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지나도 “필수 입시서류 받아주겠다”…“안 된다” 대신 “어렵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한 답변
# 접수기간 지나 서류 받아주는 이화여대
특성화고교 기회균형전형에 지원하려면 기본 인적사항을 담은 지원서와 동일계열확인서 등 필수 입시서류 2종 제출이 필수다. 동일계열확인서는 대학교가 인정하는 전문교과 과정을 지원자가 고교에서 이수했는지 확인하는 고교장 날인 필요 서류다. A 씨는 출신고교에 동일계열확인서 날인을 요청했지만 서류 완성은 쉽지 않았다. 학교는 방학 중이었고 학과장 등 학교 관계자는 휴직·휴가 상태였던 탓이었다. 결국 기한인 1월 10일까지 동일계열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한 A 씨는 이화여대를 포기하고 숙명여대와 추계예술대 실기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2018년 이화여대 입시요강. 10일 소인까지 유효하다고 명시돼 있다.
A 씨는 실기 시험 준비에 집중할 수 없었다. “추가로 동일계열확인서를 받아 주겠다. 이틀 뒤 학교로 와서 실기 시험을 치르라”는 이화여대 입학처의 전화를 입시서류 접수 마감 6일 뒤인 1월 16일에 받았던 까닭이었다. A 씨는 “기간 내에 제출도 안 한 필수 입시서류를 추가로 받아 준다고 희망고문한 이화여대의 입시 행정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절차상 지연이나 배송사고, 과실, 사무 착오 등이 있을 수 있다. 학생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이따금 추가로 서류를 요청한다. 이는 입시요강에도 써있다”며 “추가로 서류가 필요한 지원자들에게 ‘서류를 내지 않으면 지원자격 미달 처리가 된다’고 전화한 적은 있었다. 다만 ‘받아주겠다’고 하진 않았다. 서류를 내야 한다고 안내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화여대의 이런 입시 행정은 기회균형전형 합격자와 탈락자 사이에서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접수 마감 뒤 필수 입시서류를 추가로 제출해 합격한 지원자와 제 시간에 모든 서류를 내고도 탈락한 지원자가 경쟁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은 필수 입시서류 제출 시간이 정리된 지원자 통계를 이화여대에 요청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입시 관련 문제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 수험생 지원자격도 제대로 파악 못한 이화여대
A 씨는 애초에 이화여대 특성화고교 졸업생 정원 외 기회균형전형으로 지원할 자격이 되지 않았다. A 씨의 출신고교는 ‘고등학교’라고 불리지만 고등교육법에 속하는 ‘학교’가 아니라 평생교육법상으로 관리되는 고졸 이하의 학력 인정 ‘시설’이었기 때문이었다. 특성화고교 기회균형전형은 보통 공·농·상업고교 등 ‘실업계 학교’로 불리는 곳 졸업생이 지원 자격을 갖는다.
오해의 소지는 다분하다. 교육부의 배포 자료는 오해의 소지를 키웠다. 교육부는 해마다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현황을 내놓는데 이 시설 가운데 일부를 특성화고로 표시해 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인정한다. 바꿀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교육부 배포자료에는 일부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 특성화고로 표시돼 있었다.
일부 대학에서 뽑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출신 기회균형전형도 A 씨에겐 오해가 가능한 요소였다.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은 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졸업자에게도 기회균형전형 지원자격을 준다. 대부분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재학생은 재학 기간 도중 산업체 근무를 병행한다.
이화여대 입학처는 필수 입시서류를 추가로 받아주겠다고 A 씨에게 통보한 다음날이 돼서야 A 씨가 기회균형전형 지원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걸 A 씨 출신고교장을 통해 파악했다. 그제야 A 씨에게 ”필수 입시서류를 내지 않으면 지원자격 미달 처리가 된다”고 했다.
애매모호한 말이었다. A 씨는 이를 “서류가 늦어서 문제가 된다”고 받아 들였다. A 씨의 출신고교 관계자가 A 씨에게 “1월 18일까지도 서류 나오기 힘들다”고 직전 말했던 탓이었다. A 씨는 “어떻게 해서든 1월 18일 실기 시험 때까지 서류를 가져가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이화여대 입학처는 “그럼 시험 치고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
이런 이화여대 입학처의 발언은 완곡한 거절의 표현이라고 드러났다. 이화여대 입학처 관계자는 A 씨에게 “실기 시험 치러 오지 말라는 말을 완곡히 돌려서 표현한 거였다. 잘못 이해하신 것 같다“며 ”학생 가운데 일부는 이화여대 입학시험이 어떤가 알아보려 한 해 미리 연습 겸 실기 시험을 보러 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실기 시험을 치러 온다는 학생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린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A 씨 “이화여대가 그냥 탈락이라고 했으면 차라리 다른 학교 실기 시험에 집중할 수 있었을 거다. 서류를 받아줄 것처럼 말한 뒤 번복한 게 어이가 없었다”며 “미술학원 비용은 한두 푼이 아니다. 정시 때 다른 학교 시험을 포기하면서까지 다음해 이화여대 정시를 준비하려 시험을 연습 삼아 갈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했다.
이화여대는 끝까지 애매한 답변을 이어갔다. 일요신문이 A 씨의 지원자격 여부를 묻자 이화여대 입학처 관계자는 “A 씨가 나온 학교 출신은 특성화고교 기회균형전형 대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애매한 말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했다. ‘어려움’과 ‘된다’, ‘안 된다’는 다르다. 명쾌하게 말하는 게 맞지 않냐”는 질문에는 “말꼬리를 잡는 것 같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