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예술이네!
▲ 평촌 중앙공원과 거리 곳곳에는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속 작품은 글로리아 프리드만의 ‘시간의 파수꾼’. | ||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라는 것이 있다. 미술 창작활동 진흥과 도시문화 환경개선을 위해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신축 또는 증축 건축물의 연면적이 1만 ㎡ 이상인 경우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하는 제도다.
경기도 평촌 신도시에 가면 그렇게 크지도 않은 건물 앞에 미술작품이 설치돼 있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니 그 건물에 달린 것도 아니다. 그냥 거리 여기저기 아무데나 작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공원에도 있고 시청 마당에도 있고 횡단보도 옆에도 예술작품들이 있다. 이 도시가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한 듯하다.
이들 작품들은 11월 18일까지 계속되는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위해 설치된 것들이다. 이 프로젝트는 안양시가 문화와 예술을 도시 발전의 중심 개념으로 설정하고 지역 공동체에 창조적 환경과 삶의 생기를 불어 넣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는 모두 37명. 안젤라 블록, 댄 그래험 등 유명 외국 작가와 조은지, 김홍석 등 국내 작가들이 평촌이라는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평촌 중앙공원에는 2006년의 프로젝트 작품을 포함해 가장 많은 10개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글로리아 프리드만의 ‘시간의 파수꾼’과 양 페이밍의 ‘월드와이드에서 인터내셔널 그리고 글로벌까지’ 등이 있다.
글로리아 프리드만의 작품은 커다란 구체 위에 시계를 들고 있는 사람의 모양이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하얗다. 구체에는 20여 개의 시계가 박혀 있다.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세계의 시간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양 페이밍의 것은 깃발 작품으로 깃발에 전쟁과 기아, 폭력에 시달리는 어린이의 초상화와 지구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역대 유엔 사무총장의 얼굴들이 그려져 있다.
회색 공중전화박스로 의미를 전달하는 미카엘 엠그린과 잉거 드락셋의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작품도 있다. 물론 이 공중전화는 단지 작품일 뿐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언제 전화기를 설치했지’ 하고 의아해 하며 박스 안에 들어가 전화를 직접 걸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작동하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그것이 작품인지 모르고 돌아서기도 한다.
중앙공원 외에도 학운공원, 평촌공원, 도서관, 시청, 학교, 상가 등 곳곳에 작품이 한두 점씩 보인다. 학운공원에는 이수경의 ‘달’, 김상균의 ‘떠도는 섬들’ 등이 있고 시청에는 실비 플뢰리의 ‘비토’라는 작품이 있다. 실비 플뢰리의 ‘비토’는 UFO비행체 모양으로 시청 잔디마당에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박혀 있어 특히 관심을 끈다.
이 작품은 이번 프로젝트를 상징한다. 미술이 미술관을 떠나 공공장소에서 대중을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이 나타날까. 도시 속의 작품은 단지 본 적 없는 이상한 물체일 뿐일까. 아니면 문화의 지평을 한 차원 넓혀주는 신선한 존재일까. 어쨌든 그 답은 직접 이 도시로 찾아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참, 작품을 다 보려면 3시간쯤 잡으면 된다. 산책 삼아 도시를 거닐며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잡이: 지하철 4호선 범계역 하차→중심상가→중앙공원
★문의: 안양공공예술재단 031-389-5400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