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갈 데는 많은데... 나올 곳은 없으니...
▲ 지난 9월 20일 열린 국민참여당 발기인대회. 연합뉴스 | ||
지난 9월 20일 발기인대회를 열고 닻을 올린 국민참여당의 출발은 좋았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들인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천호선 전 대변인, 이백만 전 홍보수석, 김영대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을 필두로 5000명이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전국 16곳(해외 포함 17곳)에 주비위원회를 설립했다. 지난 10월 23일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합류 의사를 밝히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11월 중순 경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참여당이 목표로 내걸었던 내년 1월 창당은 큰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 10월 28일 양산에서 치러진 재·보궐 선거 결과는 국민참여당에 참여한 당원들에게 희망을 품게 했다. 친노 인사의 ‘막내’ 격인 송인배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 텃밭에서 전직 대표를 상대로 접전을 펼쳤기 때문. 내년 지방선거에서 독자 후보를 내세우기로 방침을 정한 국민참여당으로서는 ‘노무현의 힘’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졌지만 이긴 것만큼’ 값진 소득을 얻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국민참여당 관계자들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어 보인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기 때문이다. 창당을 위해 절대적으로 갖춰야 할 자금과 인력을 충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치연구회에서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권태홍 국민참여당 기획단장은 “자금 문제로 상당히 힘든 것은 사실이다. 발기인들이 자진해서 낸 특별회비로 이끌어가고는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 단장은 “홍보 총무회계 전략기획 등 당의 콘텐츠를 준비해야 할 부서 담당자가 고작 1명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있긴 하지만 인력지원이 거의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10월 초 국민참여당 은행잔고엔 불과 200만 원가량의 돈이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10월 예상 수입액은 2700만 원인 데 반해 예상 지출액은 6450만 원이어서 적자 폭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당의 한 관계자는 “어떤 당원은 자신의 결혼자금까지 털어 부었고 또 다른 당원은 자동차를 팔아 돈을 마련해 내는 등 뜻을 모았지만 창당을 위해서는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고 털어놨다.
국민참여당이 겪고 있는 난관은 11월 15일로 예정된 정책당원대회의 취소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9월 발기인대회와 내년 1월 창당의 중간 시기에 열리는 정책당원대회는 국민참여당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준비해왔던 대규모 행사다. 그러나 국민참여당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대회 취소를 결정했다. 권태홍 단장은 “자금도 부차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정책당원대회에 필요한 베테랑 인력들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국민참여당은 불필요한 이벤트 등은 최대한 자제하고 오는 15일 열리는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국민참여당은 회비 추가 모금과 함께 차입금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선 상태다. 권 단장은 “기존의 당원들과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2억 원가량을 이런 식으로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참여당은 빌린 돈을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모두 갚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국민참여당의 현 재무 상태를 고려해 볼 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상당수 당원들이 국민참여당의 자금난 해소 방안에 대해 동조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불만도 들리고 있다. 국민참여당 지역 주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시·도당과 중앙당 창당 등 돈 들어갈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그건 어떻게 한다 하더라도 내년 지방선거는 무슨 돈으로 치를 것인지 모르겠다. 당비로만 운영하겠다는 뜻은 좋지만 일단은 중앙정치권에 진입해야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 지금과 같은 미봉책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당원들 간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는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는 셈이다.
여의도 주변에서는 국민참여당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면 창당이 연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민참여당의 내년 지방선거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민참여당 측은 “창당이 미뤄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당원의 당비로만 운영되는 정당’이라는, 기존의 정당과는 다른 길을 표방하고 나선 국민참여당이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