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발자취 따라 과거로의 시간여행
▲ ① 사도 양면바다 해수욕장. 좌우로 보이는 섬이 장사도와 시루섬. ② 사도 해변에는 마치 공룡알처럼 생긴 둥그런 바위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다. ③ 사도의 공룡발자국. 사도 일대에는 무려 3800개가 넘는 공룡발자국이 나 있다. ④ 변산 채석강과 제주 용머리해안을 연상 | ||
그렇다면 어디로 갈까. 이 여름과 마지막 조우를 하고 가을을 산뜻하게 맞을 수 있는 곳이 전남 여수에 있다. 그 많던 사람들을 훌훌 떠나보내고 부력이 견딜 만큼만 나그네를 보듬어 안은 섬 ‘사도’. 일찍이 공룡이 먼저 살았던 이곳이라면 ‘날려버린’ 여름휴가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 것 같다.
여수항에서 사도까지는 1시간 20분 거리. 배는 하루에 두 차례 왕복한다. 사도는 여수의 서남단에 자리해 있는데 고만고만한 6개의 이웃 섬과 함께 군도를 이루고 있다. 물이 빠지면 추도, 연목, 나끝, 사도, 간도(간댓섬), 시루섬, 장사도(진댓섬)가 ‘ㄷ’자 형태로 연결된다. 추도와 연목, 장사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섬들은 평소에도 연결돼 있다. 따지자면 7개의 섬이 바다에 떠 있는 게 아니라 사실상 4개의 섬인 셈이다.
사도는 ‘공룡섬’이다. 사람이 살지 않았던 그 옛날 어마어마하게 큰 공룡들이 사도의 지축을 울리며 뛰어다녔다. 어떻게 섬에 공룡들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이 지역은 공룡들이 살던 시기에 섬이 아닌 육지였던 것 같다. 조선시대엔 사도를 ‘사호’(沙湖)라고 불렀다니 그 가설이 힘을 얻는다.
사도 선착장에 발을 내리면 맨 먼저 맞는 것도 ‘공룡’이다. 목을 길게 뺀 거대한 공룡 두 마리가 지키고 서 있는 것. 섬에 사는 모든 것들이 그 공룡에게 잡아먹힌 듯 사방은 조용하다. 마을 앞을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사도는 21가구 40여 명이 사는 섬이다.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무려 500명 이상의 주민이 살았던 이 섬은 1959년 한반도를 강타한 사라호 태풍 이후 점차 섬의 기운이 쇠락해갔다. 태풍이 고기잡이배를 모두 삼켜버리고 난 후 사람들은 섬을 하나둘 떠나갔다. 그 이후 지금도 사도에서는 고기잡이배를 바다에 띄우지 않는다. 사람들은 해산물을 채취하고 손바닥만 한 밭을 일구며 민박을 놓아 생활한다.
단순히 공룡 모형만 만들어놓고 ‘공룡섬’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다. 사도 일대 섬에는 공룡들의 발자국 화석이 곳곳에 남아 있다. 화석들은 약 8000만 년에서 90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시대의 것이다.
사도와 추도, 낭도 등의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해안 바위 위에 각인된 커다란 공룡발자국을 볼 수 있다. 공룡발자국들이 발견된 계기가 참 재밌다.
사도 주변 해안은 ‘세일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변산반도 채석강이나 제주도의 용머리해안처럼 바위가 켜켜이 쌓여 있는 형태다. 마을 주민들은 이 편편한 돌들을 떼어다가 구들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떼어내고 또 떼어내다 보니 커다란 발자국들이 보이더라는 것. 온돌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주민들이 그 온돌을 만들기 위해 해안 바위들을 떼어내지 않았더라면 공룡의 역사도 바위 속에서 잠자고 있었을 것이다.
▲ 평화롭고 인심 좋은 사도마을 풍경(위). | ||
사도는 1시간이면 충분히 한 바퀴 돌 정도로 작은 섬이다. 섬에는 해안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정비돼 있다. 곳곳에 벤치도 구비해 놓았다. 땀도 나지 않을 만큼 야트막한 언덕이 사도 최고의 전망대다. 높이는 겨우 50m쯤 될까.
사도와 이웃 섬 간도는 다리로 연결돼 있다. 간도는 갓댓섬 혹은 중도라고도 불린다. 다리를 건너 300m 정도 걸어가면 간도의 끝이다. 그러나 간도는 또 시루섬과 닿아 있다. 사도 일대에는 사도해수욕장과 간도와 시루섬 사이의 양면바다해수욕장 등 두 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사도해수욕장의 경우 과거 아주 고운 모래를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은 돌이며 자갈들이 많이 섞여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양면해수욕장은 여전하다. 간도와 시루섬 사이에 모래톱이 펼쳐져 있고 그 양 옆은 바다여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모래톱 너머 시루섬에는 각양각색의 기암들이 즐비하다. 높이 10m 정도 되는 거북바위에서부터 용꼬리처럼 생긴 용미암, 사람의 옆얼굴을 닮은 얼굴바위 등 볼 게 많다.
시루섬 왼쪽에 있는 장사도는 물이 완전히 빠져야만 걸어갈 수 있다. 그나마 장사도의 경우는 물때만 맞추면 언제나 걸어갈 수 있지만 추도와 연목 등은 평소에 결코 제 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1년에 단 세 번, 사도 일대 7개의 섬이 모두 연결된다. 그 시기는 음력 정월대보름과 2월 영등, 4월 중순 무렵 2~3일 동안이다. 특히 이때 사도와 추도 사이에는 마치 진도의 바닷길처럼 길고 또 넓게 길이 난다.
화석은 섬 오른쪽과 왼쪽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추도에 가고 싶다면 미리 민박집에 이야기해 놓거나 사도 이장댁에 연락하면 배편을 대준다. 사람들이 순박하고 정이 많아 사도여행은 마음의 고향을 찾은 것처럼 포근하다.
여행 안내
★길잡이: 대전-통영 간 고속국도→진주JC→남해고속국도→순천IC→17번 국도→여수항→사도
▲배편: 여수항에서 사도로 가는 배는 오전 6시 10분, 오후 2시 30분에 있고 사도에서는 오전 7시 40분, 오후 4시에 있다. 운임은 1인 8500원.
★먹거리: 사도에는 특별한 식당이 없다. 그러나 싱싱한 해산물과 텃밭에서 따온 채소를 재료로 민박집에서 내놓는 가정식백반이 꿀맛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회가 먹고 싶다면 민박집에 부탁하면 된다. 물론 자연산이다. 사도에 들고 날 때는 여수항여객선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구백식당’(0612-662-0900)에 들러보자. 전라남도 별미집으로 선정된 곳으로 서대회무침이 유명하다. 서대회무침 1만 원, 금풍생이구이 1만 원.
★잠자리: 사도에는 10여 가구가 민박을 놓는다. 장원모(061-665-0019), 모래섬한옥민박(061-666-0679), 남도민박(061-666-9199) 등.
★문의: 여수시청(http://www.yeosu.go.kr) 관광진흥과 061-690-2036, 장원모 사도 이장 016-9622-0019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