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없었다” vs “의사 지위 이용한 성착취” 주장 팽팽…맞고소로 이어질까
MBC ‘무한도전’을 통해 이름을 알렸던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 원장이 담당하던 환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배우 유아인에 대해 급성 경조증 가능성을 언급한 김 원장의 트위터.
사건은 지난 3월 27일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으나 이미 지난해 말부터 트위터에서 공론화됐던 문제이기도 했다. 피해자인 A 씨가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기 때문.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김 원장으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직장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아왔던 A 씨는 김 원장을 “믿고 따랐던 주치의”라고 표현했다. 그런 가운데 A 씨가 치료 과정에서 생긴 연정을 김 원장에게 표현하자 김 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것.
A 씨는 “(김 원장의) 요구에 합의한 것도 그분이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관계가) 연인 간의 대등한 위치에서의 성관계가 아닌 일방적인 성 착취였음을 영문도 모르고 모든 연락을 차단당한 채 버려졌을 때에야 알았다”고 설명했다.
A 씨가 김 원장에게 품은 감정은 정신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의사에 대해 느끼는 ‘전이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의사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으로 느끼게 되면서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는 것을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의학의는 이를 “환자의 깊은 속내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상담해 줘야 하는 일이 많은 의사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정신적으로 취약해진 환자의 심리를 악용해 성적 착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 씨 역시 김 원장과 자신의 관계가 이와 같은 전이 현상을 악용한 성적 착취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김 원장의 ‘배우 유아인 SNS 경조증 진단’을 문제 삼아 그에 대한 징계 절차를 착수해 왔다. 여기에 더해 A 씨 측이 제시한 김 원장과의 부적절한 관계 사실 등을 종합해 지난 3월 24일 전체 대의원회의를 개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 원장이 진료하던 환자의 개인 정보를 다중에게 공개한 행위가 추가돼 이 역시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A 씨는 김 원장이 부적절한 성관계 문제가 대두되자 A 씨의 개인정보를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A 씨는 김 원장의 지인이 SNS에서 김 원장만이 알고 있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상세하게 알고 있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원장이 해당 지인에게 A 씨의 정보를 넘긴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 의사가 자신이 진료한 환자의 개인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 제19조(정보 누설 금지)에 위배된다.
김 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환자와의 성관계는 있을 수 없다”고 A 씨의 주장에 맞섰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김 원장의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등 직원들이 월급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말 한꺼번에 그만두면서 A 씨와 짜고 자신을 모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경찰에 입건되면서 병원을 잠시 휴업 중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휴진일이었기에 문을 닫았을 뿐 정상적으로 진료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환자들은 기존에 김 원장이 상담을 지속해 오던 오래된 환자들로, 신규 환자는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 김 원장은 SNS에서 A 씨와 설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이 현상’과 ‘역전이 현상’이 대두되기도 했다. 환자가 자신을 담당하는 의사에게 강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전이 현상이라면 역전이 현상은 그 반대를 말한다. 즉, 의사가 환자에게 애정이나 동경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나 증오나 공포 등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게 되는 것. A 씨가 김 원장에게 전이 현상에 따른 연정을 느꼈다면 김 원장은 도리어 자신에게 집착하는 A 씨로부터 두려움을 느꼈다는 주장이다.
학회 윤리위원회의 제명 조치에 대해서도 김 원장은 “성폭행이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가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관련 소명 자료를 추가로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A 씨에 대한 정보는 단순한 트위터 계정 아이디였음에도 불구, 이를 ‘신상 공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김 원장은 A 씨 등에 대해 민·형사상 고소를 암시하기도 했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김 원장에 대해 “위계에 의한 간음이나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의료법 위반 등 다각도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