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전북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목포·순천대 허탈
전남 순천대와 목포대의 의대 유치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순천대학교 대학본부 전경. 순천대 제공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4월 11일 국회에서 협의회를 열어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포함한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전북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국립공공의료대학은 폐교하는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설립되며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전북 지역 공공병원 등 전국 협력병원에서 순환교육을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대 유치’란 희망의 끈으로 여겨졌던 옛 서남대 의원 정원이 순천, 목포가 아닌 남원으로 배정된 것이다.
전남 지역사회와 지역 국립대인 목포대와 순천대는 30여 년 전부터 의대 유치를 위해 발벗고 뛰었다. 때마침 지난해 말 서남대가 폐교됨에 따라 의대도 함께 문을 닫게 됐다. 이에 따라 입학정원 49명이 어디로 갈지 관심이 높아졌고 전남은 의대를 유치할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순천대와 목포대의 의대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전남 동·서부 지역 간 세대결 양상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당정의 결정으로 옛 서남대 의대 정원이 전북 남원으로 확정되자 순천대와 목포대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 꼴’이 되고 말았다. 남원에 공공의료대학이 들어서게 되면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지 않는 이상 전남에 의대 설립은 힘들어지게 된다.
순천대는 순천시와 시의회,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의대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다. 전남 동부권은 여수와 광양 등 산업단지가 많아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 대형 대학병원이 필요하다는 지역 여론이 거셌다. 순천시는 이런 지역의 요구에 따라 순천대가 의대를 유치하면 부지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의대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순천시의회도 순천대 의대 유치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가 모두 나섰다.
그동안 서남대 폐교를 전제로 의대 유치를 추진해 오던 순천대와 목포대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순천대 관계자는 “정부의 의중을 확인 중”이라며 “의대 유치를 희망한 다른 대학도 우리와 같은 입장일 것이다. 이들 대학들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30년간 의대 유치를 위해 온갖 공을 들여 온 목포대도 정부의 이번 발표를 접하고 허탈해하고 있다. 목포대는 목포시, 지역 국회의원, 의료인 등과 함께 목포대 의대 설립 필요성을 전파하고 나서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 유치전을 벌였다. 특히 지난해 말 올해 정부 예산에 목포대 의대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 예산 3억 원이 편성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목포대 관계자는 “국립공공의료대 설립 결정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고 여지가 있는지도 검토하겠다”면서 “전남에는 의대가 한 곳도 없는 데다가 섬이 1000개에 달해 응급환자 발생 시 진료 시스템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칠석·이경재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