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이재명 민감한 정보 유포…친문 후보 지원사격 의혹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최근 여의도에선 3선에 도전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가족들 사생활이 담긴 소문이 은밀하게 돌았다.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민감한 시기인 만큼 출처가 어디인지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데 한 친문 의원실 보좌관실에서 나왔다는 얘기가 퍼졌다. 이 친문 의원은 박 시장과 경선에서 맞붙을 우상호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보좌관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그 파장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자로부터 이런 내용을 접한 박 시장 측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그런 카더라식의 얘기는 흔히 돌기 때문에 별 신경 안 쓴다. 선거를 두 번이나 치르지 않았느냐. 박 시장에 대한 검증은 이미 끝났다”면서도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친문 의원실에서 나왔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공정선거를 해치는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꼬집었다.
경기지사 선거를 준비 중인 이재명 예비후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한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 이 후보의 개인 재산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돌았던 것이다. 그 정확한 출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후보와 네이버 간 유착을 여러 차례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4월 13일 김 원내대표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여권 비주류 진영에선 친문 세력들이 이런 사례들의 배후 아니냐는 음모론이 끊이질 않는다. 왜일까. 일단 박 시장과 이 후보의 공통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은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친문들의 지지를 받는 주류 후보와 겨뤄야 한다. 지지율만 놓고 보면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겠지만 끝까지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친문들이 전해철 후보를 돕기 위해 어떤 수법을 동원할지 알 수 없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후보는 정권 차원에서 친문 후보들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친문에서 밀고 있는 경쟁 후보가 나를 줄기차게 비방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도저히 정상적인 절차로는 알기 힘든 것들이었다. 우리 쪽에서도 나와 가족들을 제외하곤 모른다. 누군가 그런 정보들을 제공했을 것으로 의심이 간다”고 했다. 이어 그는 “후보 중도 사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비주류 일각에선 지방자치단체 감찰과 사정기관 첩보 등을 통해 나온 단체장들 자료들이 선거에 활용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박 시장 측의 또 다른 인사는 “경선에서 싸우긴 하지만 우리는 같은 편이다. (친문들이) 그런 식으로 지저분한 선거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 비주류 의원은 “친문으로선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를 모두 비주류에 내줄 판이다. 박원순 이재명은 민주당 간판 주자이긴 하지만 그들 입장에선 경쟁자일 뿐이다. 공천 때부터 친문들이 이런 저런 방법을 모색했던 것도 둘을 이기기 위해서였다. 최근 비주류 대표격인 둘의 약점들이 흘러나오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박 시장과 이 후보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친문 인사들은 강하게 일축했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자료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문 대통령이 이를 용납하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한 친문 의원은 “오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럴 가능성조차 없다”면서 “박원순이나 이재명 후보도 소중한 우리 당의 자산이다. 둘이 주류가 아니면 누가 주류냐. 둘을 비주류라고 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 언론과 야권에서 만든 프레임일 뿐이다. 최근 불거진 내용들은 정보지에 나온 것들을 짜깁기 한 수준”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