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세훈 인천 안상수 “집안 싸움이 먼저다”
▲ 오세훈 시장(왼쪽)과 안상수 시장. | ||
이번 지방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은 내년 2월 2일부터 시작되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출마예상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공식화한 후보자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과 수도권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직은 여야 정치거물들의 ‘빅 매치’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일요신문>은 내년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출마 예상자들은 누구이며 선거구도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이번 호부터 세 차례에 걸쳐 조명한다. 첫 번째는 서울·경기지역과 수도권이다.
내년 지방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서울시장 선거’다. 서울시장직은 대권을 노리는 이들이 거쳐 가는 전 단계로 거론될 만큼 정치적 중요성이 큰 자리다. 이 대통령 역시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건설을 통해 서울시민과 수도권 민심까지 흡수해 대권 가도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적잖은 예비 잠룡들이 당내 경선 무대를 통과하기 위해 물밑 행보가 한창이다.
이미 한나라당에서는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상황. 오 시장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61.0%의 높은 지지율로 당시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27.3%)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엔 참여정부 임기 말기여서 강금실 후보가 ‘여권 프리미엄’을 크게 누리지 못했으나, 내년 지방선거는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즈음에 실시되는 만큼 지난 지방선거 때와는 양상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야 진영 모두에서 다른 거물급 인사들도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어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에서는 오 시장 외에도 원희룡·공성진·정두언·나경원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원희룡 의원과 정두언 의원은 최근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며 서울시장 출마 전략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공성진 의원(왼쪽)과 유시민 전 장관. | ||
야권 진영에서도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밝히는 인물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김성순 의원이 출마선언을 한 데 이어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11월 29일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이외에 한명숙 전 총리, 송영길·추미애·박영선 의원, 이계안·김한길·신계륜 전 의원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으며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시민사회계의 박원순 변호사 등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손석희 교수의 영입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손 교수 측은 정치권 진출에 부정적 입장이지만 계속해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민주당에서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을 감안한 탓에 “당선 가능한 인지도 높은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분석가들은 “민주당의 외부인사 영입이 ‘스타성’에만 의존한 것으로 비쳐진다면 승리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장과 함께 경기도지사 역시 정치적 중요성이 큰 자리다. 지난 선거에서 59.6%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현 김문수 지사는 재선과 대권 도전 사이에서 계속해서 고민해왔다. 현재로선 재선으로 좀 더 입지를 다진 뒤 차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것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서 대권을 준비한다는 두 가지 설이 유력하다.
만약 김 지사가 재선을 노린다면, 한나라당 내에서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 당내에서는 남경필 의원 역시 경기도지사직에 대한 야심을 오래 전부터 드러내왔던 터. 이외에도 김영선·정병국·원유철 의원, 전재희 복지부 장관, 임태희 노동부 장관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 왼쪽부터 김문수 지사 심상정 전 대표 이윤성 부의장 송영길 최고위원. | ||
인천시장 역시 경기도지사와 함께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는 자리다. 3선 도전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안상수 현 인천시장에 맞서 여야에서 누가 출정할지 관심사다. 한나라당에서는 안상수 원내대표와 더불어 이윤성 국회부의장, 박상은·윤상현·이학재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 지난 선거에서 61.9%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던 안상수 시장이 3선에 성공한다면 수도권에서 첫 3선 광역단체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지난 10·28 재·보궐 선거 당시의 ‘정권 심판론’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야권에서도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이 서울시장과 함께 인천시장 예비후보 명단에도 오르내리고 있으며 김교흥·문병호·유필우·최용규·이기문 전 의원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15대 의원을 지낸 뒤 정계를 떠나있던 이기문 전 의원은 지난 11월 26일 모교인 인천고등학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인천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7월부터 넉 달간 택시 운전을 하며 겪은 이야기를 책(<이기문 변호사의 신호등 없이 사는 세상>)으로 냈다. 이밖에 지난 10·28 재보선에서 민주당 재·보궐선거기획단장으로 활동했던 김교흥 전 의원도 지난 11월 25일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했고, 민주노동당 김성진 전 최고위원도 2006년에 이어 재도전할 것으로 보여 인천시장 선거 역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과 기타 야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후보단일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로의 단일화’를 원하는 민주당과 ‘민주당 후보도 양보해야 한다’는 기타 야권, ‘시민참여형 연대’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 측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이른바 ‘반MB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성사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현직’들의 재선 당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서울과 경기도 광역단체장 후보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의 경우 오세훈 시장과 한명숙 전 총리가 각각 지지율 33.3%와 29.0%로 1, 2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는 오차범위 이내인 불과 4.3%p. 같은 조사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15.5%로 3위를 기록했는데, 노 대표와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을 합하면 44.5%로 산술적으론 오 시장보다 무려 11.2%p가 높다. 경기도지사의 경우에도 김문수 지사는 38.8%,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은 24.4%로 나타났으나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9.6%를 기록해 두 후보가 야권단일화를 이룰 경우 김 지사는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