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의 숲에 봄이 내리다
▲ 서성제 가는 길에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 ||
‘숲정이’. 마을 근처에 우거진 수풀을 일컫는 우리말이다.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에 자리한 숲정이는 동복천을 따라 조림돼 있다. 연둔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지만 이 마을은 아직까지도 옛 지명인 ‘둔동’으로 더 많이 불린다. 타지 사람들에게 땅을 빌려줘 경작하던 ‘둔전’이 있어 갖게 된 이름이다.
이곳에는 현재 227그루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다. 어린 나무들까지 합하면 그보다 훨씬 많다. 마을사람들은 요즘도 나무를 심는다. 이제는 생존보다 여유를 위해서다. 숲은 이곳 사람들의 가장 좋은 쉼터다.
이 숲은 1500년경 마을을 형성할 때 조성한 것이다. 숲에는 느티나무, 검팽나무, 왕버들, 서어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무들은 이열종대로 늘어서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이어진 길은 훌륭한 산책로다.
이곳을 찾은 때는 3월 하순, 숲은 겨울과 봄 중간에 있었다. 버드나무들은 연초록 이파리들을 밀어올렸지만 팽나무와 느티나무 등은 다소 일렀다. 다만 멀리서 보기에 아직도 겨울인 나무들 틈바구니에서 길게 머리를 드리운 버들이 있어 봄기운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주말쯤이면 숲정이는 그때와는 달리 봄볕 아래 쑥쑥 자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마을 곁을 흐르는 동복천은 꽤 넓은 하천이다. 건너편까지 50m 정도. 둔동마을에 들어가려면 하천에 가로 놓인 두 개의 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남쪽에 난 다리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지만 100여m 북쪽에 난 다리는 좁아서 이륜을 제외한 탈것들은 지나갈 수 없다. 예전에는 이 하천이 이보다 더 넓었다고 한다. 물이 많이 불 때는 할 수 없이 나룻배를 이용하곤 했는데 인명사고가 나서 다리를 지은 게 조붓한 북쪽다리다.
동복천을 따라 남쪽으로 달리다보면 다산미술관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다산 정약용을 기념해 지은 미술관이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다르다. 동복천 큰 다리를 건너지 않고 좌측으로 난 소로를 따라 1㎞가량 올라가야 한다. 다리 주변에는 개나리가 만발했다.
다산미술관은 아픈 사연이 있는 곳이다. 미술관을 건립한 이는 이판석 씨. 이 씨네는 전남 광주에서 온 식구가 교육계에 종사하던 유명한 가족. 그런데 그중 일부는 불의의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97년 효도관광차 떠난 괌 여행이 불행의 원인. 항공기 추락 사고로 가족을 잃은 것이다.
▲ 둔동마을에서 다산미술관으로 가는 길. | ||
전시장은 건물 1층과 2층에 있다. 1층 전체에는 묵향 그윽한 동양화가 전시돼 있고 2층은 동양화 전시와 함께 다과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있다.
미술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항상 열려 있다. 혹 이곳을 지나갈 일이 있거든 잠시 들러 작품 감상도 하고 그 넋을 추모하고 가는 것도 뜻 깊은 일이 될 것 같다.
다산미술관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에는 드라이브를 겸한 봄나들이 명소가 하나 있다. 바로 서성제다. 화순읍 쪽으로 길을 달리다가 백룡리에서 우측으로 난 소로를 따라 2㎞ 정도 더 들어가면 서성제다.
이곳은 1967년 조성된 인공저수지. 기암절벽이 물을 가두고 저수지 주변으로는 카페와 산장 등이 호젓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서성제 가는 길은 시멘트로 포장된 1차로. 구불구불 언덕바지를 올랐다내렸다하며 저수지를 돌아 달린다. 산에는 진달래가 흐드러졌고 물가로는 버들이 푸르다. 경치에 취해 달리니 길이 아무리 험한들 즐겁기만 하다.
서성제에는 봄이 완연하다. 청보리밭과 개나리, 버들, 벚꽃이 어우러져 완벽한 봄을 노래하고 있다. 서성제에는 섬처럼 자리 잡은 정자가 있다. 환산정이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 태종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유함이라는 선비가 통곡하며 은거생활을 하기 위해 지은 정자로 이곳 주변은 서성제 최고의 풍경을 자랑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순지석묘군은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산리를 잇는 고개의 양 계곡 일대에 분포해 있다. 고인돌은 계곡의 동쪽 산기슭을 따라 대부분 군집돼 있다. 효산리에는 총 135기, 대산리에는 총 124기의 고인돌이 있다. 오는 4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고인돌축제가 열린다. 선사시대체험과 고인돌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 세계문화유산 화순 고인돌 공원과 다산미술관(아래). | ||
쌍봉사에는 목련이 아름답게 피었다. 해탈문을 들어서기 전 오른쪽 담장 앞에 목련 네댓 그루가 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대웅전 옆 매화꽃은 다 떨어졌지만 대신 백일홍과 벚꽃이 절 마당을 밝히고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88올림픽고속국도 동광주IC→광주 방면 29번 국도→화순 방면 22번 국도 계속 직진→구암에서 동복면 방면 좌측 도로 택해 직진→동복에서 우회전 822번 지방도 타고 직진→둔동마을
★길잡이: 화순읍 동면에서 사평리 방향으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달맞이흑두부’(061-372-8465)를 강력 추천한다. 남도에서 재배한 검정콩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흑두부를 개발한 곳이다. 가마솥에서 장작불을 떼어 만든 흑두부가 굉장히 고소하다. 주 메뉴는 흑두부보쌈. 갓 삶아낸 돼지수육과 흑두부, 거기다 겉절이 김치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흑두부보쌈 가격은 2만 원.
★잠자리: 도곡온천단지에 숙박시설이 많다. 상춘을 즐기고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자. ‘도곡온천관광호텔’(061-375-0025), ‘미송호텔’(061-375-9800), ‘엠펜션텔’(061-375-0072 ).
★문의: 화순군청(http://hwasun.jeonnam.kr) 문화관광과 061-370-122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