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예산 10배 늘었지만 출생아수는 지난해 36만으로 사상 최저
최근 10여 년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천문학적인 금액인 100조를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이 오히려 떨어지면서 나오는 말이다. 지난해 출생아는 40만 명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악의 수치였다. 어디 썼는지 모르는 100조 대신 2007년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 공약이 더 적절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당시 허 전 총재는 결혼수당 남녀 각 5000만 원씩 1억 원 지급, 출산수당 3000만 원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의 저출산 관심은 2005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본격화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6년부터 5년 단위 계획을 내놓고 있다. 계획과는 달리 예산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저출산은 더 심각해지는 모순만 계속되고 있다.
10여 년간 저출산 예산은 가파르게 늘어났지만 저출산은 더 심각해지는 모순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 모습. 연합뉴스
‘일요신문’은 ‘도대체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듣고 있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에 해당하는 저출산 관련 대책 예산 현황을 윤종필 의원실로부터 받아 분석했다. 2006년 2조로 시작한 예산은 2016년 21조를 넘어섰다. ‘깜깜이’ 예산처럼 누구도 자세히 알지 못했던 항목들을 찾아냈다. 예산 중에는 저출산 예산으로 보기 힘든 예산도 많았다.
2006년 저출산 예산에서 가장 큰 부문은 5900억 원이 투입된 보육료 지원이었다. 만 5세 아동 무상보육료 지원이 2745억 원으로 두 번째로 컸고, 만 5세 아동 무상교육비 지원 2336억, 만 3~4세 교육비 지원이 1550억 원이 그 뒤를 따랐다.
얼핏 납득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저출산과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 문체부에서 추진한 가족단위 여가문화 지원이 105억, 농림부에서 추진한 여성농업인 일손돕기 지원이 412억 원에 달했다. 반면 꼭 필요해 보이는 직장보육시설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139억 원, 국공립시설 확충에는 396억 원이 들어갔다.
2007년에 저출산 관련 예산은 3조 678억이었다. 모든 부처가 증가했고 규모가 컸던 여성가족부, 교육부 예산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보육료 지원이 1년새 3000억 원 이상 커진 게 눈에 띈다. 새롭게 편성된 예산은 노동부에서 출산여성 고용촉진장려금으로 70억 원, 복지부에서 희망스타트 사업에 51억 원, 아동발달지원계좌 실시에 49억 원 등이 있었다. 전년도 사립유치원 기본보조금 1억 원, 사립유치원 유아 기본보조금 9억 원 예산은 폐지됐다.
2008년 저출산 예산은 3조 8544억 원이었다. 여가부 예산 중 차등보육료 지원에서만 5000억 원 이상 늘면서 여가부 예산이 2조 3447억 원에 달했다. 2006년 90억 원에 그쳤던 저소득층을 위한 바우처 예산도 1173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 해에 여성농업인 일손돕기 예산이 사라졌다.
2009년은 저출산 예산은 4조 7729억 원이었다. 이 해에 저출산 대책 예산 1위와 2위였던 여가부와 복지부의 위치가 역전된다. 여가부가 가지고 있던 차등보육, 교육비 예산 등이 모두 복지부로 넘어가면서다. 이 해 여가부 예산은 636억 원에 그친다.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에 239억 원, 청소년 지원센터 확충에 191억 원, 건강가정지원센터 지원 107억 원 등만 남았다. 나머지는 10억 원 미만으로 그 외에 미혼모 거점기관 운영 3억 원 예산 등이었다.
복지부는 4조 7729억 원 예산 중 3조 4828억 원을 집행했다. 2조 1096억 원을 쓴 차등보육·교육비 지원(만0~4세)이 가장 컸다. 기타 보육·교육비 지원에도 5596억 원을 썼다. 그 외에 가장 큰 예산은 교육부의 유아 교육비 지원 4669억 원이었다.
2010년에는 저출산 관련 예산이 5조를 돌파한다. 5조 6360억 원 중 4조 522억 원을 복지부가 차지했다. 4세 미만 보육·교육비에 3조 3363억 원이 들었다. 문체부는 2009년 아동·청소년을 위한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예산 33억, 학교 문화예술교육 내실화 예산 311억 원이 사라진 데 이어 2010년에는 355억 원 가족여가 프로그램 개발 예산만 남았다. 모든 부처가 저출산 예산을 늘릴 때 홀로 줄어들었다.
2011년 저출산 관련 예산은 7조 3861억 원. 1년 만에 2조 가까이 늘어난 데는 보육교육비 전액 지원대상 확대로 관련 예산이 약 6000억 원 커졌고, 시장연장형 보육서비스 지원 확대로 8229억 원이 새로 잡혔기 때문이다. 하나 남은 문체부 예산인 355억 가족여가 프로그램 개발은 없어졌지만 새로 맞춤형 방과후 학교 운영(학교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620억 예산이 잡혔다.
이 해는 안행부 예산이 신설됐다. 청소년 성범죄 예방활동 강화 1134억 원, 스마트워크 도입 및 확산 28억 원,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 12억 원으로 총 1174억 원 예산이 편성됐다.
