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난에 집안싸움 이중고, 결국 손잡을 것이란 관측 확산
때문에 두 당 안팎에서는 비상대책 얘기가 들린다. 전국적으로 다 하지는 못하겠지만 일부 지역에서만이라도 두 당이 선거 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당 핵심 관계자들은 강하게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결국 두 당을 연대를 위한 협상장으로 끌고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최근 들어 서서히 힘을 얻어가는 모습이다. 뭉치면 살고, 흘어지면 죽는다는 얘기다. 이 예측의 밑바탕에는 ‘정치는 생물(生物)’이라는 현실 정치의 오랜 상황 논리가 깔려 있다. 뭉칠 것인가, 흩어질 것인가. 두 당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3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정책홍보단 발대식에 박주선, 유승민 공동대표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참석한 모습. 박은숙 기자
# 보수 정당의 동병상련
두 당의 연대론이 자꾸만 당 안팎에서 피어오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제대로 된 후보, 즉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길 만한 후보를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떨어진 발등의 불은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후보난이다. 정봉주 전 의원 등이 대형 악재를 만나 낙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현직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박영선 우상호 의원 등 폭넓은 지명도를 갖춘 후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에 맞서야 하는 자유한국당은 선거를 코앞에 둔 3월말 기준으로 여전히 후보를 ‘물색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몇 번이나 인재 영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추천 후보들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최근엔 문재인 정부에 맞설 수 있는 참여정부 출신 인사로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를 지목, 그를 영입하려 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 역시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육지책으로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지내 전국적 지명도를 갖춘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를 데려오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필승 카드가 맞느냐는 논란이 많아 실현 가능성은 낮다.
바른미래당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현재로선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출마 선언’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후보 확정과정이 난산이다. 큰 정치적 위험을 안고 안 위원장이 출마하는 구도 속에서 당선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인물난 자유한국당 집안싸움
두 당이 인물난을 겪자 결국 집안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중진의원들이 3월 22일에 이어 3월 29일에도 모임을 갖고 홍 대표를 강하게 성토했다. 홍 대표 저격에 나선 이들은 이주영(5선) 나경원 유기준 정우택(이상 4선) 의원이다. 이들은 3월 22일 첫 모임에서 △민주적 당 운영 △지지율 제고 대책 제시 △진중한 언행 △인재영입 주력 등 4가지 사항을 홍 대표에게 공개 요구했지만 홍 대표가 이를 무시했다고 판단되자 3월 29일 또다시 모임을 개최했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들 의원을 ‘극소수 일부 반홍(反洪) 중진들’이라고 표현하며 “이들의 비협조가 우리의 지방선거 전선을 막는 장애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이주영 의원은 “답은 없고 비난만 되돌아왔을 뿐”이라고 말했고, 정우택 의원은 “중진의원들에게 ‘연탄가스’, ‘부역자 노릇’이라고 언급하는 것을 보고 품격 있는 행동을 요구한 것이 허공의 메아리로 끝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특히 중진들은 3월 29일 모임에서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과 관련, 홍준표 대표의 사천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기 선대위 구성을 촉구했다. 사실상 홍 대표의 역할 축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당내 갈등 악화가 예고되고 있다. 홍 대표는 당내 갈등 수습을 위해 3월 26일 이례적으로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지만 그의 성격을 감안할 때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당내 인사들에게 유화 정책을 펼 확률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갈등의 증폭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 아직 허니문도 안 끝났는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결합해 탄생한 바른미래당 역시 아직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을 기간인 데도 한국당처럼 집안싸움이 나기 시작했다. 바른미래당 원외 지역위원장 50여 명은 3월 28일 ‘안철수·유승민 동반 출마’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당 최고위원회에 제출했다. 언뜻 보면 당을 위한 움직임인 것처럼 보이지만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사람 대다수가 합당 전 국민의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발끈했다. 이들이 유 공동대표를 흔들어 당내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의 주장이다.
유 공동대표는 3월 28일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성명서에 대해 “지역위원장 중 거의 100% 가까이가 국민의당 출신”이라면서 “이는 상당히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라고 쏘아붙였다.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은 유 공동대표가 출마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이를 요구해 반대급부로 공천권을 보장받으려는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바른미래당은 합당 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역위원장을 상당 부분 그대로 둔 채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는 공천권을 둘러싼 마찰이 생기고 있다.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유 공동대표, 안 위원장, 박주선 공동대표가 지역위원장의 성명이 나온 직후 모임을 갖고 진화에 나섰으나 다툼은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당 안팎의 관측이다. 안 위원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차출론’에 대해 “유 공동대표의 (불출마) 의지가 확고하니까 이제 더는 그런 얘기(차출론)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언급, 갈등 확산을 막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방선거 후보 차출을 놓고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이미 얼굴을 붉힌 만큼 향후 공천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다툼이 나타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 수도권 협력 벨트 성사될까
정치공학적으로 연대는 일단 폭풍을 불러온다. 정당 간 선거연대가 실현되면 연대 그 자체 뉴스만으로도 선거판 자체를 뒤흔들 만한 주목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제1, 2야당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제대로 된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힘을 합쳐야 된다는 것이 선거를 많이 치러본 두 당 당직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일단 실현된다면 기본적 연대 구도는 수도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서울(안철수·바른미래당) 경기(남경필·한국당) 인천(유정복·한국당)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3곳에서 연대를 하는 이른바 ‘수도권 협력 벨트’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마땅한 서울시장 후보자를 찾지 못하면 서울에 후보를 내지 않고 대신 한국당의 현역 단체장이 버티는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에선 바른미래당의 양보를 받아내는 방식의 연대가 성사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3월 29일 대구시당 개편대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의 야권연대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혀 시선을 모은다. 그는 “부분적인 야권연대 같은 경우 당내 반발이나 국민적인 오해를 극복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당이라는 상대가 있고, 국민이 이것을 야합으로 볼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권의 연대·협력으로 봐줄지 여러 장애물이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저는 (야권연대에) 마음이 조금 열려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 “절대 아니다” 일단은 손사래
연대론에 대해 두 당은 일단 공식적으로는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3월 13일 ‘6·13 지방선거’ 대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일각에서는 타당과 선거연대를 하자는 말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러한 비겁한 선거연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홍 대표는 “대선도 총선도 지선도 우리 힘으로 치렀고, 정책 노선이 다른 타당과 비겁한 선거연대를 하여 국민에게 혼란을 준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도 “절대 연대는 없다”는 점을 당의 공식 입장으로 밝혀왔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1991년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이 손을 잡은 3당 합당은 도무지 예측 가능한 구도가 아니었고 김대중과 김종필이 어깨동무를 한 DJP연대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그림”이라며 “선거는 명분이 아니라 실리를 쫓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 정치사가 보여줬다. 이런 연장선에서 선거 막판에 세가 불리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경철 매일신문 서울 정경부장