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고 지는‘환상의 섬’으로
▲ 신진항의 여유로운 오후 풍경(위), 신진항 등대 주위 방파제는 훌륭한 낚시포인트다. 요즘은 우럭과 놀래미가 많이 문다. | ||
신진도는 태안반도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작은 섬. 마도는 그에 딸린 더 작은 ‘새끼섬’이다. 신진도는 사실 섬이 아닌 육지였던 곳이다. 바로 앞 안흥과 붙어 있던 신진도는 오랜 시간에 걸쳐 육지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외로운 섬이 되었다. 신진도라는 이름은 ‘새로 생긴 나루터’라는 뜻의 한자어로, 안흥 사람들이 신진도에 배를 대기 위해 나루를 지으면서 편의상 부르다가 아예 고유한 이름으로 굳어지게 됐다.
신진도 가는 길은 쉽다. 서해안고속국도를 타고 달리다가 서산IC로 나와 태안 방향으로 길머리를 튼다. 그렇게 20여㎞를 달리다가 태안에서 안흥 방면으로 내려서면 신진도 가는 외길이다.
신진도는 안흥항과 마주 보고 있다. 안흥항에서 신진도까지는 약 600m. 예전에는 배를 타고 드나들었지만 14년 전 신진대교가 건설된 후 이곳은 하나의 육지가 되었다. 신진대교는 조형적으로는 그다지 내세울 게 없지만 야경이 황홀한 다리다. ‘빛의 신진대교 에메랄드’를 콘셉트로 설치된 이 다리에는 그린과 화이트 색상의 메탈조명을 10m 간격으로 배치해 새까만 밤에도 파도가 물결치는 것처럼 보인다.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조명을 밝힌다.
대교 아래는 조개와 굴이 지천이다. 밀물 때는 밑을 드러내지 않지만 썰물이면 바닷길을 만들어낸다. 고스란히 몸을 노출시킨 조개와 굴, 게 등을 잡아먹으려 몰려드는 갈매기들로 이곳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여름에는 사람들과 ‘먹이 전쟁’을 펼쳤을 터지만 이 추운 겨울에는 그곳에서 조개를 줍거나 굴을 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 안흥에서 신진도로 들어가기 직전 좌측에 자리한 안흥성(위), 아름다운 마도의 기암괴석들. | ||
수협위판장 앞은 신진도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 중 하나다. 전방에는 마도가 잡힐 듯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신진도의 빨간 등대와 마도의 하얀 등대가 푸른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말을 걸고 있다.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신진항에 오후의 햇살이 쏟아지자 푸르렀던 물빛은 금세 찬란한 은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신진도는 서해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위판장 뒤편 갑각류연구소 가는 길 왼편에 일출일몰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아침에는 일출을 저녁에는 일몰을 볼 수 있다.
신진도 일대는 태안반도에서 내로라하는 낚시명소다. 요즘 신진도를 찾는 외지인들은 대부분이 강태공들. 우럭과 놀래미, 숭어 등이 많이 잡힌다. 이들이 추천하는 포인트는 7~8곳. 첫째가 마도 방파제다. 방파제 뒤편 산 밑 갯바위에서부터 방파제까지가 모두 조황이 좋다고 한다. 신진도에서 마도 가는 다리를 건너 왼쪽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우측으로 산비탈길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500m쯤 가면 방파제다. 방파제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몇 년 전에는 아주 큰 광어도 잡히곤 했다지만 최근 광어는 잘 볼 수가 없다.
방파제 가는 전방 200m 우측에 마도 북쪽 해안으로 통하는 진입로가 있다. 이곳이 제2포인트. 조황은 물론 경치도 참 좋은 곳이다. 손바닥만 한 섬 마도에서 그나마 ‘마도기암’을 볼 만한 풍경으로 내세우는데 이곳에서 그 절경을 맛볼 수 있다. 특히 해질녘이 되면 붉은 해가 기암 뒤편으로 떨어지면서 바다를 핏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신진도 등대 앞 방파제, 갑각류연구소 뒤편, 신진대교 아래 등도 알아주는 포인트. 다만 갑각류연구소 쪽은 잦은 강태공들의 출입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면서 정중히 출입금지 푯말을 붙여놓았다.
신진도 여행길에는 안흥성에도 잠시 들러보자. 안흥에서 신진대교를 건너기 바로 전 왼쪽에 안흥성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효종 6년(1655년)에 축조된 안흥성은 석성으로 서해안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것이다. 높이 3.5m, 둘레 1568m로 성은 그다지 큰 편이 아니다. 동학농민운동으로 성 안의 건물 일부가 불타 없어지고 동서남북 네 곳에 있었던 석문도 지금은 출입구만 남겨둔 채 모두 사라졌다.
▲ 태안에서 안면도 방향 7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몽산리에 오키드타운이 있다. 난과 허브꽃 등이 가득 피어 한겨울에도 이곳은 봄이 한창이다(왼쪽). | ||
태안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안면도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만나게 되는 오키드타운도 들러볼 만하다. 세계의 진귀한 난과 허브가 가득한 곳으로 이 추운 겨울에도 이곳은 봄이 한창이다. 유리온실로 만들어진 식물원은 난으로 만든 원두막, 난과 연꽃이 어우러진 연못, 난 터널, 동양란 동산 등으로 꾸며져 있다. 난과 허브를 직접 만져보고 다양한 허브차와 음식들도 맛볼 수 있다. 허브비누와 양초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장이 마련돼 있어 가족나들이에도 참 좋다. 입장권을 제시하면 출구에서 2년 동안 정성들여 키운 난을 하나 준다.
여행 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서산IC→태안 방면 32번 국도→태안 지나 안흥 방면 603번 지방도→신진대교→신진도→마도
★잠자리: 신진도 내에 펜션과 모텔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잠자리 걱정은 없다. 하늘마루펜션(041-674-9687), 꿈에그린펜션(041-675-0789), 필하우스펜션(041-674-8455).
★먹거리: 신진도 수협공판장 주변에 음식점들이 많다. 대부분 횟집이다. 요즘은 우럭과 굴, 꽃게가 제철. 중앙회타운(041-675-9605), 마야횟집(041-675-0697) 등에서 싱싱한 회와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신진도 바로 앞 안흥항에도 횟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문의:태안군청(http://www.taean.go.kr) 041-670-2114, 신진도넷(http://www.sinzindo.net) 041-666-2882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