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폐플라스틱 돈 안돼 수거안 해…되레 외국 쓰레기 수입
쓰레기 재활용 시장은 철저히 경제원리에 따라 작동한다.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쓰레기통 모습. 고성준 기자
일상생활과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전세계에서 매순간 발생하고 있다. 이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는 소각, 매립, 재활용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각자 환경에 따라 쓰레기 처리 방식이 달라진다. 쓰레기 처리 과정에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쓰레기 처리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나라들은 저마다 처한 환경과 산업발전 정도에 따라 쓰레기 처리 방식을 차별화해왔다. 선진국의 경우 친환경에 관심이 많아 재활용률이 높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 국토가 넓어 쓰레기의 많은 부분을 매립으로 처리하고 있다. 국토가 좁은 일본은 매립보다 소각의 비율이 훨씬 높다.
쓰레기가 자원으로 다시 활용되는 것은 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등은 석유화학제품으로 이를 재활용해 다시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폐플라스틱의 경우 원료에 따라 특성과 재질이 다양하다. 혼합재질일 경우 이를 분류해서 재사용하는데 이 과정에는 기술력과 비용이 요구된다.
폐비닐은 고형연료로 탈바꿈될 수 있다. 폐기물 고형연료는 각종 폐기물의 가연성 물질만 걸러내 만든 고효율 연료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고형연료 규제가 강화되자 폐비닐 가격이 폭락하면서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하고 있다. 고철의 경우 산업자재나 건설에 사용돼 원자재 가격이나 건설경기에 영향을 받는다.
유가에 가격이 연동되는 폐플라스틱은 전세계 쓰레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유가가 낮아지면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보다 새 제품을 생산하는 경향이 커진다. 이 경우 쓰레기 재활용 시장이 위축되고 지금과 같은 쓰레기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반대로 화학업계는 저유가 기조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세계경제에도 영향을 받는다. 플라스틱은 내수 및 수출 등 전 산업분야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수출이 증가하면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쳤던 2008~2009년 쓰레기 재활용 시장은 위기를 겪었고, 중국의 경우 재활용업체 30%가량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경기가 악화됐던 2015년에도 압축 페트병 가격이 2013년 1월 kg당 600원에서 330원 이하로 급락했다.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플라스틱 사용량은 폭증했다. 자원순환사회연구소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시장은 1950년 1500만t에서 2012년 2조 8800만t으로 급증했다. 2012년 기준으로 세계 플라스틱의 39.7%가 아시아, 20.4%가 유럽, 19.9%가 북미에서 생산되고 있다. 사용된 플라스틱의 60% 이상을 중국이 수입해왔다.
중국이 세계 쓰레기를 대거 수입하며 선진국의 중국에 대한 쓰레기처리 의존도가 높아졌다. 미국 재활용산업협회(ISR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쓰레기는 5조 2000억 원 이상이다. 하지만 2017년 7월 중국이 환경보호와 자원 효율화를 위해 24종의 고체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수출길이 막힌 쓰레기 처리는 전세계 현안으로 떠올랐다. 각 나라마다 수출되지 못한 쓰레기가 적체되고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의 수요가 줄어 가격은 하락했다.
자원환경 전문가들은 재활용업체들이 영세하고 소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에 시장가격 변화나 외부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체계적인 자원재활용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분리수거 의식과 수준은 OECD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분리수거된 쓰레기가 다 재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경우 재활용률이 2015년 59.5%에 그쳤다. 오히려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 더 좋은 품질의 폐플라수틱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폐기물 재활용이 발달한 독일은 생산에서부터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고 있다. 또 철저하게 생산자에게 재활용에 따른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구소는 “쓰레기 처리에 대해 생산자와 지자체가 책임부담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