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 과정 ‘묘수’로 활용 가능성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일요신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난제의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금산분리 강화와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맞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으로 넘길 ‘묘수’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는 점점 더 어렵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감원이 담당하는 보험업감독규정만 바꿔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상당수를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업법 106조는 단일 계열사 주식 보유액이 총자산의 3%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1062만 3000여 주로, 시가는 26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보험업법 106조에 따른 삼성전자 주식가치를 취득가인 5960억 원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가로 기준이 바뀌면 기준 초과분인 17조 5000억 원어치를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최대주주다. 지분을 그룹 밖으로 매각하면 경영권이 통째로 흔들린다.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매입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 그렇다고 신규 순환출자 금지 탓에 다른 계열사로 매각하기도 불가능하다. 결국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매입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다. 보유지분의 가치는 15조 원에 달한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2대주주다.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사실 반도체 사업과 닮은 점이 많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팔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 하나가 해결될 수 있다. 지분 매각에 따르는 양도세 부담(최대 25%)이 있지만, 삼성이 수조 원의 세금을 납부하면 국가 재정에 보탬이 되는 만큼 여론에는 우호적일 수 있다.
물론 현 주가로만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매각만으로는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삼성바이로로직스 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반면 최근 페이스북 보안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IT 관련 주가는 약세다. 삼성전자 주가가 답보하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가 오른다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한편 삼성물산으로 삼성전자 지배구조를 단일화시키면 금산분리가 이뤄져 가장 강력한 지배구조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도 꾀할 수 있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SDS 지분을 활용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까지 확보한다면 제조와 금융 부문을 총수 일가가 직접 지배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