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담길로 이어지는 아련한 고향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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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 때 창건한 함열향교(아래). | ||
함라마을은 민속촌처럼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200년쯤 전으로 되돌아가면 만남직한 예스러운 마을에 여전히 사람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
전북 익산 함라면 함열리.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마을이다. 한편에는 이발관이며 자장면가게, 슈퍼 등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고 다른 한편에는 토담을 둘러친 기와집들이 몰려 있다. 함라마을의 담장은 토석담이 대부분이다. 황토를 개어 돌과 함께 쌓은 것들이다. 순수한 토담과 돌담 등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담장은 일반적인 시골 담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보통 150㎝ 정도 높이다.
함라파출소 안쪽으로 난 길이 바로 ‘과거’로 가는 통로다. 이 길로 50m쯤 들어가면 오른쪽에 잘 단장된 토담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안에 멋들어진 한옥이 한 채 보인다. ‘조해영 가옥’이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21호로 지정된 가옥으로 현재 안채와 문간채, 별채가 남아 있다. 가옥은 1918년에 건축됐으며 별채는 일본식 건물이다. 다른 곳에는 사람이 살지 않지만 별채에 노인 한 분이 기거하며 집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감나무 밑에는 장독대 20여 개가 놓여 있다. 수리하다 남은 기와들이 그 주변에 쌓여 있다.
조해영 가옥과 함께 함라마을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건물은 ‘김안균 가옥’이다. 조해영 가옥과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 건물 역시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23호로 지정돼 있다. 조해영 가옥보다 몇 년 늦게 지어졌다. 안채와 사랑채는 1922년, 동서행랑채는 1930년 ‘태생’이다. 조선 말기의 양반가옥 형식을 빌고 있다. 하지만 외부의 소소한 부분에서는 일본풍이 엿보인다. 아쉽게도 김안균 가옥은 들어가 볼 수 없다. 사람이 살지 않아 대문이 굳게 닫혀있다. 가슴이 아픈 것은 이 집이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길 쪽으로 난 건물 외벽 유리창은 깨어진 채 있고 건물 안에도 풀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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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륵사지 석탑. | ||
논밭으로 일하러 나갔던 주민들이 돌아오는 저녁 무렵, 함라마을의 모습은 더없이 평화롭다. 이제는 농촌에서도 거의 보기 힘든, 굴뚝에서 저녁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한편 함라마을에는 조선 세종 때 지은 향교가 있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85호로 지정된 이 향교는 공자의 영정이 봉안된 영소전이 눈길을 끈다. 다른 향교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건물로 인조 4년(1626년) 사신으로 중국에 갔던 남궁경이 귀국하면서 영정을 가져왔다고 구전되고 있다.
익산은 미륵사지로 대표되는 고장이다. 미륵사지는 함라마을에서 약 15㎞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마한의 옛 도읍지로 추정되는 금마면 용화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사찰로 그 크기로 볼 때 우리나라 최대 규모. 백제 무왕 2년(601년) 창건된 미륵사에는 국보 제11호인 미륵사지석탑과 보물 제236호인 미륵사지 당간지주 등이 있다.
하지만 현재 석탑은 볼 수 없다. 모형만이 서 있을 뿐이다. 석탑은 현재 해체복원작업이 한창이다. 유물전시관 오른쪽에 마련된 건물 안에서 거의 해체된 채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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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익산에는 입점리 백제고분군을 비롯해 천년고찰 숭림사 등 수많은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익산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여행 안내
★길잡이: ●1)서해안고속국도 군산IC→706번 지방도→나포→웅포→724번 지방도→함라마을 ●2)호남고속국도 논산IC→강경→23번 국도→용안면→711번 지방도→함라마을
★먹거리: 웅포관광지 곰개나루에 가면 알아주는 맛집들이 있다. 이곳에는 일명 ‘웅포 3미’라고 하는 우어회무침, 삼순주, 옻닭이 있다. 우어는 웅어라는 멸치과의 작은 물고기로 이곳 금강에서 잡힌다. 매운탕으로 끓여 먹거나 구워서도 먹는데 진짜 별미는 회무침이다. 우어회는 ‘어부식당’(063-862-6827)이 잘한다. 솔잎순과 죽순, 칡순을 함께 넣어 만든 삼순주는 ‘주말농장가든’(063-861-4559), 옻닭은 ‘거시기가든’(063-861-4648)이 유명하다.
★잠자리: 함라마을 근처에는 숙박업소가 없다. 금마관광지나 미륵사지 주변, 익산 인화동 주변에 모텔이 많다. 미륵사지에서 강경역 방면으로 4㎞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미륵산자연학교(063-858-2580)라는 펜션도 이용할 만하다.
★문의: 익산시(http://www.iksan.go.kr) 문화재팀 063-859-527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