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버스 타고‘화려한 외출’을
▲ 국가의식을 치르던 경복궁의 대표건물 근정전. 서울시티투어버스가 출발하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도심순환, 고궁투어, 청계천투어 등 세 종류의 테마 버스가 출발한다. | ||
언뜻 똑같아 보이는 궁궐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궁궐의 맛이 다 다르다. 궁궐투어는 궁궐 속에 깃든 역사를 좇아가는 답사여행이다. 각각의 건물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쓰였는지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거기에 역사의 행간을 읽고 궁궐의 숨결을 들으려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궁궐투어의 순서를 정해보자. 만약 창덕궁 자유관람일이라면 창경궁→창덕궁→경복궁→경운궁 순이 일반적이다. 그 외의 날에는 낙선재를 관람할 것인지, 옥류천을 관람할 것인지에 따라 그 순서가 달라지겠다.
덕수궁을 지나친 버스는 경복궁과 창덕궁을 지나 창경궁 매표소 앞에 닿는다. 창경궁은 세종이 상왕인 태종을 편안히 모시고자 지은 궁궐로 처음 이름은 ‘수강궁’이었다. 이곳은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창경원으로 더 알려져 있었다. 여느 동물원 또는 식물원처럼 궁궐이 한낱 구경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그 이름을 일제가 붙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창경궁은 명정전, 홍화문, 옥천교 등 여느 궁궐처럼 볼거리가 있지만 사실 다른 궁궐에 비해 두드러지는 특징을 지닌 곳은 아니다.
창덕궁은 창경궁과 이웃하고 있다. 10분쯤 걸으면 창덕궁에 닿는다. 창덕궁은 경복궁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진 궁궐이다. 임진왜란 때 서울의 모든 궁궐이 불에 탄 후, 경복궁이 불길하다는 이유로 고종2년(1865년)까지 폐허로 방치되면서 창덕궁이 실질적인 조선의 정궁으로 사용됐다.
창덕궁은 현재 서울에 있는 조선의 궁궐 중에서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 있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가 뛰어나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웅장한 건물들이야 둘째 치고 헌종왕의 임시 거처였던 낙선재와 왕들이 풍류를 즐기던 옥류천은 정말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니 절대 놓치지 말자. 이 지역은 휴궁일인 월요일과 자유관람일인 목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2~3회씩만 정해진 인원에 한해 개방하고 있다. 인터넷예약(http:// www.cdg.go.kr)이 필수다.
▲ 경운궁 수문장 교대식 | ||
이제 수문장 교대식이 열리는 경운궁으로 가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덕수궁은 궁궐이름이 아니다. 고종황제에게 붙인 궁호일 뿐이다. 궁궐의 진짜 이름은 ‘경운궁’이다. 경운궁은 근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다. 여느 궁궐과 달리 이곳에는 석조전이라는 고딕양식의 돌로 지어진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 석조전은 1900년 영국인 총세무사 브라운이 지은 건축물로 원래 궁궐 이름에서 ‘전’이라는 글자는 왕이나 왕비가 주인인 건물에 붙이는 것이므로 석조전이라는 이름은 잘못된 것이다. 어쨌든 경운궁을 다 돌아본 후에는 시간에 맞춰 수문장 교대식을 꼭 지켜보자. 그리고 교대한 수문장 행렬을 따라 숭례문까지 행진하는 이색체험도 함께 해보자.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