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흔드는 이, 꽃비인지 그대인지…
▲ 노란 꽃물이 곱게 든 이천 산수유마을. 이곳의 산수유꽃은 이번 주말이 절정이다. | ||
산수유마을 하면 사람들은 으레 구례 산동마을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곳에만 산수유꽃이 있는 게 아니다. 경기도 이천에도 자랑할 만한 산수유마을이 있다. 이천에서 양평 방면으로 70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보면 만나게 되는 백사면 산수유마을. 도립리, 경사리, 송말리 일대가 다 산수유꽃으로 뒤덮여 있다.
이곳의 산수유는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를 피해 낙향한 선비들이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수유 밭이 조성된 지 벌써 500년 가까이 된 셈이다. 산수유꽃은 사실 그리 아름다운 꽃은 못 된다.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정말 볼품이 없다. 꽃잎들이 아무런 규칙도 없이 마구잡이로 삐쳐 있는 모습. 하지만 산수유꽃은 여러 꽃들이 한데 모이면서 비로소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남쪽의 산수유가 3월 초 꽃이 만개하는 데 반해 백사면 일대의 산수유는 3월 중순을 넘겨서야 슬슬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산수유꽃은 보통 20일 정도 그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곳의 산수유꽃은 이번 주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백사면에서는 때를 맞춰 금요일부터 사흘 동안 산수유축제를 개최하며 상춘객을 불러 모은다.
백사면 산수유마을 중 특히 도립리는 마을이 산수유꽃에 폭 안긴 듯한 모습으로 가장 아름다운 풍취를 자랑한다. 자동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조붓한 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서면 이내 눈을 시리게 하는 노란색 물결. 그 물결 사이사이 집들이 차분히 들어앉은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이천 산수유마을 근처에는 둘러볼 만한 곳들도 많다. 특히 원적산 아래 자리한 영원사는 꼭 들러보자. 절의 아름다움이야 둘째 치고 산수유가 곱게 핀 길이 아주 운치 있다. 영원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지은 절로 비구니들이 수도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절은 무척 아기자기하고 단정한 느낌이 든다. 대웅전이 있는 절 마당 아래에 아담한 연못이 있고 그 주변에는 잔디가 곱게 입혀져 있다.
이천은 도자기로 유명한 곳. 해강도자미술관도 들러보자. 해강도자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도자기 전문미술관으로 청자, 흑자, 분청사기, 백자 등 총 7000여 점에 달하는 다양한 도예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야외에는 전통가마가 일반에 개방돼 있다.
양평 개군면에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산수유마을이 두 군데 있다. 주읍리와 내리가 그곳이다. 이천 산수유마을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20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차량으로 30분이면 충분히 닿는다.
이곳의 산수유는 입소문을 많이 타지 않아서인지 축제기간에도 마을이 그다지 번잡하지 않다. 사람들을 피해 산수유꽃을 조용히 감상하고 싶다면 이 마을이 제격이다.
양평 산수유마을 중에서 그나마 잘 알려진 곳은 내리다. 내리와 주읍리는 4㎞ 정도 떨어져 있다. 곡수 방면으로 4번 지방도를 따라 내쳐 달리면 주읍리고, 도중에 좌측으로 접어들면 내리다.
개군면에서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한우축제 겸 산수유축제를 개최한다. 개군면은 거세한 한우고기로 유명하다. 마블링이 아주 예쁘게 형성되는 최상의 한우고기다. 양평 산수유마을로의 여행은 ‘눈맛’뿐 아니라 입맛도 즐거운 여행이다.
남양주종합촬영소와 걸리버파크 등 양평은 추억을 남길 만한 장소가 많은 곳이다. 한국영화의 메카로 불리는 남양주종합촬영소는 시나리오 한 권만 있으면 영화 한 편이 ‘뚝딱’ 만들어지는 곳. <서편제>,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취화선> 등이 모두 이곳의 시설과 장비의 힘을 빌어 완성됐다. 이곳에 가면 다양한 영화촬영장소를 만나볼 수 있고 영화편집 체험도 가능하다.
▲ 양평 내리 산수유마을은 길을 따라 산수유나무가 도열하듯 심어져 있다. (오른쪽) 가족체험미술관 걸리버파크. | ||
종합촬영소 내 시네극장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해 얼마 전 개봉한 우리 영화 <허브>를 무료로 상영한다. 평일과 토요일에는 오후 1시 30분에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후 1시와 3시에 상영하니 시간을 잘 맞춰가자.
어린 자녀들과 함께라면 걸리버파크에도 잠시 들렀다 가자. 양근대교를 건너 88번 지방도를 타고 광주 방면으로 조금만 달리다보면 아주 특이한 전시공간과 마주치는데 이곳이 바로 체험학습공간 걸리버파크다. 폐품들을 모아 로봇을 만들고 탑을 쌓아올렸는가 하면 달릴 수 없는 기차 위에는 기적 대신 바람개비가 달려 있다.
환경조형설치미술가 이환 씨의 작품들로 아무리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것일지라도 다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온갖 재료를 이용해 자신만의 폐품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아무렇게나 만들고 또 아무렇게나 색칠해도 뭐라는 사람이 없으니 아이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놀이공간이 없다.
여행 안내
★길잡이: ▷이천 산수유마을: 중부고속국도 서이천IC→이천 방면 좌회전→3번 국도→백사·양평 방면 70번 지방도→산수유마을
▷양평 산수유마을: 영동고속국도 여주IC→양평 방면 37번 국도→개군면 소재지에서 곡수 방면 4번 지방도→산수유마을
★먹거리: 이천에서는 쌀밥정식이 최고. 그중 ‘정일품’(031-631-1188)은 깔끔한 음식으로 소문난 곳. 돌솥에 지은 고슬고슬한 쌀밥과 각종 산나물과 떡갈비 등으로 한상을 차린 이천쌀밥정식이 9000원. 상다리가 휘어지는 정일품정식이 1만 5000원. 세계도자엑스포장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양평에는 초계탕을 잘 하는 집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평양초계탕’(031-772-8229)이 유명하다. 양평에서 88번 국도를 따라 강하면 체육공원 방면으로 가다보면 우측에 있다. 기름을 쫙 뺀 훈제닭과 시원한 물막국수 맛이 기막히다.
★잠자리: 이천에서는 시내 쪽으로 나가야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 양평은 남한강과 북한강변에 펜션들이 많다. 서종면 수입리 벽계구곡 앞 ‘물도리펜션’(031-773-7275)과 강하면 전수리 바탕골예술관 너머 ‘한옥마을펜션’(011-9081-5411) 등을 추천한다.
★문의: 이천 산수유마을(http://www.2104sansooyou.com) 031-633-0100 양평 산수유마을(http://sansu.invil.org) 031-772-8656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