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통령 개헌안 1차 발표…시대변화 맞춰 기본권 대폭 강화, 검찰 영장청구권 삭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20일 춘추관에서 오는 26일 발의 계획인 ‘대통령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을 발표했다.
대통령개헌안의 헌법 전문에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법적 제도적 공인이 이루어진 4·19 혁명과 함께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명시하도록 했다. 다만 조국 민정수석은 “촛불시민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측면에서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해 대한민국 국적이 아니라도 한국에 있는 외국인과 무국적자, 망명자 등을 포함케 했다. 외국인 200만 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의 변화에 부응해 국적에 상관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천부인권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했다.
선거권 및 공무담임권, 참정권은 법률로 백지위임하게 돼있는 규정형식을 한정위임하는 것으로 변경해 해당 기본권 보장을 강화했다. 선거권의 경우 현행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규정돼 있는데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선거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로 바꾼다.
또한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는 것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근로는 과거 일제와 군사독재시대 사용자의 관점에서 사용됐다면,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노동을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노동조건은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 또한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해 부과했다.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한 것은 공무원이 갖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가장 주목되는 것 중 하나는 생명권, 안전권, 정보기본권, 주거권, 건강권을 신설한 점이다. 세월호 참사와 묻지마 살인사건 등의 사고와 위험이 발생한 것을 고려해 헌법에 생명권을 명시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천명하는 한편, 국가의 재해예방의무 및 위험으로부터 보호노력 의무를 ‘보호의무’로 규정했다.
하지만 조국 수석은 “낙태 문제는 생명권이 헌법에 들어갔다고 자동적으로 위헌 합헌이 되는 게 아니다. 태아 생명보호를 어느 범위에서 어떤 절차로 할 건지는 법률에 맡겨지고, 그 문제는 향후 헌법재판소와 국회가 마무리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역시 사형제와 관련해 “형사적 처벌에 의해 이를테면 사형제를 (폐지)한다든가 하는 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생명권과의 연관성을 차단했다.
정보기본권의 신설도 눈에 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은 소극적 권리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충분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상황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알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번 개헌안에서는 기소독점주의를 상징하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는 헌법에 영장청구 주체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의 입법례에 따른 것이다.
조 수석은 “헌법에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이 삭제된다 하더라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개정 전까지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영장청구를 검사 외의 다른 주체가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주목된다.
정치권에서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도 개헌안에 등장한다. 역대 헌법 개정안 사상 처음으로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도 신설한 것이다. 현재의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로, 국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헌법에 한해서만 국민발안을 허용하는 기존 조항을 바꿔, 국민이 ‘입법자’로서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청와대는 과거 ‘세월호 특별법’ 입법청원에 600만 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입법 발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또한 ‘권력의 감시자’로서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회의원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치외법권적 ‘특권’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조국 수석은 “이번 개헌은 기본권과 국민의 권한을 강화하는 국민 중심의 개헌”이라며 “기본권과 국민주권 강화 관련 조항들은 이미 국회에서도 대부분 동의한 바 있는 것이다. 양보와 타협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