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쏙쏙 추억 솔솔~ ‘고향의 품’으로 지금 갑니다
▲ 대이리 동굴지대 뒤편에 자리한 덕항산. 아래는 지붕을 붉은 소나무 조각으로 덮은 대이리 너와집. | ||
삼척에는 두 곳의 민속마을이 있다. 따지자면 민속마을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다. 예전 화전민 마을이나 깊은 산골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너와집 몇 채가 있는 곳들이다. 대이리와 신리가 바로 거기다. 대이리에는 너와집과 굴피집 두 채가 있고, 신리에는 너와집 두 채가 있다. 이들 가옥들은 모두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너와집은 기와 대신 소나무를 쪼개어 만든 널빤지로 지붕을 얹은 강원도 산간 지방의 대표적 가옥이다. 보통 너와의 크기는 세로 70㎝, 가로 30㎝ 정도다. 너와는 반드시 도끼로 쪼갠다. 반듯하게 하자면 톱이 낫겠지만 도끼로 쪼개어 결을 살려야 빗물이 흡수되지 않고 잘 흘러내린다. 도끼로 쪼갠 너와는 썩지 않아 수십 년은 거뜬히 버틴다. 강원도 사람들은 이런 너와를 ‘느에집’ 또는 ‘능에집’이라고 부른다.
대이리 동굴단지에서 환선굴매표소를 지나 조금 올라가다보면 통방아가 보이고 그 바로 위쪽으로 먼저 굴피집이 나온다. 굴참나무의 굵은 껍질로 지붕을 얹은 집이 바로 굴피집이다. 통방아는 물방아 또는 벼락방아라고도 불린다. 물통에 물이 담기면 그 무게로 공이가 올라가고 그 물이 쏟아지면 공이가 떨어져 방아를 찧게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부근에는 여러 집들이 여행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데 대부분 굴피와 너와를 얹어놓은 집들이다. 그중 지붕이 유난히 낮은 집이 300년 된 굴피집이다. 이 집 처마 끝에는 시레기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 바로 위에 자리한 집이 이종옥 가옥에서 분가한 이종순 가옥이다. 원래는 너와집이었는데 너와를 구하기가 어려워 떡갈나무 등의 껍질을 대신 얹었다. 굴피는 너와에 비해 수명이 훨씬 짧다. 3~5년 주기로 굴피를 부분 교체한다.
반면 인근의 이종옥 가옥은 여전히 너와집의 형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집은 370년 전에 지어졌다. 집의 구조나 형태는 두 집이 거의 비슷하다. 내부는 마루를 중심으로 안방, 도장, 사랑방, 부엌, 봉당으로 구성돼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인 데다 찬바람에 방문을 꼭꼭 닫아놓는 계절이라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 신리 너와마을 너와집. | ||
신리 너와마을은 화전민이 자연스럽게 모여 부락을 형성한 마을이었다. 이곳에 너와집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이 두 채만 남아 있다. 그나마 살던 사람도 다 떠나고 없다. 신리 너와집 아래쪽에는 펜션단지가 있다. 너와를 지붕에 얹은 집들로 숙박객들을 위해 짚풀공예, 설피 만들기 등 산촌문화체험을 진행한다.
사실 너와집 여행만으로는 단조롭고 따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주변에는 멋진 산과 동굴이 있다. 대이리 너와집 뒤편으로 산세가 수려한 덕항산이 자리하고 있고 그 중턱에는 두 개의 커다란 동굴이 있다.
덕항산은 환선굴과 대금굴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산이다. 1071m의 결코 만만찮은 높이에다 마치 성곽처럼 펼쳐진 병풍암, 하늘을 찌를 듯한 촛대봉 등 그 아름다운 절경이 그냥 묻히기엔 아깝다. 매표소에서 환선굴까지 30분 정도 걸리는데 환선굴이 해발 840m 지점에 자리하고 있으니 이곳에서 160m 정도의 높이, 거리로는 약 1.6㎞만 더 가면 덕항산 정상에 닿는다. 2월 15일까지 등산이 가능하다. 그 이후 3개월간은 봄철 등산 통제기간이다.
환선굴은 기묘한 모양의 종유석과 석순 등이 잘 발달된 석회암 동굴로 남한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총길이가 무려 6.5㎞에 달하는데 동굴 보호를 위해 이중 1.6㎞ 구간만 공개하고 있다. 6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동굴호수, 만리장성을 닮은 석회암지대, 마리아상 등 보이는 것마다 신기하기 그지없다. 관람에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한편 대이리와 신리 일대를 여행할 때는 4일과 9일이 낀 날을 택하는 것이 좋다. 도계에서 5일장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도계장은 석탄산업이 한창 활황이던 한때 강원도에서는 동해 북평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장이었다. 장터에는 뜨내기 여행객도 부담 없이 들러서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갈 만한 선술집이 많다.
여행 안내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강릉분기점→동해고속국도 동해IC→7번 국도→42번 국도(삼척 방면)→38번 국도(태백 방면)→신기리에서 대이리 방면 우회전→대이리굴피집(환선굴, 대금굴)
★먹거리: 언제부터인가 삼척의 대표음식이 된 곰치국. 애주가들을 사로잡은 최고의 해장국이다. 아귀만큼 못생기고 살이 물컹물컹한 생선인 곰치는 예전에는 대접받지 못하고 버려지다시피 했다. 그러나 곰치국이 인기를 끌면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 삼척항 바다횟집(033-574-3543), 임원항 일억조회식당(033-573-9217) 등이 잘 한다. 대이리 동굴지대 가는 길가에 토속음식점들이 여럿 있다. 산채비빔밥과 촌두부, 동동주 등이 주 메뉴다.
★잠자리: 신리 민속마을 아래에 너와집펜션단지(http://neowa.invil.org, 033-552-5967)가 있다.
★문의: 삼척시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samcheok.go.kr) 관광정책과 033-570-354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