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난임환자에 비아그라 질정 사용 권유 “혈액순환 활발히 해 착상 돕는다”…검증된 방법은 아냐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국내 산부인과와 난임클리닉에서 난임여성에 발기부전치료제를 질정으로 사용하게 하는 처방을 한다고 알려졌다. 사진=일요신문DB
해외에서는 과거 발기부전 치료제를 통해 난임 여성이 임신에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성이 질에 직접 투입한 게 아니라, 복용해서 효과를 봤다.
영국 BBC는 지난 2000년 5월 30대 불임 여성이 비아그라를 복용한 뒤 임신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 여성은 자궁내막이 착상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 얇아 번번이 임신에 실패했는데, 비아그라 복용으로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면서 결국 임신에 성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불임치료법은 비아그라가 자궁내막을 두껍게 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지면서 미국에서 처음 시도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이 아니라, 질정으로 사용해 난임 여성의 질에 직접 넣는 시술이 있다고 한다.
남성이 비아그라를 복용하면 말초혈관과 정맥이 확장되면서 혈액순환이 활발, 음경 속에 피가 많아져 발기가 된다.
난임 여성이 비아그라를 질정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이처럼 혈액순환 때문이라고 한다. 비아그라를 투입하면 약을 직접 흡수하는 질과 그 내부에 위치한 자궁경부 쪽으로 혈액 공급이 일시적으로 원활해져 착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산부인과와 난임클리닉에선 난임 여성에게 비아그라를 처방해 준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부인과 의사는 “난임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배란일 4~5일 전부터 비아그라를 질정으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에서 직접 시술하지는 않는 편이다. 비아그라는 작용시간이 짧다. 따라서 그 기간 동안 6시간 간격으로 꾸준히 넣어줘야 한다. 따라서 병원에서 처방을 해주고 여성들이 직접 시도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비아그라를 질정으로 사용하면 혈액순환뿐 아니라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통한 호르몬 촉진으로 임신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발기부전치료제를 주로 다루는 비뇨기과의 원장은 “비아그라를 질에 넣어 질벽 혈액순환이 잘 되면, 성관계에서 오르가슴에도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성생활을 만족하면 여성의 몸속에 여러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러한 호르몬이 착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난임 치료를 위한 발기부전치료제의 질 내 투입 방법은 검증되거나 허가 받은 시술이 아니다.
여성성의학 병원의 한 원장은 “비아그라를 이용한 처방은 과거부터 병원에서 시행해 왔다. 하지만 정식으로 검증된 시술은 아니다. 임상실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해야 하는데, 이뤄진 적이 없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호르몬제 투입 등 기존 시술이 있는데 굳이 임상실험을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이러한 방식이 전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비아그라의 제약사인 한국화이자제약 측 역시 “비아그라가 난임 치료에 활용되는지 확인된 바가 없다”며 “당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비아그라의 적응증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의 산부인과 의사도 “비아그라 질 내 투입만 시술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미 검증된 다른 난임 치료를 하면서 ‘병용’으로 시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발기부전치료제를 질정으로 사용하는데 부작용이나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 앞서 비뇨기과 의사는 “약을 질에 넣어 내부에서 녹았을 때 흡수를 통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느냐는 검사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부작용이나 안전에는 전혀 이상 없다”고 밝혔다.
한 제약회사의 고위 임원은 “불임클리닉을 운영하는 많은 병원들이 비아그라 질 내 투입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구형과 필름형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