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엔터 완전체’, 배 ‘한류 전략가’ 향해 성큼성큼
코스닥 상장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2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9700억 원이 넘었다. 지난 2015년 말 이후 2년여 만에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뒀다. 자회사 SM C&C를 비롯해 키이스트 등 모든 계열 상장사의 시가총액을 더하면 1조 7000억 원에 육박한다. 항간에 “CJ의 대항마가 탄생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반대로, 배용준은 왜 키이스트를 SM에 넘겼을까? 키이스트는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 중에서는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배우보다 사업가로 더 두각을 보이는 배용준의 수완도 남다르다. 그런 그가 SM과 손잡았을 때는 저간의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SM은 국내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된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이후 연이어 슈퍼스타들을 탄생시키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류의 트렌드는 SM이 만든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YG, JYP 등이 성장하며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빅뱅, 2NE1이 전성기를 맞던 시기 YG는 싸이라는 걸출한 한류스타까지 영입하며 시가총액에서도 SM을 위협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JYP 역시 지난해에만 시가총액이 3배 가까이 오르며 세를 불렸다.
SM은 항상 1등이었다. 지금도 SM은 1등 가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를 살폈을 때 보이그룹의 주도권은 방탄소년단과 워너원이, 걸그룹의 맹주는 트와이스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SM 입장에서는 엑소가 건재하지만 NCT가 생각보다 빨리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고 레드벨벳은 아직 소녀시대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K팝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SM은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미 자회사 SM C&C를 통해 방송인 강호동, 신동엽, 이수근, 전현무 등을 보유하고 있고 드라마와 예능 제작도 활발하다. 지상파 출신 예능 PD까지 스카우트했고, 지난해에는 가수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미스틱에는 소위 ‘뮤지션’이라 불리는 가수들이 즐비하다. SM에서 키운 가수들과는 결이 다르다. SM은 미스틱과 손잡은 후 양쪽 가수들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하지만 SM에도 약점은 있었다. 배우 매니지먼트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2012년 배우 장동건, 김하늘, 한지민 등이 몸담고 있던 A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지만 그들은 계약 기간이 끝난 후 모두 SM을 떠났다.
또한 SM은 아이돌 그룹으로 인기를 끈 후 배우 활동을 겸하는 연기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몇몇 이들은 주연 배우로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참여했다. 하지만 호평을 받으며 단단한 입지를 굳힌 이는 없다. 배우 매니지먼트 분야에서는 SM이 다소 취약함을 보였다는 의미다.
키이스트는 SM의 바로 이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파트너였다. 배우 중에서는 중국과 일본 등에서 남부럽지 않은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한류스타인 김수현, 김현중, 박서준 등이 키이스트에 소속돼 있고, 연기 활동은 뜸하지만 배용준의 인지도는 일본 내에서 여전히 대단하다.
또한 키이스트는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한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M과도 회사의 방향성이 비슷했다. SM이 키이스트의 일본 내 계열사이자 자스닥(JASDAQ) 상장사인 DA의 주식을 인수해 2대 주주로서 키이스트와 이미 인연을 맺고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SM이 키이스트를 인수, 합병한 것이 갑작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업계 내에서는 SM이 오랫동안 이 작업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단순히 가요기획사가 아니라 가수, 배우, 예능인을 아우르고 가요, 드라마, 영화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가기 위한 큰 행보로 키이스트를 품에 안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용준은 지난 2004 BOF를 설립한 후 14년간 사업가의 면모를 뽐냈다. 이후 2006년 우회상장 형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뛰어들어 키이스트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이번 SM과 거래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 25.12%를 매각하며 약 350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 이를 두고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항간에는 그가 최근 구설로 힘들어했다는 말도 있다. 배우 박수진과 결혼 후 지난 2016년 첫 아들을 얻은 배용준은 지난해 출산 특혜 논란을 겪으며 심적으로 많이 괴로워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상황일 뿐, 사업가로서 그가 오랫동안 긴 고민을 해왔다는 분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배용준은 키이스트를 이끌어오는 동안 우경화와 엔저 현상으로 인한 일본 시장의 침체, 일본의 배턴을 이어받은 중국 시장이 한한령으로 인해 한순간 굳게 빗장을 걸어 잠그는 상황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운영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꼈고, 이런 위기 상황을 타파해나가기 위해 보다 큰 그림의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배용준이 키이스트를 매각한 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손을 뗀 것이 아니라 SM의 주요 주주로 참여한 것이 그 방증이다. 배용준은 이수만 회장과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로 SM 내에서 힘을 갖게 됐다.
SM은 “키이스트는 SM에 통합되며 기존의 명성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SM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맞물려 배우들의 보다 폭넓은 활동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SM의 주요 주주가 된 배용준은 SM의 마케팅 및 키이스트의 글로벌 전략 어드바이저로서 활동하며 다양한 글로벌 사업 전략 수립 및 추진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용준은 SM 내에서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사업에 관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K팝 사업에 관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그는 SM의 취약점이었던 배우 매니지먼트 및 한류 사업에 매진하며 SM의 새로운 청사진을 함께 그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