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숲에서 ‘마음의 주름’ 쭉쭉
▲ 숲속을 산책하는 가족.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는 가장 ‘푸른 추억’이 아닐까. 오른쪽아래는 교과서식물원에 만발한 작약. | ||
서대전 가수원 사거리에서 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하다. 구절양장처럼 용태울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도로가 굽이치며 달린다. 바쁠 것 없는 길, 속도를 줄이고 경치를 만끽하며 조금 더 달리다보면 하늘을 떠받치듯 시원스레 뻗은 나무들이 이색적인 장태산 자연휴양림에 닿는다. 담양과 화순, 그리고 보성 등 남도 일대의 가로수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나무. 이곳은 국내 유일의 메타세쿼이아 숲이다. 휴양림의 대부분이 메타세쿼이아 나무들로 덮여 있다.
대전 서구 장안동과 충남 금산군 복수면 신대리 경계의 안평산(470m) 바로 옆, 야트막한 장태산(306m) 자락에 자리한 휴양림은 대전의 한 시민이 1991년부터 조성해 운영하던 것을 2002년 대전시에서 인수한 후 리모델링한 것이다. 재개방된 시기는 정확히 2년 전 이맘 때.
휴양림은 그 자체로도 워낙 숲이 우거지고 경관이 수려해 ‘대전8경’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장태산 중턱까지 메타세쿼이아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그 위쪽은 신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종합안내소를 지나 들어가는 길부터 높이 30m는 족히 넘을 메타세쿼이아들이 도열하며 반갑게 맞는다. 길옆으로 나란히 흐르는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조금 걸어 올라가면 생태연못이 나온다. 노랑, 보랏빛 붓꽃이 연못 가득 피어 있고 분수의 물줄기가 끊임없이 허공을 가른다.
연못 오른쪽으로는 숲 가운데 어린이놀이시설과 체육공원이 있고 왼쪽으로는 메타세쿼이아 삼림욕장이 이어진다. 삼림욕장은 휴양림 내에서도 가장 메타세쿼이아가 많이 몰려 있는 곳이다. 숲 그늘 아래 평상과 벤치가 곳곳에 비치돼 있어 쉬기 좋다.
삼림욕장 너머에는 숲속수련장과 휴양관, 암석원, 교과서식물원, 숲속의 집 등이 있다. 암석원과 교과서식물원에는 봄꽃들이 만발했다. 특히 작약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휴양관과 숲속의 집은 통나무숙박시설로 재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내부가 깔끔하다. 휴양관 옆, 수련장 외벽에는 책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숲속문고다. 휴양림을 찾았던 사람들이 기증한 책들이다.
휴양림에서는 매월 숲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가족 및 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숲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동식물을 관찰하고 목공예 등을 체험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비가 따로 없다. 숲속문고에 책을 1권 기증하는 것으로 대신하면 된다. 숲속문고의 책들은 그렇게 숲에서 보고 배운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것들이다.
▲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숲을 이룬 장태산 자연휴양림. 왼쪽은 장태산 휴양림 가는 길에 만나는 용태울저수지. 저수지를 끼고 도는 드라이브길이 일품이다. 아래는 장태산 휴양림 숲속문고. 누구나 읽고 싶은 책을 꺼내어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 ||
산책로 길섶에는 야생화와 뱀딸기 열매가 흔하다. 때죽나무 꽃도 흐드러졌다. 마치 종을 매달아 놓은 것처럼 매달려 있는때죽나무 꽃향기는 굉장히 달콤하다. 멀리 100m 밖에 있어도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을 정도다. 찔레꽃도 한창이다. 찔레꽃 향기도 때죽나무 못잖게 짙다.
꽃향기에 취해 오른 정상에는 장태정이라는 정자가 하나 놓여 있다. 그래도 땀깨나 흘리며 오른 길, 땀을 식히며 휴식을 취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용태울저수지가 한눈에 다 보인다.
장태산 자연휴양림 외에도 대전에는 자랑할 만한 숲이 또 있다. 걷는 재미를 느끼기에 장태산 자연휴양림보다 더 나은 장동삼림욕장이 그곳이다.
계족산 아래 자리한 장동삼림욕장은 황톳길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는 맨발로 걸어야 한다. 물론 그런 ‘법’은 없지만 황톳길에 물을 촉촉이 뿌려 놓아 맨발로 걷기에 좋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흙의 촉감이 무척 부드럽다.
삼림욕장에는 차량이 통제된다. 무조건 걸어서 가야 한다. 그래서 더 상쾌한 숲이다. 입구에 차량을 세우고 5분쯤 걸어가면 황톳길이 시작된다.
이 길을 따라 1시간쯤 올라가면 계족산성으로 이어진다. 높이 423m인 계족산은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나갔다고 해서 그 같은 이름이 붙었다. ‘이름이 너무 하찮은 것 아니냐’면서 봉황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높이에 견주면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 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회덕분기점→호남고속국도 서대전IC→4번 국도→가수원사거리에서 우회전→흑석사거리에서 좌회전→장태산 자연휴양림 ●경부고속국도 신탄진C→대전 방향 17번 국도→장동삼림욕장(계족산성)
★잠자리: 장태산 자연휴양림 내에는 4인~40인 수용이 가능한 통나무숙박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예약이 힘들 경우는 주변 원장안마을이나 장태산 자연휴양림 들목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원장안마을에는 장태산송가네(042-585-4598), 숲속의 작은집(042-582-0545), 텃골(042-582-1073) 등이 있다.
★먹거리: 영원장안마을 민박집은 대부분 음식점을 겸한다. 바비큐와 오리훈제가 주 메뉴다. 대전 유성구 구즉동에는 1980년대 초부터 묵을 만들어 팔던 마을이 있다. 이른바 구즉묵마을이다. 묵집들이 많은데 그중 강태분할머니묵집(042-935-5842)이 가장 유명하다.
★문의: 장태산 자연휴양림(http://www.jangtaesan.or.kr) 042-585-806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