름은 ‘신선이 놀다간 정자’라는 뜻. 그만큼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뛰어나다. 요선정 앞에는 석조마애불상이 있다. 고려 때 조각된 것으로 보이는 이 마애불은 암벽면을 깎아 만든 것으로 매우 독특한 모양이다.
요선정처럼 주천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로는 빙허루와 관란정이 있다. 빙허루는 주천면에서 주천교를 지나자마자 우측에 있는 망산(304m)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숙종과 영조, 정조의 어제시문과 어제필을 복제한 게판(시문을 적어 누각에 걸어두는 나무판)이 걸려 있다. 관란정은 주천강 하류의 영월 서면 신천리와 제천의 경계가 되는 절벽 위에 서 있는 정자다.
요선정에서 왼쪽으로 길을 틀면 법흥사다. 주천강의 원류 중 하나인 법흥천이 법흥사까지 이어져 있다. 법흥사는 신라 진덕왕(647년) 때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사리탑 옆에는 자장율사가 수도하던 토굴이 있다. 법흥사에서 적멸보궁으로 이어지는 500m 남짓한 소나무숲길은 알아주는 산책로다. 흥건한 땀도 한순간에 날려버릴 만큼 시원한 기운이 숲길에 가득하다.
법흥사는 계곡을 끼고 있어 여름 피서지로도 아주 좋은 곳이다. 사찰을 둘러본 후 땀을 식힐 겸 주차장 왼쪽 숲으로 들어가면 시원한 물줄기가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계곡이다. 발을 오래 담글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차고 맑다. 계곡에는 누가 쌓아놓았는지 여기저기에 돌탑들이 세워져 있다. 마치 천불천탑 운주사의 경내를 축소해 놓은 듯한 광경이다.
주천읍을 돌아나온 주천강은 이제 개안리를 지나 용석리로 흐른다. 기암절벽이 우뚝우뚝 솟은 이곳도 주천강의 절경 중 하나다. 용석리를 지나면서 주천강은 그 이름을 버린다. 위에서 평창강을 만나면서 ‘서강’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 것이다.
서강에는 아름다운 곳들이 참 많다. 그중 한반도 지형을 닮은 선암마을은 꼭 추천하고 싶은 명소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처럼 북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뿐만 아니라 동고서저, 백두대간의 지형까지 복사판. 우리나라의 형태를 그 크기만 축소해 놓은 모양이다. 서강의 풍경은 저녁 무렵 빛을 발한다. 왼쪽으로 노을이 걸리고 그 빛이 강물에 반영될 때면 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여행안내]
★길잡이: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빠져나가 88번 지방도를 타고 20분쯤 달리면 주천면에 닿는다. 좌측으로 길을 틀면 주천강의 상류 서만이강.
★잠자리: 영월에서는 ‘민박요금예고제’를 실시하고 있다. 민박가구별로 그해에 성수기, 비수기 요금을 미리 책정하고 그 이상은 절대 올려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동참하는 주천면의 민박가구는 모두 6곳. 성수기 4인실 기준 주말요금이 4만~5만 원 선. 최순희(033-374-9124), 천상우(033-374-9203), 이우섭 씨(033-374-8220) 등이 민박을 친다. 그외의 정보는 영월군청 홈페이지 참고.
★먹거리: 홍두깨로 메밀반죽을 밀어 만든 손찰국수에 김치를 넣은 ‘꼴뚜국수’가 별미다. 주천읍 ‘제천식당’(033-372-7147)이 유명하다. 무릉리에서 주천읍으로 가는 중간쯤에 ‘콩깍지’(033-372-9434)라는 두부전문음식점이 있다. 두부정식 외에 막국수와 감자전도 맛있다.
★문의: 강원도 영월군청(http://ywtour.com) 033-370-2542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