2012년에는 저출산 예산이 9조 7103억 원으로 10조에 가까워졌다. 보육·교육비 지원 예산이 약 1조 원 더 커져 4조 8407억 원, 지역아동센터 확대 및 내실화 예산이 두 배 넘게 커지면서 2154억 원이 됐다. 노동부 예산인 육아휴직급여정률제 및 인센티브는 약 3배 커진 6044억 원이 됐고 2011년 예산인 1946억 원인 산전후휴가분할사용 허용 예산은 없어졌지만 대체인력지원체계 개발에 439억 원이 투입됐다. 농림부 예산인 농어촌 영유아양육비 예산 620억 원은 사라지고 농어촌 소규모 보육서비스 제공 13억 원이 새로 만들어졌다.
여가부에서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예산으로 21억 원이 새로 책정됐고 청소년 취약 계층 자립 지원 사업인 두드림존 확대 보급에 37억 원을 썼다. 저출산 관련 대책이라고 보기 힘들었던 안행부의 12억 원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 예산은 폭증해 865억 원이 됐다.
2013년에는 14조 4068억 원 저출산 관련 예산이 잡혔다. 양육수당이 크게 늘었다. 1년 만에 2138억 원에서 1조 8354억 원으로 뛰었다. 아동인지능력 향상서비스 실시에 417억 원 휴먼 네트워크 확대에 11억 원이 새로 편성됐다.
교육부 예산도 크게 늘었다. 1조 9446억에서 한 해 만에 3조 3018억 원이 됐다. 새롭게 편성된 만 3~5세 연령별 누리과정 도입 예산이 2조 4964억 원이었다. 저출산 관련 예산 항목에 경찰청도 편입됐다. 새롭게 학교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219억 원 예산이 편성되면서다.
2014년 저출산 관련 예산은 14조 8928억 원이었다. 몇 년동안 큰 폭으로 올랐던 예산이 소폭 오르는데 그쳤던 해다. 복지부 예산이 약 1조 원 정도 줄어들었다. 9260억 원에 달했던 시간연장형 보육서비스 지원 확대 예산은 1057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3~5세 누리과정 지원 항목이 약 1조 원 늘어났고, 둘째아 이상 대학교 자녀 국가 장학금 우선 지원 예산 1225억 원이 새로 편성되면서 교육부 예산도 1조 원 정도 늘었다.
이 외에도 국토부의 신혼부부 등 소규모 보육서비스 제공 예산 4294억 원, 문체부의 문화바우처 지원 678억 원, 식약처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설치・운영 240억 원 예산 등이 신설된 점도 눈에 띈다.
2015년 저출산 관련 예산은 14조 7156억 원으로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복지부 예산은 보육교육비 지원 확대 예산에서 약 4000억 원이 깎였고 다른 항목에서도 소폭 삭감되면서 약 1조 원 줄어들었다. 교육부의 초등 종일 돌봄 교실 확대 예산은 1년 만에 5000억 원 이상 줄어든 1038억 원에 그쳤다. 가장 크게 늘어난 부처는 신혼부부 등 주거부담 경감 사업 예산이 약 6000억 원 더 편성된 국토부였다.
2015년 예산부터 각 부처 항목에 기타 예산이 잡히기 시작했다.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는 기타 예산으로 고용부 954억 원, 교육부 56억 원, 여성가족부 47억 원이 편성됐다.
2016년 예산은 21조 3786억 원으로 6조 이상 뛴 역대 가장 큰 증가액을 보였다. 교육부 예산만 약 4조 7000억 원 증가한 8조 9167억 원이었다. 수요자 맞춤형 보육체계로 개편 예산이 6조 4764억 원,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보육・유아 교육’ 예산이 4조 663억 원으로 단일 예산 규모로 1, 2위를 차지했다.
대학등록금 부담 경감에 3조 9233억 원, 신혼부부 맞춤형 행복주택 공급 확대 예산 1조 3211억 원, 남성 육아참여 활성화 예산 6721억 원 등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예산안이 편성됐다. 이렇게 해서 11년 간 101조가 쏟아부어졌다.
하지만 출생아 수는 약 2009년 44만 명, 2010년 47만 명, 2011년 47만 명, 2012년 48만 명, 2013년 43만 명, 2014년 43만 명, 2015년 43만 명, 2016년 40만 명으로 이어지다 마침내 2017년에는 40만 명 벽도 깨지면서 36만 명을 기록했다. 투입 예산은 10년 간 10배 커졌는데 출생아 수는 요지부동인 셈이다.
2016년 활동했던 국회 저출산·고령화 대책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저출산과 관련 없는 예산이 많이 잡혀 있어 당시에도 의문을 가졌다. 스마트 도입 확산도 중요하지만 이런 예산을 통해 출생아 수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말 허경영 씨 말대로 100조를 뿌렸다면 차라리 출생아가 더 늘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저출산 관련 대책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