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살이 도는 ‘궁’
▲ 경회루 주변의 봄꽃들(위). 고궁박물관 앞 경복궁 입구에서 열리는 수문장 교대식. | ||
옛 중앙박물관 건물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완벽한 박물관으로 거듭난 것은 겨우 넉 달 전의 일이다. 지상 1층만 부분 개관하던 박물관이 드디어 지난해 11월 말 전면 개관한 것이다. 새로 단장한 박물관은 전시유물이 기존 500여 점에서 900여 점으로 크게 늘어나는 등 한층 볼거리가 많아졌다. 조선왕조의 예술과 문화,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유물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박물관은 지상 2층과 지하 1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2층은 제왕기록실, 국가의례실, 궁궐건축실, 과학문화실, 왕실생활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이 시작되는 제왕기록실에는 어진, 어보, 의궤 등 왕의 즉위와 공식 행사, 일상생활 등을 보여주는 기록들이 전시돼 있다. 마냥 아름답다고만 느꼈던 궁궐이 어떤 원리로 어떻게 지어졌는지는 궁궐건축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는 경복궁 경회루 연못 속에 있던 청동 용과 어좌의 용무늬 천장장식 등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1층에는 탄생교육실, 왕실문예실, 대한제국실 등이 자리해 있다. 탄생교육실에는 왕자의 태를 보관한 항아리와 각종 세자교육 자료가 전시돼 있다. 대한제국실에서는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간다. 이곳에는 순종과 순종황후가 이용했던 자동차와 생활공간 등이 재현돼 있다.
지하에서는 궁중예술의 향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궁중회화실에는 임금의 초상인 어진과 어좌 뒤편에 세워두던 일월오봉도(우리나라의 다섯 명산과 해, 달 소나무를 그린 그림) 병풍이 있다. 궁중음악실에서는 편종이 어떻게 연주되는지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지하 전시장에는 새로 재현해 만든 자격루가 한편에 전시돼 있다.
박물관 입장 때 1000원을 더해서 통합관람권을 구매하면 바로 앞 경복궁과 민속박물관까지 둘러볼 수 있다. 봄꽃이 환하게 밝힌 궁궐은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경복궁 근정전 서북쪽에 자리한 경회루 주변은 특히 추천할 만하다.
경회루 연못가에는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가 연초록 싱그러운 새잎을 천천히 밀어내고 있다. 노란 산수유와 하얀 목련도 봄볕을 즐기고 있다. 아쉬운 점은 경회루 누각 내부 관람이 제한된다는 사실이다. 숭례문 화재의 여파 때문이다. 안전점검을 이유로 내년 2월까지 개방을 하지 않는다.
★길잡이: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 5호선 광화문역 1번 출구
★문의: 국립고궁박물관(www. gogung.go.kr) 02-3701-7500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